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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태아 임신 어미소 기립불능 송아지 살리자 3시간 사투

한경게놈텍 칡소 실험사육농장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3.01.09 14: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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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3일 하오. 안성시 대덕면 대농리 국립 한경대학교 실험실 생명공학 벤처회사인 한경게놈텍 칡소 실험사육농장. 국내 유수 축산관련학자 9명의 손과 발이 한 생명을 얻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 날이고 장소였다.
새해 벽두부터 폭설이 내리고 세찬 바람과 함께 기온이 급강하한 이날 한경대 윤종택교수팀과 축산기술연구소 손동수박사팀은 하오 2시부터 5시까지 젖소에 이식한 한우 체세포 복제송아지 쌍태아를 탄생시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이들이 무려 3시간동안에 걸쳐 생과 사의 길목에서 사투를 벌인 까닭은 지난해 4월 27일 한우 체세포복제 이식을 받은 암젖소가 오는 27일 분만을 앞두고 구랍 30일 주저앉아 기립불능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어미 젖소는 육안으로 보아도 복수가 많이 차 있었고 설사를 하는 등 온전하지 않아 자연분만은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이었다.
따라서 관계자들은 분만 예정일보다 25일이나 빠른 날에 제왕절개를 통해 체세포복제 송아지를 생산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특히 수란우 역할을 한 어미 젖소는 오른쪽으로 주저 앉아 제왕절개 수술을 할 경우 복수가 많이 차있는 상태인데다 제1위가 좌측에 있기 때문에 자궁을 누르는 관계로 수술팀들은 제왕절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밧줄 등을 이용하여 주저앉은 젖소를 왼쪽으로 주저 앉혔다.
오후 2시 25분경 제왕절개를 할 오른쪽 배부위 체표의 털 50×50cm 정도를 깨끗하게 면도까지 하고 알콜과 베타딘 등을 이용, 소독을 했다. 이어 수술부위를 제외하고 초록색 가운을 씌운 후 젖소목덜미 경정맥에 진정제를 주사하고, 전신마취를 할 경우에는 태아내 송아지가 죽는 것으로 일본 학계에서도 보고된바 있기 때문에 수술부위에는 국소마취를 실시했다.
수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각은 2시 58분. 집도는 축산기술연구소 손동수박사팀이 실시하였다.
3시 27분 요막을 터트리어 요수를 빼내고 양막도 터트려 윤활유 역할을 하는 양수도 빼내었다.
복수가 가득 찬데다 어미마저 건강하지 못한 상태인지 제왕절개에 의해 자궁에서 세상 밖을 나온 체세포복제 한우 수송아지는 심장은 뛰고 있으나 기력 없이 늘어져 있었다. 수술팀들은 수건으로 송아지 털에 묻은 물기를 연실 닦아내고 손으로 분주하게 마사지를 했다.
3시 52분 탯줄을 자르고 미리 준비한 깔짚위에 송아지를 뉘이고도 손동수박사는 송아지 입에 대고 3∼4차례에 걸쳐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윤종택교수는 손마사지를 계속하고 서국현연구관과 허태영연구사 등은 또 다른 송아지를 꺼내는 작업을 시도했다. 몇몇 수술팀은 어미소와 송아지가 추위에 떨지 않도록 보온 등을 쬐어주고 초유을 마련하는 등 분주했다.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하얀 가운을 입은 수술팀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은 마치 백의 천사가 남자에게도 있음을 착각할 정도였다. 새생명에 대한 기대감과 한 생명의 고귀함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오후 4시8분 손동수박사는 “인공호흡을 해주어도 폐로 들어가지 않고 위로 들어가기만 한다”고 했다. 결국 먼저 꺼낸 송아지는 기도가 막힌 탓인지 오후 4시 20분경 심장이 멎었다.
오후 4시 25분경 두 번째로 꺼낸 송아지를 수술팀은 50m 남짓 거리인 바닥이 따뜻한 방으로 옮기었다. 이 송아지 역시 기도가 막혀 인공호흡과 마사지를 반복 실시했다. 두 번째 송아지 역시 다리는 움직이면서도 호흡을 하지 못하고 심장은 점점 박동수가 느려지다가 4시 55분경 멈추고 말았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체세포 복제 한우쌍자를 이번에 생산은 하였으나 곧 폐사를 하여 매우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관계자들의 지난 1년간에 걸친 노력과 세시간에 걸친 수술에도 불구하고 송아지들은 땅을 밟아 보지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간 것이다.
그러나 한경대·축기연 연구팀은 체세포복제 송아지가 오는 3월 7일로 분만 예정된 또 다른 젖소는 건강하게 우사를 이리저리 활보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귀가 길에 올랐다. <조용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