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낙농업 도산은 곧 축산업 붕괴

스케치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2.11.05 00:00:00

기사프린트

<사진1>○···2002년 10월 31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운동장은 잉여원유차등가격제 철폐를 위한 전국낙농인대회가 열린 장소.
대회는 이날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식전행사에 이어 본행사는 오후 1시부터 이뤄지는데도 불구, 오전 9시 30분부터 낙농가들이 눈에 띄기 시작.
전남 나주 K씨는 “원유잉여의 책임이 정부와 진흥회·유업체 등에 있는데도 마치 낙농가에게만 있는 것처럼 잉여원유차등가격제를 시행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면서“이 제도 철폐를 위해 새벽밥을 지어먹고 지역의 낙농가와 함께 관광버스를 타고 올라왔다”고 토로.
오전 10시 30분부터는 낙농가를 태운 관광버스가 눈에 띄게 증가하여 대회장 주변 도로는 오색물결의 관광버스 주차장으로 탈바꿈.
과천경찰서 한 관계자는 “이날 낙농가를 태우고 과천에 몰려온 관광버스는 1백71대로 집계됐다”고 발표.
<사진2>
○···대회장 주변 나무와 나무사이는 낙농육우협회 집행부에서 제작한 「졸속발상 잉여원유 차등가격제 철폐하라」「잉여차등제 웬말이냐 생산약속 이행하라」「낙농가 다 죽는다 원유가격 보장하라」「잘못은 진흥회! 책임을 낙농가가 지라구?」「농림부와 낙진회는 우유가격 보장하라」「낙농산업 도산은 축산업 붕괴로 이어진다」등의 글귀가 적힌 대형현수막들이 실바람에도 흔들.
대회장은 집행부와 각 낙우회에서 제작한 천연색색의 깃발과 현수막·피켓으로 물결.
특히 눈에 띈 피켓은 「2백원짜리 우유」로 잉여원유 차등가격제 시행이 낙농농가에 얼마나 큰 어려움을 주고 있는가를 대변.
또 대호·송전·정미·석미·고대 등 충남 당진군의 면낙우회가 연대하여 제작한 현수막도 눈길.

○···이날 대회에서 협회 임원과 청년분과위·여성분과위 관계자들은 왜 낙농인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유와 정부측에 촉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짧게는 2분에서 길게는 9분까지 연설.
특히 충남도연합회 이종영회장은 “김대중대통령이 선거공약에서 낙농가를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으나 이나라 정부가 그동안 펼쳐온 낙농정책은 없지 않느냐”고 지적.
김상초부회장(전남)은 “농림부는 진흥회를 앞세워 시행중인 잉여원유차등가격제는 악법중에서도 가장 악법이다. 농림부와 야합하는 낙농진흥회는 해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정부는 북한에 쌀과 함께 분유도 인도적 차원에서 보내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

○···이날 오후 1시 40분경 농림부 축산국을 방문한 낙농가대표단은 서성배국장과 1시간가량 협상을 하고 오후 3시 10분경 그 결과를 윤재관부회장이 대회장 본부석 연단에서 발표.
10월 16일부터 적용키로 한 잉여원유차등가격제 시한을 11월 1일부터로 연장했다는 등의 협상 결과 발표가 끝나기가 무섭게 흙과 피켓이 본부석을 향해 돌진.
많은 낙농가들은 대회에 참석한 가장 큰 목적이 잉여원유차등가격제를 철폐하는 것인데 이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보름간 연장한 것은 협상의 성과가 될 수 없다면서 일제히 분개.
특히 분개한 1백여 낙농가들은 20여분간 협회 임원들이 앉아있는 단상을 향해 욕설과 함께 흙을 뿌리고 피켓을 마구 던져 김남용회장이 이마를 다쳐 인근병원에서 몇 바늘을 꿰 메고 박충남전남도지회장 등 일부 임원까지 다치는 불상사가 빚어지기도.
<사진3>
○···일부 분개한 낙농가들은 단상을 점거하고 마이크를 부수는 등 집행부 진행을 방해하여 대회진행이 20여분간 중단.
낙농육우협회 청년분과위원회 이승호위원장과 여성분과위원회 윤여임총무는 본부석 단상에서 흥분을 자제해줄 것을 낙농가들에게 거듭 촉구했으나 흥분에 휩싸인 2천여 낙농가는 오후 3시 30분경 농림부가 있는 청사를 향해 돌진.
낙농육우협회 집행부는 몸싸움은 하지 말라고 수차례 방송을 하여 청사에 진입하려던 대부분의 낙농가는 걸음을 멈추었고, 몇몇 낙농가들이 경찰과 간헐적으로 몸싸움을 하는 광경만을 지켜보다가 귀향.
특히 경찰은 4천5백여명에 달하는데다 진압봉 등 장비가 훌륭하고 조직적인 경비태세를 갖추어 낙농가와 경찰간 몸싸움은 10여분만에 경찰의 승으로 일단락.
몸싸움에 나섰던 파주 낙농가 L씨는 “집행부가 왜 몸싸움마저 하지 못하도록 방송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과거 광화문·과천·여의도에서 열렸던 낙농인대회는 과격하게 하여 정부가 그동안 낙농가의 요구를 많이 반영하였지만 이번 대회는 실패하여 정부가 앞으로 어떠한 낙농시책이 전개될지 걱정이 태산같다”고 우려.
<사진4>
○···“우리는 정부와의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재결집을 합시다. 모여 주십시오”낙농육우협회 집행부는 오후 3시 55분경 집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낙농가들을 대회장으로 다시 오도록 확성기로 수차례 권장.
그러나 낙농가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대회장을 빠져나가 오후 4시 30분경 대회장은 3백여 낙농가만이 자리를 지키는 썰렁한 대회로 마무리.
낙농육우협회 김인식전무는 “우리가 오늘 개최한 대회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이러이러한 것이 있었다”며 정부와의 협상을 마치고 돌아와 밝혔던 내용을 풀어서 끝까지 남아있던 낙농가에게 재 전달.

