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용종계업계가 주축이 된 대한양계협회 종계·부화분과위원회(위원장 이언종)가 최근의 불황을 더욱 심화시킬 육계업계의 공적(公敵)으로 하림을 지목, 대규모 규탄대회를 통한 실력행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나섬으로써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축산관련지와 함께 유력일간지에 대한 성명서 게재를 통해 대내외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부각은 물론 협회 육계분과위원회를 비롯 여타계열화업계의 지지 및 협력을 요청해 나가는 한편 내달중 정부과천청사앞에서 하림 및 계열화업체에 대한 그릇된 정책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감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큰폭의 종계입식 겨냥 육용종계업계가 하림에 대한 초강경책을 선택하게 된 배경은 바로 지난해 종계입식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뜩이나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 하림이 무모하게 종계사육규모를 늘림으로써 이들 증가분이 본격적으로 생산에 가담하는 내달이후에 국내 시장상황은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양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육용종계(전용계 제외) 입식량은 4백53만8천6백52수로 전년보다 53만여수가 증가했는데 종계업계는 이 증가량 모두 하림에 의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현재의 사육규모에 똑같은 비율로 종계감축이 이뤄질 경우 결국 하림의 시장비중만 높아지고 나머지 계열화업체나 종계업계는 그만큼 설땅이 없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일률적 종계감축은 하림만 키워주는 악수(惡手)일 뿐 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하림 음모론'도 바로 이러한 논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는 종계업계가 하림에 대한 대응을 종계업계 뿐 만아니라 육계업계 전체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로 지적하는 명분으로 삼고 있다. 물론 여기엔 종계업계의 하림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반감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림 "마녀사냥식 기업매도" 하림의 김홍국 회장은 이에대해 지난 17일 전화인터뷰를 통해 "하림에 대해 규탄대회를 한다면서 한번도 대화를 요구한 적도 없었다"고 전제, "막연한 추측만으로 그동안 국내 육계산업 발전에 앞장서온 기업을 이처럼 마녀사냥식으로 매도할 수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김회장은 한국원종 등을 지목하며 "자신들(타계열화업체와 종계업계)은 늘려도 되고 하림은 왜 안되느냐"고 반문하면서 상주도계장은 15%대(수입육포함) 까지 떨어진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기업차원의 당연한 경영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상주도계장의 경우 일반 통닭시장에는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며 올해 공언한 시장점유율 18%확보도 수출과 육가공 및 부분육 시장공략을 통한 수입육대체 등 새로운 시장창출을 통해 이뤄질 것인 만큼 기존 종계시장에도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홍국회장은 또 하림의 종계사육규모가 1백30만수대로 늘어나 표면상으론 많아 보이지만 실제 병아리 생산도 닭고기 시장점유율 수준을 다소 상회하는 수준에서 생산될 것이라며 막연히 '허수' 요인이 많은 종계입식량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육계업계 동조여부에 관심 종계업계의 이번 방침은 계열화업체들이 구매계약시 상하한선 폐지를 결의하는 등 자신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시장여건이 형성됨에 따라 '더 이상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 고조와 하림에 대한 우려가 확산, 동조세력의 결집여건이 그어느 때 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종계업계는 이번 실력행사가 '단순한 밥그릇싸움'으로 치부될 가능성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계열화업계 전체가 아닌 하림만을 타깃으로 한다거나 여타계열화업체에 대해서는 협력을 요청함으로써 육계업계를 하림대 反하림의 대결구도로 몰고가겠다는 의도도 같은 맥락. 때문에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여타 육계업계의 동참 여부. 지난 18일 현재 같은 협회내에 육계분과위원회의 참여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계열화업체들의 경우 지지를 희망하더라도 표면에 나서기는 힘들 전망. 여기에 종계업계가 타깃으로 한 하림의 종계증가분으로 인한 시장 여파는 시위를 계획중인 내달이나 돼야 본격화 된다는 점은 다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종계업계는 "기존시장에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하림주장을 "실현불가능한 기만행위"로 일축하고 있는 있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일단 객관성은 떨어질 수도 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하림측은 "충분히 대처할 자신이 있다"면서도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종계업계가 계획한 시위개최 시기가 새로운 정권 출범 직후인데다 아직까지 기업과 농민의 대결구도시 농민측으로 기울어질 수 밖에 없는 사회여론을 감안할 때 하림으로서는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육계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증권가를 비롯한 금융권의 평가가 결코 좋을리 없는 상황에 농가들의 시위는 기업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수도 있다는 우려도 많다. 이유야 어떻건 극심한 불황에서 생산량이 늘어난다는 것 자체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합의점 찾기 '산너머 산' 양측 모두 이러한 부담으로 인해 아직까지 구체화된 바는 없으나 극적으로 협상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배제치 못한다. 김홍국회장도 협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놓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로선 좋은 결과를 바라긴 힘든 실정이다. 종계업계는 하림이 늘린 부분에 대한 감축을 반드시 전제로 하고 있는 반면 이미 상주도계장이 완공된 하림으로서는 이시설을 마냥 놀릴수는 없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이에대해 각자의 이해나 생각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국내 육계산업발전을 위한 방향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판단, 대응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일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