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도 양록산업 결산 절편녹용 수입개방 여부에 대한 관심은 물론 수입녹용 불법유통 문제 등 외국산 녹용과의 신경전이 일 년 내내 지속됐던 한 해였다. 사슴가격의 약세 지속과 불안정한 생산물 판매기반, 농축산업 전체적으로 확산 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 영향으로 가라앉은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나마 검사관을 파견하여 절편녹용 조기수입을 허용하겠다던 우리정부의 방침이 강력한 양록농가 저항으로 철회되었고, 2002년 말까지 제정키로 했던 절편녹용 품질기준도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것은 다행으로 받아들일 만 하다. 이는 6월 25일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개최된 한·뉴 경제공동위를 전후해 국내 양록농가 대표단이 뉴질랜드를 직접 방문, 정부기관 항의방문 및 양국 생산자간 대화 추진이라는 새로운 협상변수를 제공함으로써 얻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수입녹용 불법유통 문제는 새 해가 시작되자마자 불거져 나왔다.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77억원 규모의 대규모 불법유통을 적발해 냄으로써 양록업계 스스로 척결의지를 구체화하도록 했다. 급기야 하반기에는 녹용 판매현장에 대한 생산자 단체 및 관련기관 합동단속을 시작으로 의심업자들에 대한 대대적 추적이 이루어져, 이들의 움직임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얻어냈다. 일시적으로나마 국산녹용 판매촉진과 가격상승도 이어졌다. 그러나 사슴가격의 약세는 더욱 두드러져 2002년 산 자록 분양가격이 사상 최저가로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녹용 등 생산물 판매도 전통적인 농장단위 소비자 직접판매에서 개선되지 못한 채 오히려 홈쇼핑 및 식품가공용 대량판매마저 소비감소 등으로 물량이 줄어들어 사육농가의 불안감이 크게 가중되었다. □ 양록현안 및 2003년 전망 2003년 양록업계는 사슴 의무도축 대상 포함이라는 대형 난제를 안고 출발하게 되었다. '축산물의 위생적 처리'라는 당연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양록농가가 '의무도축 포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양록산물 소비행태의 특수성과 도축으로 인한 과다한 비용부담,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장 이용할 수 있는 도축장이 거의 전무하다는 법 시행의 비현실성 때문이다. 이로 인해 농가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탕가공 판매가 중단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범법자가 양산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절편녹용 수입협상 진행, 수입녹용 불법유통 단속, 국산녹용 한약 규격품화 추진 등 양록업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들이 존재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왜냐하면 일반 소비경제의 회복이 부진하고 한의원·한방병원 등 안정된 경로를 통한 소비기반 구축도 시작단계에 불과한 점 등 예년에 비해 크게 발전된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절편녹용 수입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불법유통 수입녹용의 수요를 국산녹용이 대체하게 된다면 사슴가격 회복 등 긍정적 변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산녹용 한약규격품화, 품질보증제, 양록자조금제도 활용 등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내느냐에 따라 양록산업의 명암이 갈릴 것으로 예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