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수출 도착증이 부른 돼지 콜레라 재앙

홍문표 수의사 문성농장 대표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3.05.14 10:30:25

기사프린트

돼지 콜레라 예방 접종이 정부에 의하여 강제로 중단된 지 일년도 못되어 연속적으로 터지는 콜레라→구제역→콜레라로 이어졌고 다시 구제역이 발생하리란 우려 때문에 "불안해서 못살겠다. 콜레라만이라도 안심할 수 있게 해달라"는 탄원서를 준비하던 중에 잠잠할 줄 알았던 콜레라가 순식간에 전국으로 번지는 "재앙 중의 재앙"이 드디어 걱정했던 대로 발생하고야 말았다.
"대 일본 수출이 재개되면 떼돈이 벌릴 것"이란 망상에 젖어 있던 상당수 양축가의 기대심리 상태도 문제였지만 "점수도 따고 명성도 얻으려"던 농림 당국의 성급하고 졸속한 청정화 정책, 현장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론에만 치우친 학계와 연구기관의 좁은 안식이 한심하다 못해 분통이 터진다.

돼지고기 수출 역사 30여 년에 얼마나 많은 돼지고기를 수출해왔고 양돈 산업 발전에 얼마나 기여해 왔나?
우리나라보다도 몇 년 늦게 시작했던 대만은 '97년 구제역이 터지기 직전까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연간 40만 톤이 넘는 급신장을 보였지만 그 당시 우리는 3만 톤도 버거웠었다.
대만의 구제역 덕택으로 99년도에는 7만 톤까지 늘어났지만 문단속(국경 방역)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그 나마조차 다른 경쟁국에 모두 넘겨주고 말았고 지난 5월에는 또다시 재발한 구제역으로 인하여 일본까지 갔던 제주산 돈육마저 "퇴짜"를 맞고 되돌아오지 않았는가?
과연 이 수출물량으로 양축가에게 얼마나 많은 수익을 보태주었으며 양돈 산업 발전에 얼마나 기여를 해왔을까?
필자의 견해로는 "별로"이다. 아니 내게는 최근에 정부가 준 쥐꼬리만한 수출 장려금 밖에 없다.

그 이유는
첫째 :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냉장육 보다 값싼 냉동육 수출이 대부 분이었고
둘째 : 수출업체의 난립과 치열한 경쟁으로 "제닭 잡아먹기"식 이었으며
셋째 : 바이어를 제대로 잡지 못해 우회 수출로 제값조차 받지 못했다.
넷째 : 수출량보다 수입량이 더 많았고 주요 수출업체는 수입업체로 전향 하여 절대 선호 부위인 삼겹살과 목등심을 주로 수입하여 국내산의 가 격 안정을 억제하였고 자기들 배만 불렸다.
다섯째 : 생산원가는 여타 경쟁국보다도 30∼40%이상 비싼데도 사료곡물 등의 수입관세나 제 세금 감면 등 농가 혜택은 하나도 없고 폐수처리 기준은 날이 갈수록 강화되어 오히려 생산원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여섯째 ; 수출이 수입을 압도하려면 지육 시세가 Kg당 2,300원 이하이거 나 일본사람들의 입맛을 환장하게 할 정도로 특출한 맛을 내게 하고 상 품을 고급화해야 한다. 이런 생산 원가도 못 미치는 가격 대에서 살아 남을 양축가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일곱째 : 시장이 너무 좁아서 수급 균형 여하에 따라서 가격이 "미친× 널뛰듯"하는 데다가 정부는 소비자 물가를 잡는 답시고 예고 없이 수출 을 통제를 하곤 하는데 어느 골빈 바이어가 물량과 가격조차 보장받을 수 없는 상품을 수입해 가려고 하겠는가?
여덟째 : 가장 큰 과제는 돼지 콜레라와 구제역이 동시에 청정국 지위를 인정받고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과연 자신할 수 있는 가?

그럼에도 대 일본 수출을 서두르는 당국을 향해서 육류 수출입 협회 김강식 회장(전 축산 국장)은 2년여 전에 어떤 모임에서 하신 강좌에서
"이제는 우리나라도 돼지 고기 주요 수입 국이다. 따라서 양돈 산업은 내수를 위주로 하되 남아도는 비 선호부위 정도나 수출하는 여유로 전환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 분의 주장대로 일본은 아니라도 싼값일 망정 필리핀, 러시아, 홍콩 등지로의 수출길이 열려서 돼지고기 적체 해소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일본 수출 도착증에 빠진 위인들" 때문에 그 나마의 수출 길 마저 막힐 위기에 처했음은 물론, 수출 기대로 사육 두수는 한껏 늘려 놓아 경기 침체와 겹치는 바람에 유례 없는 9개월 째 양돈 불황에 허덕이고 있으며 언제쯤에나 회복될 수 있을지 전망조차도 할 수 없으니 답답하고 불안하기 끝이 없다.
한치 앞도 예상하지 못하고 "최단 시일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청정화에 성공했다"는 세계적인 업적과 "수출 실적…" 망상에만 빠져 있던 농림 당국은 또 한번 국민을 불안과 실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고 정부에 대한 불신 풍조만 부풀려 놓았다.
물론 청정화는 생산 기반 안정과 효율 증대를 위해서 누구나 바라는 바이지만 단지 "대일 수출을 하루라도 빨리 재개하기 위해서 예방 접종을 급하게 중단하는 것은 재발 위험요소가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극히 불안하다"는 것이 공청회(2001. 9. 20. 검역원)에서 검토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수출 재개 협상에서 "예방 접종을 전면 중단하지 않으면 수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일본측의 강경 자세에 눌려 "접종 중단은 공식적으로 공포하되 위험 지역과 원하는 농가는 접종을 허용한다"는 공청회 결론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뒤엎어 버린 것은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과 같은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거론되는 안전 불감증과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은 사실도 없거니와 책임지겠다고 자진해서 나선 인물도 없이 슬그머니 역사 속에 묻혀 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7일 경기 도청 주관 하에 열린 워크숍에서 이런 일이 있으리란 예상은 전혀 염두에도 두지 않은 채 2002년 구제역과 콜레라 진화를 담당했던 공무원들이 발표한 내용은 모두 하나같이 세계사에 없는 업적을 남겼다고 자화자찬했고 심지어 어떤 친구는 "선진국들은 보상금을 거의 주지 않고도 청정화에 성공했는데 우리는 너무 많이 주었다. 이제 정부는 검역이고 뭐고 할 일 다했다. 차후에 발병하고 안하고는 모두 양축가의 책임이다"는 협박 비슷한 공언을 하고는 반박이 두려운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