외국을 자주 왕래하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국내 육계산업 전망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서 그 대안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토종닭"을 꼽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일반 육계를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는 계열화업계도 토종닭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는다. 토종닭이라는 단어 자체가 수입육과 대치되고 일반육계와 차별화되는 만큼 가격적인면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전문지식이 없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쉽게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둔갑판매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육계의 경우 품종에서부터 사료까지 원자재 모두가 사실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수입닭고기와 다른점이라고는 국내업체가 우리나라 땅에서 키웠다는 것 밖에없다"며 "하지만 토종닭은 차원이 다르다"고 밝히고 있다. 때문에 과거 거래처에 대한 구색맞추기 수준에서 토종닭을 공급해 왔던 육계계열화업계 사이에서도 토종닭 시장 직접 참여 추세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찍이 닭고기에 대한 수입자유화가 이뤄져온 일본이나 대만에서 일종의 토종닭이라고 할수 있는 "지도리"와 "흑계"가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암시하는 바가 크다. 이에 일부에서는 토종닭을 수출 주력상품화 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1> 답보상태에 있는 소비시장 그러나 토종닭업계 대부분은 여전히 영세성과 함께 전근대적 산업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러한 기대와 관심을 무색케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요리법의 개발이나 상품의 부가가치 제고를 통한 시장확대는 물론 좁은 시장하에서의 품종개량에 의한 육질 및 경제성 향상 또한 현실적으로 기대키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객관적인 통계자료 조차 갖추어진 것이 없는 상황에 업계는 물론 정부차원의 합리적인 발전방향 수립이 이뤼질 리 만무하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대형마트의 출현과 IMF 당시 공급부족으로 인한 육계가격의 강세를 계기로 소비증가추세가 두드러졌던 토종닭의 닭고기시장점유율이 10%를 밑도는 수준에서 계속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근본적인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것. 심지어 토종닭전문 계열화업체인 (주)연산식품의 심달현 사장은 "닭고기 시장의 7%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토종닭에 활용되고 있는 품종은 국내 유일의 민간육종업체인 (주)한협육종이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수입유색계와 함께 축산기술연구소의 재래닭, 그리고 일부 불법 "무적병아리"도 나돌고는 있으나 상대적으로 그비중은 미미한 상황이다. 그러나 채산성을 맞추기 조차 어려운 좁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감안할 때 정부지원 없이 민간중소 육종업체 자력으로 지속적이고 꾸준한 품종개량이 얼마나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토종닭사업의 성패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종자" 부터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2> 영세유사계열이 주도 한편 (주)연산식품과 함께 육계계열화업체 가운데 (주)하림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들 기업형 계열화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시장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머지는 아직도 부화장이나 유통상인들을 중심으로 한 영세 유사계열형태에서의 생산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특화된 로컬브랜드를 토대로 체계화된 기업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일본의 "지도리" 와는 비교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최대 토종닭공급업체로 군림해온 팔공식품 마저도 지난여름 부도사태를 맞으며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한 유사계열사업의 득세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질병방역 등 체계화된 사육방식이나 위생적인 품질관리에 의한 상품의 부가가치 제고 및 생산성향상 보다는 시세만을 겨냥한 물량확보에 치중, 시장혼란과 함께 저질육의 공급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토종닭농가들이 일반 육계농가들로부터 질병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사진3> 물론 아직까지는 육계와 분리된 독자적인 시장구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대형기업의 진출이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은 현실이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현재의 시장상황이라면 순발력있게 움직일 수 있는 전문 중소업체의 경쟁력이 더 높다는 분석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렇다고해서 지금까지의 전근대적 사업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결국 국내 토종닭 업계의 퇴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육계와 차별화 돼야 업계 관계자들은 "토종닭업계가 시장확대를 통해 나름대로 독자적인 시장형성을 통한 안정적발전을 구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육계와의 확실한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높은 가격만큼 육계보다는 육질이나 품질면에서 확실히 앞서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품질보다는 가격경쟁력 중심의 물량공세에 주력해 왔던 팔공식품의 도산은 토종닭업계의 진로에 대해 일단 "일반 육계와의 경쟁을 통한 닭고기시장에서의 점유율 제고" 보다는 "차별화를 통한 독자시장 확보"방안에 손을 들어줄어준 사건이 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지적한 데로 토종닭업계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의 해소를 통한 체질개선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선 토종닭의 특성상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우수종자확보를 위해 민간육종업체에 대한 국가기반산업에서의 접근을 전제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한 품종개량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이뤄져야 한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객관적 검증과정을 거쳐 전국각지에 흩어져 있는 토종닭 품종을 체계적으로 정리, 필요하다면 육종사업에 접목시키거나 보존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등록제든 허가제된 확실한 종계장 관리감독 방안이 뒤따라야한다는 주문도 많다. 또 위생적이고 부가가치 높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통합물류거점 확보와 유통현대화 및 토종닭전문도계장 설치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하며 이에대한 정부의 관심과 제도적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현재 시장상황으로는 이들 시설의 개별적인 확보가 어려운 만큼 해당업체들의 컨소시엄에 의한 공동의 설치와 운영에 나서되 전문 도계장을 공판장화 해서 원거리의 경우 도계육유통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계절적 영향이 큰데다 가정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감안, 연중소비가 이뤄지고 토종닭을 외식사업에 접목시킬 수 있는 가공 및 요리방법의 개발과 새로운 시장창출을 위해 정부지원하에 산학연 공동의 연구수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체계적인 사육기술 개발과 보급이 이뤄져야 하고 끊임없는 연구와 마케팅 도입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