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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요원 한명당 평균 60~70두 채혈

구제역 방역 제대로 되고있나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3.04.28 1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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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전 11시 30분 봄비가 내리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 포곡면 유은리 L모씨 농장.
K씨 농장등 유은리 일대 5개 농장에서 임상관찰을 하던 용인시 방역요원인 수의사 김기호씨가 L모씨 농장에서 채혈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우선 농장주에게 채혈을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양해를 구한후 신발을 소독하고 방역복으로 갈아 입는다. 이후 비닐장화를 두겹으로 신은후에야 돈사내에 진입한다.
이 농장은 1천5백두 규모로 과거에 돼지오제스키가 발생했던 병력을 갖고 있는 농가다.
채혈을 위해서는 돼지의 입에 밧줄을 걸어 돼지를 보정해야 하는데 한바탕 씨름끝에야 겨우 보정을 할 수 있다.
겨우 보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돼지가 한번 요동을 칠때마다 김기호 방역요원의 몸이 딸려갈 정도다.
보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채혈을 하기 위해서는 돼지목 부위에서 피를 뽑아야 하는데 제대로 채혈이 되지 않는 돼지도 있는등 이 또한 쉽지 않다.
바늘이 부러지고 몇 번의 시도에도 채혈이 안되자 김기호 원장은 돼지의 귀에서 혈관을 찾은후에야 채혈을 마칠 수 있었다.
김기호 방역요원은 30년 임상경력의 전문 수의사지만 어느덧 그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채혈된 주사기에는 각각의 개체번호가 기록된후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 남부지소로 보내졌다.
김기호 방역요원이 하루에 채혈하는 두수는 60-70두 정도. 이정도 채혈을 하고 나면 온몸이 녹초가 될 정도로 지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같은 시간 경기도 용인시 포곡면 유은리 일대에는 30년 임상경력의 수의사인 유영호 방역요원과 24년 임상경력의 수의사 김기영 방역요원이 임상관찰을 하고 있다.
용인시 포곡면 일대는 과거 돼지콜레라와 오제스키는 물론 지난 2000년에는 한우에서 구제역까지 발생했던 곳으로 임상관찰을 결코 게을리 할 수 없는 지역이다.
더구나 용인지역의 축산규모만도 한우 5농가 8백77두, 유우 78농가 3천9백17두, 돼지 2백96농가 29만7천6백60두, 닭 16농가 56만9천수가 있는 곳이며 농장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사전에 질병을 막지 못하면 확산정도가 너무 빨라 철저한 임상관찰과 채혈을 요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후 1시 30분. 채혈을 마친 김기호 방역요원과 임상관찰을 끝낸 유영호, 김기영 방역요원이 만나 늦은 점심을 먹으며 임상관찰 과정에서 나타난 정보를 교환한다. 유영호 방역요원은 올해 신규로 방역요원이 됐지만 이미 이 지역에서 30년간 임상수의사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수의사다.
이 자리에는 (사)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경기도본부 김창수 사무국장과 오대성 과장이 동참해 가축질병 예찰결과에 대해 묻고 이들을 격려하고 있다.
오후 2시. 김창수 사무국장과 헤어진 이들 3명의 방역요원은 포곡면 일대의 구역을 나눠 다시 임상관찰을 떠났다.
이들 방역요원의 하루는 오전 8시부터 시작돼 늦은 저녁이 돼서야 끝난다.
김기호 방역요원의 경우만 보더라도 오전 8시 집을 나서 오전에만 6개 농장에 대한 임상관찰과 함께 1개 농장에 대한 채혈을 마쳤다.
방역요원이 이처럼 임상관찰과 채혈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구제역은 물론 돼지콜레라를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다.
또 철저한 임상을 통해 구제역과 돼지콜레라를 사전에 발견해 확산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농장 예찰에는 농장주명과 사육형태, 돈분처리방식, 최근 농장내 폐사 여부등에 대한 문진과 함께 농장입구에 생석회 도포와 소독시설 여부, 돈사밖에 발판 소독조가 있는지 등의 일반적인 사항은 물론 변비와 설사여부와 마리수, 발적이나 청색증유무, 포개져 있는 돼지 유무, 체온과 식욕절폐 유무, 유사산과 유사산 태아의 형태, 발굽이나 입술주변, 혀의 수포 유무와 크기, 호흡기 상태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찰을 하고 있다. 또 돈사내의 온도와 습도, 가스 유무 등에 대해서도 관찰을 하며 이 모든 사항은 예찰점검표에 기록돼 보관된다.
김기호 방역요원은 임상관찰이 제대로 되지 않는 채혈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임상관찰이 중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대한수의사회도 구제역을 사전에 막기 위해 각 시도지부에 공문을 보내 개업수의사들이 농장 진료시 임상관찰을 강화하라는 공문을 보낸바 있다.
하지만 가축질병 예찰이 용인시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는 곳도 많다. 우선 농장주들이 돼지에 스트레스를 주고 질병전파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아예 농장 진입을 막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농장주의 협조가 없으면 채혈과 임상관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가축질병 예찰에 대한 농장주의 인식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농장에 들어갈 수 없으니 전화로 예찰을 하지만 농장주들이 이에 정확하고 성실하게 답변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기호 방역요원은 "농장주에게 솔직하게 대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농장주에게 아는 범위내에서 솔직하게 설명하고 아는 범위를 벗어나면 채혈을 한후 정밀검사를 하자는 협조를 구할 수 있어야 합리적인 예찰활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가축질병 예찰은 방역요원이나 수의사들만의 몫은 아니다.
농장 진료 수의사와 방역요원, 농가가 서로 크로스 체크하며 임상관찰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김기호 방역요원의 설명이다.
수의사들은 농장진료시에 다시 한번 구제역 등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고 방역요원 역시 정기적인 임상관찰과 채혈을 강화해야 하며 농장주나 농장 관리인 또한 아침 저녁으로 농장 관리시 사료섭취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와 입과 발굽, 콧등에 수포병변 등이 있는지에 대한 예찰을 강화해야 한다.
실제 지난해 구제역 발생당시 원발농장이후 구제역이 조기에 발견될 수 있었던 것도 농장주들이 세심하게 임상관찰을 한 결과라는 점에서도 농장주들의 철저한 임상관찰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아예 (사)가축위생방역지원 경기도본부는 구제역과 돼지콜레라는 물론 돼지오제스키병과 뉴캣슬, 유방염에 대한 임상관찰방법을 담은 각각의 홍보물을 제작해 도내 전체 농가에 1장식 송부했다. 농가단위에서도 임상관찰을 철저히 실시해 질병발생을 조기에 색출해 내자는 취지에서다.
(사)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김창수 사무국장은 "채혈에 앞서 임상관찰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임상증상 관찰방법을 담은 홍보물을 농가에 배포했고 방역요원들에게도 각 질병별로 예찰요령을 정리한 홍보자료를 계속 송부하고 있다"며 "가축질병 확산을 사전에 예방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농장주 스스로도 농장관리시 임상관찰을 세심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