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과잉되어 낙농업계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데다 낙농전망 또한 불투명해지자 산지 젖소가격이 큰 폭으로 내리고 있어 정부차원의 비전 있는 장·단기 낙농정책 마련과 추진이 시급히 요망되고 있다. 전국의 산지 젖소가격은 잉여원유차등가격제 도입 논란이 대두되기 시작한 두 달전 이후 열 흘장이 멀다하고 곤두박질, 50일만에 최고 18만8천원이나 하락했다. 이에 대한 피해는 원유생산제반비용 상승과 더불어 잉여원유차등가격제 시행·젖소가격 하락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낙농가뿐이다. 전국의 재고분유가 지난 2월말 1만2천6백23톤이나 쌓이자 관계당국과 단체가 부랴부랴 잉여원유해결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그 효과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를 않아 10월 20일 현재 1만8천3백39톤이나 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5개월간 우유소비 비수기가 도래되어 적체될 국내 재고분유는 2만톤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낙농가 불안심리 또한 자극이 되어 전국의 젖소가격은 3월을 전후하여 계속 약보합세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잉여원유차등가격제 시행여론이 대두되기 시작한 9월 이후 암 젖소가격 하락폭은 더욱 커지고 있어 관련농가들이 경영상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표에서 보는바와 같이 초산우의 경우 지난 2월 2백60만5천원에 거래됐던 것이 8월 20일 2백34만3천원·10월10일 2백24만4천원으로 8개월만에 36만1천원이 하락한데 이어 잉여원유차등가격제를 10월 16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되자 10월 30일 2백18만5천원으로 20일만에 무려 5만9천원이나 폭락했다. 특히 낙농전망이 단기적으로 볼 때 좋거나 나쁘다고 판단될 때 가격 등락폭 반응이 가장 예민한 초임만삭의 경우 2월 20일 2백90만5천원에서 지난달 30일 2백50만5천원으로 8개월만에 40만원이나 떨어졌다. 4산을 기준한 다산우 가격도 2월 20일 1백81만3천원에서 지난달 말 1백64만8천원으로 16만5천원이, 수정단계에 접어든 처녀젖소 가격도 2월 20일 1백71만5천원에서 지난달 말 1백54만2천원으로 17만3천원이 각각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숫 젖소가격은 성우의 경우 올 봄 보다는 내린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나 8월 이후부터는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또 숫 송아지 역시 강보합세를 지속하여 올 봄 암송아지보다 낮았던 것이 최근에는 높게 거래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이렇다할 낙농정책을 제시하지 않아 낙농전망이 불투명한데도 불구하고 암 젖소송아지 가격이 오른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축산관련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격 형성은 적어도 올 연말까지 원유생산을 하고 있는 암 젖소의 인기는 떨어지는 반면 숫 젖소는 오르는 낙농 기현상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관계자는 “잉여원유차등가격제 시행은 곧 원유생산조절사업 도입으로 정부차원의 특단의 낙농대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암 젖소가격은 내년에도 약보합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다만 국내산 쇠고기 경락가격이 내년에도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젖소 수송아지 가격은 소폭 강보합세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무튼 세계화·개방화에 따라 전 농축산물 수입은 자유화되어 유제품과 유사유제품 수입량은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젖소 수입량은 MMA물량은커녕 종모우외 전혀 안되고 있는 것은 젖소를 수입할 경우 수지타산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제가격에 근접해 있는 국내 젖소 가격이 앞으로도 하락하는 것은 낙농가들에게 낙농의지를 더욱 상실케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유용목적으로 사육되어야 할 암 젖소가 만약 비육으로 전환된다면 한국낙농업은 자멸의 길로 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농림부 등 이 나라 정부와 국회 및 관련단체는 현재 처해 있는 한국낙농산업을 강 건너 불을 보듯 하지말고 비전 있는 낙농정책을 장·단기적으로 마련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 앞장서고 협조하며 조금씩 양보해야 하겠다. 왜냐하면 이 나라 낙농산업은 현재 위치에 서있는 관계자와 농가의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값지게 물려줘야 할 민족적 유산이기 때문이다. <조용환> <사진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