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에서 3만수 규모의 종계장을 운영하는 H씨. 그는 요즘 근심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 5년간 한솥밥을 먹으며 농장일을 함께 해온 조선족 목부가 얼마전 불법체류자 자진신고를 마침에 따라 오는 3월이면 한국을 떠나야 하나 이를 대체할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H씨는 "조만간 농업부문에도 외국인연수생제가 도입 된다는 마당에 또다시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기도 그렇고 내국인을 구하자니 선뜻 나서는 사람도 없다"고 털어놓는다. 또한 충남 홍성에서 양돈업을 하고 있는 M씨는 외국인 산업 연수생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연수생들이 축산현장에서 과연 얼마나 제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M씨는 "외국인들이 국내 양돈현장에서 적응할려면 최소한 1년은 소요됨을 감안할 때 외국인들이 적어도 4년내지 5년은 한농장에서 일을 해야한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들은 같은 3D업종이지만 축산현장을 피하는 것 같다"며 외국인 연수생 제도에 큰 기대를 거는 눈치는 아니었다. 축산 현장에서 이럴수도 없고 저럴수도 없는 인력난의 심각성을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들이다. 그러나 정부가 공포를 앞두고 있는 외국인농업연수제도가 실제로 대부분 양축가들을 포용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면서 이제 축산업계는 '인력대란'의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축산현장의 주축이 된 외국인 근로자 축산업계에서는 양돈·양계농가들을 중심으로 외국인근로자들이 이미 국내 축산현장의 주축인력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농림부가 생산자단체로부터 집계한 외국인산업연수생 필요인력은 양돈·양계부문만 해도 1만여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가히 그 수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는 청장년 층이 거의 없고 노년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농업, 특히 3D업종으로 주야간 구분없이 일을해야 함에따라 건강한 젊은 내국인 노동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축산업의 특성이 근본적 배경이 되고 있다. 이로인해 이미 10여년 전부터 외국인근로자의 채용이 이뤄져 온데다 IMF 체제하에서 많은 실업자가 양산, 한 때 내국인 근로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이후 국가경제 안정되면서 부터는 다시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내국인들이 꺼려하는 소위 '농장의 막일'에 주로 투입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월급은 보통 부부 한팀을 기준으로 초봉이 1백30만원선. 그러나 한농장에서 몇 년동안 꾸준히 일한 근로자들의 경우 1백6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한 양돈농가는 "일정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매년 10만원씩은 월급을 인상해 주어야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일반 제조업체와 같은 수준으로 외국인근로자들에게는 월급수준이 이직(離職)의 바로미터가 되는 만큼 최소한 다른 업종이나 농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근로자와 같은 조건을 맞춰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경기도 이천에서 양돈장을 운영하는 L씨는 "외국인근로자들은 서로 연락을 해가며 더 좋은 조건이 있는 곳을 찾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 웬만한 공장보다 근무환경이 더 열악한 양축현장에서 이들을 붙잡고 있기는 쉽지가 않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더욱이 정부의 불법체류자에 대한 관리 강화 방침이 나오면서 외국인근로자들의 월급도 최소한 10% 이상 상승했을 것이라는게 양축가들의 분석이다. ●외국인 근로자 선호 경기도 북부에서 8만여수의 채란업을 하면서 2년전부터 태국인 부부 3개팀을 채용하고 있는 S씨는 "솔직히 떠돌이 생활을 하다시피했던 일부 내국인들이 한달걸려 배울 일이 이들 외국인들에게는 1∼2주면 충분하다"며 만족해 하고 있다. 이에 처음에는 한팀만을 채용했으나 이들의 소개를 통해 3개팀까지 늘어나게 됐다는 것. S씨는 불법체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을 교대로 출국시켰다가 다시 귀국시키는 방법까지 검토하고 있다. 역시 충남에서 외국인근로자 4명을 채용해 채란계농장을 운영하는 J씨의 경우 얼마전 3년간 같이 일한 한 조선족 근로자가 나가려고 하자 남들보다 수십만원의 월급을 더 주고서까지 만류했을 정도다. 일부 양축가들 사이에서는 이들 외국인근로자들의 채용경험을 바탕으로 특정국가 출신을 선호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충남에서 종계장을 운영하며 10년전부터 외국인근로자를 채용해 왔다는 C씨는 "전반적으로 중국 조선족들은 활동력이 떨어지고 태국 출신은 느리며 우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