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라고 표현할 만한 한해였다. 2002년 양돈업계는 구제역과의 전쟁, 돼지 콜레라와의 전쟁, 생산비 이하로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농장 존립을 위한 전쟁을 벌이며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 연초 양돈업계는 대일 돼지고기 수출 재개, 월드컵 개최 등으로 인해 양돈경기는 매우 좋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지난해 9월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획득, 돼지콜레라 청정화를 위한 백신접종 중단, 일본과 순조로운 수출 협상 등으로 인해 혹자는 유사이래 최대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까지 했다. 이 같은 전망은 상반기, 정확히 말하자면 5월 2일 경기도 안성에서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맞아 들어가는 듯 했다. 이미 4월부터 산지 돼지값이 20만원대를 호가했으며 제주산 돼지고기가 4월 29일 대일수출길에 오르는 등 그야말로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4월 17일에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돼지콜레라는 걸림돌로 작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5월 2일 발생한 구제역은 그 충격이 상상을 초월하면서 순식간에 양돈업계를 힘겨운 시간을 만들었다. 5월 2일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경기도 안성, 용인, 평택과 충북 진천에서 총 16건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1백62농가에서 총 16만두의 가축이 살처분되는 아픔을 겪었다. 구제역은 최초 발생이후 52일 만인 6월 23일 종식됐지만 이후 7월부터 생산비 수준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한 돼지값은 회복한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3개월 가까이 지속되면서 양돈농가들은 생존을 위한 또 다른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이처럼 생존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10월 7일 강화에서의 돼지 콜레라 발생은 양돈인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강화에서 처음 돼지콜레라 발생한 이후 인근 김포와 인천시로 확산되면서 9개 농장에서 발생하면서 1만두에 가까운 돼지를 살처분하며 아직도 끝나지 않고 양돈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처럼 양돈업계에서 2002년은 전쟁을 치르며 힘겹게 보내고 있지만 몇 가지 괄목할 만한 전환기를 맞기도 했다. 우선 그동안 양돈업계의 숙원사업이었던 '축산물의소비촉진등에관한법', 즉 자조금법이 제정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2000년 구제역 발생시 백신정책에서 금년도에는 처음부터 살처분정책을 유지하면서 차단방역 등 새로운 방역체계를 확립하면서 6개월만에 청정국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다. 특히 생산자 스스로 해야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돼지이동증명서' 시범실시, 농장품질인증제도 도입에 대한 인식 확산 등 양돈인 스스로가 양돈산업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국내 양돈산업은 사상 처음으로 사육두수가 9백만두를 넘어섰으며 사육가구수는 1만6천농가로 줄어들면서 전업화, 기업화가 가속화 됐다. 이처럼 양돈산업은 외형적으로 성장하면서 우리나라 농업분야에서 쌀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힘들었던 2002년 한해를 마무리하며 아직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내년도에도 비록 밝지는 않지만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양돈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희영 lhyoung@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