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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총체적 위기 누가 불렀나

농·축협중앙회 통폐합따른 축산 구심체 상실이 '근원'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2.11.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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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축산인들이 바라보는 축산업은 자못 심각하다 못해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축산물 가격이 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오르면 오르는 대로 불안한 산업 기반이 축산인을 우려케하고 있으며, 연초 발생한 돼지콜레라에 이은 구제역 발생은 그나마 희망을 갖고 축산에 임하고 있던 많은 축산인들의 의욕을 꺽었다. 더욱이 최근에는 수입 생우 입식과 관련해 한우인들이 사후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으며, 낙농업계에는 잉여원유 처리 문제 때문에 패인 갈등의 골이 메워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축산 문제가 총체적으로 얽히고 얽혀 그 해결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뜻있는 축산인들은 이같은 축산의 총체적 위기는 과연 어디에서 비롯됐으며, 누가 불렀는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축산전문가들은 축산의 이같은 위기 상황의 근원을 '협동조합 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농축협통폐합에서 찾는다.
축산전문가들은 농축협통폐합은 그 과정에서부터 농업과 축산간의 갈등은 물론 축산 내부에서도 축산인들간 분열과 갈등을 노정시켰으며, 통폐합이후에는 통합중앙회인 농협중앙회가 통합당시 축산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시너지효과를 올리겠다고 강조한 것과는 달리 축산조직을 아예 없애거나 축소함으로써 전문성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고 아울러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농축협통합이후 축산의 정체성 위협과 구심체의 상실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축산이 우리 국민 식생활이나 농촌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과소 평가한 나머지 축산업을 농업의 작은 범주에 포함시켜 축산의 정체성마저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부 농업 지도자들의 축산을 보는 시각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로인해 축산이 우리 국민 식생활이나 농촌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또한 "축산 현안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데, 문제는 축산 부문별 현안이나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현안이나 위기에 누가 어떻게 대응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그때마다 축산인들의 축산현안 해결 의지를 종횡으로 잇고 결집할 구심체가 없기 때문에 축산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렇듯 농축협통폐합이후 축산의 정체성이 위협받고, 축산 구심체가 상실됨으로써 그동안 정부는 축산현안이 발생할때마다 그때 그때 단기 '대책'을 세우는데 급급한 나머지 장기적인 안목으로 산업을 안정되게 발전시킬 정책은 내놓지 못함으로써 현안이 현안을 낳고, 위기가 위기를 낳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위 '대책만 있지 정책은 없다'는 비판이다.
반면 정책 관계자들은 "정책이 있어도 정책을 수행할 파트너가 없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농축협이 통폐합 되기전 축협중앙회가 축산정책 파트너로서 축산지도, 축산물 유통, 질병 문제 등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해왔는데, 이젠 농협중앙회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는커녕 축산 현안에 대해 '강건너 불구경 하듯'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농협중앙회가 일부 축산관련 조직을 유지하면서 축산 지원 조직으로서 나름대로 모양은 갖추고 있으나 축산인들의 요구 수준에 맞는 축산 전문 조직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함으로써 축산인들로부터 신뢰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써 축산인들은 축산현안만 발생하면 중앙정부로 달려가고, 정부는 현안마다 축산농민들을 상대하다보니 현안을 해결하는데 효율성이 떨어짐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해결해야할 현안이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 꼬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따라서 오늘의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축산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축산의 정체성 확립을 통해 축산이 국민식생활이나 농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제대로 평가받는 바탕위에서 위기를 기회로 이끌 축산 구심체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아울러 이제는 농촌 경제를 지킬 주력 산업으로 쌀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쌀보다 더 국제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축산업도 농촌 경제의 당당한 주력 산업으로 편견없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