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업계는 사상최대의 분유재고와 분유가격하락, 이에 따른 정부의 엄청난 예산투입, 차등가격제에 의한 실질적인 원유가격인하등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일들을 지난 한해동안 모두 겪어야 했다. 고생 끝에 낙(樂)이 온다고 했는데 우리 낙농가들의 마음은 새봄이 다가오는데도 여전히 겨울이다. 이제 정부는 낙농업에 왜 이런 문제가 초래됐는지를 성찰하며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난해 우리 낙농업은 1킬로그램당 원가가 7천원이상인 분유가 1천7백원까지 거래될 정도로 파동을 격었다. 이를 두고 원유가 과잉 생산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분유수요자들의 잘못된 예측으로 인해 과다한 수입이 이뤄진 탓이므로 낙농가의 잘못이 아니다. 국내 젓소 사육두수는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 생산량의 예측오차가 그렇게 크다면 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있는것이지 농가에 문제가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연간 원유수요량은 350만톤쯤이며 생산량은 250만톤이다. 연간 원유 100만톤에 해당되는 유제품이 들어오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낙농인들은 원유생산쿼테제를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것이다. 쿼터제를 한다면 도대체 원유를 얼마나 줄여야 된다는 말인가. 만약 적정생산량이 경쟁력이 있는 시유 물량인 150만톤이라면 나머지 100만톤을 줄여야만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걸 받아들인다면 낙농인들의 생존권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유제품수입이 자유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원유 감산정책은 아무런 실효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조사료 수입쿼터를 줄여서라도 원유생산을 줄여보려는 정부당국자들의 심정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도대체 줄이면 얼마나 줄것이며 그정도 줄여서 근본문제가 해결되느냐는 것이다. 우리 낙농인들은 지금 당장은 어려워도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잘살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낙농인들에게 신뢰를 주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정책을 내놓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부에 몇가지 건의를 하고자 한다. □시장(경제)원리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아무리 모양새 좋은 정책도 시장원리에 맞지 않으면(수요 및 공급과 가격을 무시한) 실패하기 마련이다. 다시말해 공급량이 늘면 떨어지고 반대로 줄면 오르는 가격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미리 공고되고 생산과 수요량에 따라서 자동으로 조절되는 정책이 되어야 함을 뜻한다. 가격이 떨어져 경쟁력이 없는 농가가 생기면 이들이 도태되고 경쟁력 있는 농가는 생산을 늘리는 경제원리가 철저히 적용되어야 한다. □영세농과 부업농은 구분되어야 한다. 정부는 말끝마다 영세농을 보호한다고 하는데 영세농 보호대책이 부업농 보호대책으로 변질되어 전업농의 의욕을 꺾는 우(憂)를 범하는걸 가끔 보게 된다. 영세농 대책은 복지후생적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지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면 시장을 왜곡시켜 결국 정부 정책이 자체모순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힘있고 의지가 실린 정책을 펴야 한다. 물인지 술인지 모르는 모호한 법과 조직은 속된 표현으로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낙농진흥법은 강제가입조항을 삽입하든지 아니면 정부의 모든 정책이 낙농진흥회를 통해서만 집행되도록 바뀌어야 한다. □장책은 단순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복잡한 정책은 낙농가가 이해하기도 어렵고 정책목표를 실현하는데 맞지 않는다. 특히 생산분야에 대한 제한이나 규제는 정부가 취할 수단이 아니다. 우리 농민이 젖소 50만두를 사육, 연간 300만톤의 원유를 생산한다고 가정해보자. 정부는 많이 생산되어 큰일이 났다고 할지 모르지만 농민 입장에서는 “살만 하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온다면 우리 낙농업은 경쟁력이 생겨서 정부의 도움을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젖소의 위는 한계가 있으므로 우유가 많이 생산된다고 사료를 무한정 먹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 정책은 젖소 마리수는 줄이되 원유는 많이 생산하는 쪽으로 펴야 한다. 초임 젖소에 한우수정란이식을 유도하는건 바람직한 정책이며 사료곡물의 쿼터나 관세철폐는 후자에 필요한 정책일 것이다. 생산성이 높은 농가는 많이 생산하고 그렇지 않은 농가는 도태되도록 정부가 경쟁시대를 열어주어야만 낙농업이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다. □정부는 공정한 경쟁의 룰이 지켜지도록 감시와 조정역할을 해야 한다. 원유는 보존기간이 짧은 특성으로 인해 세계각국이 원유의 유통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낙농인들은 원유 유통에 있어 전국의 모든 원유가 같은 룰에 의해 공정하게 유통되기를 원한다. 분유와 치즈 시장을 포기하면 이나라 낙농은 존재할 수가 없다. 우리는 국내산 원유가 분유 및 치즈생산에 사용될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길 기대하며 유가공업계가 안정된 가격에 원유를 공급받아 외국산 분유와 치즈업체와 경쟁할수 있도록 바라고 있다. 현재 잉여원유 차등가격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보다는 가격이 연동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검토해야 한다. 또한 낙농인들은 정책이 수시로 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장기적이고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정책이 하루빨리 수립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생산이나 유통면에서 시장의 원리에 충실할 때 우리 낙농은 제자리를 잡을 것이다. *본고(稿)는 기고이므로 당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