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동안 남북한 농업/축산협력사업의 실행방안에 대해 다각도에서 검토해 왔다. 일시적인 식량자원이나 종자, 자재 등의 제공 보다는 장기적으로 북한의 생산기반을 도와야 한다는 여러 대안도 제시됐다. 그러나 남북간의 여러 사정상 그저 소설만 썼을 뿐 실현된 것은 거의 없다. 사료가 모자란 축산현장의 참상 북한의 식량과 사료사정은 매우 어렵다. 우리가 1960년대 이전까지 경험한 바와 같다. 남한은 그 후 외국자본과 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경제개발을 이룩했고, 사료자원의 원활한 공급으로 세계수준의 축산발전도 엿보게 됐다. 그러나 개혁개방을 꺼려온 북한은 오늘날 낙후된 경제, 부족한 식량, 고갈된 사료로 축산이 극도의 위기에 처해있다. 사료없는 축산은 생각할 수 없다. 북한은 현재 초식 가축인 소, 염소, 토끼 등에게 풀 사료를 먹이던가, 농가 부산물로 닭, 돼지 등을 키우는 것이 고작이다. 이미 1960∼1970년대에 배합사료공장과 국영농장을 만들어 당시의 남한 보다 앞선 것도 있었으나 이제는 배합원료가 모자라고 시설이 노후하여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지난 몇 해 사이에 일부 시설을 개체 또는 보수하였지만 사료가 부족하여 효율적인 활용이 안된다. 필자가 지난주에 북한의 현장을 살펴본 바에 의하면 사료와 축산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더욱이 당분간 개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서로에게 유익한 남북축산의 통합협력 UR 당시 남한에 계열화사업(통합경영체계)을 권장하고 경영과 구조개선을 역설하고 다닐 무렵부터, 필자는 북한의 협동농장 체제야 말로 통합경영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농가와 계약하여 인센티브를 주면 생산성은 저절로 올라갈 것이 뻔하지 않은가. 북한의 축산/농업체제는, 국가가 계열주체인 삼장통합(농장생산, 공장가공, 시장유통의 통합경영)으로 체계화하기에 매우 적절하다. 토지가 국가 또는 협동소유이고, 노동도 국가관리하에 있으므로 농가에게 사육주체의 기능만 부여하면 극단적인 형태의 소유통합이자 계약사육이 될 수 있다. WTO 체제에서 남한의 축산, 특히 양계와 양돈부문은 현재 규모화와 계열화가 일반화 돼 있다. 그 여력을 북한 축산과 연계시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같은 축종내의 경영통합과 축종간의 통합확대에 이어, 이제는 남북 사이의 지역간 통합을, 지원형태가 아닌 상업적 방법으로 상호 협력하자는 것이다. 현실로 다가온 상호보완 체계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토지와 노동은 상호 보완이 가능한 자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아직도 자원이동이 자유스럽지 못하다. 우선 가능한 방법으로 남한이 축산물 생산(또는 가공을 포함)을 맡고, 그 대가는 북한이 시장기능을 통하여 상호 보상하는 삼장통합의 분담형식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체제의 남북한 통합협력이 바야흐로 임가공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남한 유수의 한 계열업체가 지금 북한당국과 협의중이다. 남한측이 통합주체가 되는 이 새로운 남북통합의 협력시도가 아주 흥미롭다. 그러나 금후의 예측은 쉽지 않다. 위험부담도 크다. 극한적인 두제도의 차이를 조정하는 남북간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역사의 개척자에게는 항상 주변의 격려와 협조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