○···이를 지켜보던 일부 낙농지도자와 농가들은 인원동원에는 성공했으나 대회 진행이 순조롭지 못하고 성과도 낮았다면서 협회 집행부를 성토.
또 다른 낙농지도자와 농가들은 낙농육우협회 집행부가 농·축협중앙회 통합에 찬성하여 낙농가들에게 피해를 안겼기 때문에 집행부를 성토하는 것 아니냐며 큰 목소리를 내기도.
특히 몇몇 낙농지도자들은 통합농협이 우유사업을 포기하고 조합에 대한 구조개선까지 추진하여 많은 낙농관련조합들이 가공사업을 포기, 이로 인한 원유잉여량이 1일 3백80톤이나 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
이들은 또 이날 모 단체장이 연대사를 할 때 J낙협 소속 낙농가들이 연대사를 못하도록 현수막으로 단상을 때리는 것도 바로 그 때문 아니냐고 지적.
따라서 낙농육우협회 집행부가 앞으로 관련농가들의 분노를 어떻게 추슬러야하는가가 커다란 과제로 대두.
<사진5>
○···당진지역 낙농가들은 버스 4대에 분승, 과천 대회장에서 수km 남짓 거리인 양재동 소재 낙농진흥회 사무실을 오후 6시 40분경 기습 방문.
그러나 이에 대한 정보를 접수하고 미리 대기했던 서초경찰서 소속 4개중대 경찰은 낙농가들이 하차하지 못하도록 버스문을 아예 열지 못하도록 한후 대표만 낙진회 간부와 면담을 갖도록 주선.
이에 따라 이경용 당진낙협장·전석호 송학낙우회장·조석현 합덕낙우회장·남도성 당진낙협 이사등 5명의 농가대표만이 낙진회 사무실을 방문.
방문 인원이 5명으로 제한되어 지난 20년간 순성면 마산리에서 낙농을 하는 조용선씨(삼원목장)는 낙진회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제지를 하는 서초서 윤우섭형사와 30분간 말싸움을 하기도.
낙진회 회장과 전무·상무가 자리를 비워 박병한 기획관리부장을 만난 농가대표들은 “어떤 기대를 갖고 온 것이 아니고 워낙 답답하여 낙진회 간판이라도 보자는 심정으로 찾아왔다”며 “원유수급문제는 상호적이므로 어느 한쪽이 피해를 보면 안되는데 어떻게 유업체에 2백원짜리 우유를 줄 생각을 했냐”고 항변.
<사진6>
○···이날 오후 9시경 낙농진흥회 한 관계자는 정부와 낙농대표들간의 협상결과에 상관없이 잉여원유차등가격제는 이미 이사회에서 의결한 사항인 만큼 10월16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거듭 표명.
농림부가 낙농인대표와 약속한 10월 16일∼10월 31일까지의 보름간 잉여원유 기존유대 정산은 ‘제도개선지원준비금’으로 알고 있다고 전언.
이 관계자는 또 그 준비금을 정부·낙진회중 어디에서 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다만 낙진회에서 집행할 경우 잉여원유차등가격제 정착을 위한 준비금인 만큼 탈퇴하는 서울우유 낙농가에겐 지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

○···이날 오후 7시경 박천서 대전충남우유 조합장과 조합원 30여명은 국회에 도착.
이양희 국회농림해양수산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잉여원유차등가격제가 철폐되도록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으나 이위원장과 보좌관이 퇴근하여 결국 만나지 못한 대전충남지역 낙농가들은 오후 7시 10분경 귀향. <글·사진=조용환·황인성·신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