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분통이 터지는 것은 발병의 모든 책임을 양축가에게 미루는 것인데 과연 외국으로부터의 병원체 유입도 양축가의 책임이란 말인가? 첫째 : 구제역은 물론 돼지 콜레라 바이러스까지 "수입품"이라고 당국 스 스로 밝혀 놓고 "발병이 농가 책임"이라니 그렇다면 양축가가 돼지 키 우다 말고 공항이나 항구에 나가서 검역, 방역하고 밀수까지 잡아내란 말인가? 둘째 : 구제역과 콜레라가 왕래와 물류가 가장 빈번한 경기도에서만 주로 발생했다는 점, 특히 휴전선과 가까운 곳에서 대부분 시발되었다는 점 에 대하여 왜 주시를 하지 않는가? 셋째 : 일본의 구제역은 "건초 등 사료나 축산물에 의해서 묻어온 것이지 황사는 결코 아니다"고 역학조사결과를 즉시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나 라에서는 수입 건초에서 쇠똥 등이 건초에 섞여 있었음이 인정되었고 수백 건에 달하는 황사 집진 검사에서도 항원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 으며 여타 학계에서도 황사는 아니라고 주장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 지 홍보자료에 황사가 빠지지 않고 있다. 이런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황사가 불어온 역사 기록만도 수 백년이 넘는 다고 하는데 방역 당국의 우려대로라면 여태까지 구제역이 이처럼 잠 잠할 수 있었을까? 넷째 : 어떤 친구에게 "왜 죄 없는 황사는 들먹이고 과거에는 철통같이 방역 활동을 하던 의심이 가는 휴전선에 대해서는 왜 일언반구도 없는 가"하고 항의를 하니까 "확실한 근거가 없으면 외교적 마찰이 우려되고 특히 햇볕 정책 때문에 휴전선을 들먹이는 것은 북한의 비위를 거스리 는 빌미를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란다. 언제까지 할 말도 못하고 해야 할 일마저 접어두며 남의 눈치나 보고 비위나 맞추며 비굴하게 지내야 한단 말인가?. 다섯째 : 돼지 콜레라 만연 우려보다 일본 수출 재개가 그토록 더 급하고 심각한 사안이었던가? 그래서 바라는 대로 대 일본 수출이 재개되기나 했었나? 여섯째 : 429건의 발생에 1,100만두나 되는 돼지를 살 처분 혹은 도축한 네덜란드의 경험에서 인간의 판단 수준에서 착안한 차단 방역만으로는 전파를 막을 수 없다는 진리를 왜 외면했는가? 일곱째 : 당국은 살처분 정책에서 살처분과 예방 접종 병행으로 전환하면 서도 왜 백신을 준비하지 않아서 그토록 아우성을 치게 했는가? 여덟째 : 검역원의 수의학적인 수준은 가히 세계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경기 지역 일부에 대한 백신접종을 재개할 때 왜 씨돼지와 종돈장 등 일부를 접종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단 두 번만 접종하게 함으로써 감 수성 돼지가 계속 늘어나게 하는 등 백신 접종 효과를 무색하게 했을 가? 아홉째 : 강화, 김포 지역의 발병 양상으로 보아 위험 지역, 경계 지역의 의미는 아무리 철저한 차단 방역에도 불구하고 별로 소용이 없는 것으 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 지역의 모든 돼지 특히 종돈에 대한 감시를 소홀하게 할 수 없었지 않았을까? "단 두 번만 이라면 차라리 백신 안하고 말지…" 하고 불평하는 평택 지역 양축가들의 말처럼, 방역협의회 회의에 동석했던 교수들과 대한 양돈 협회 회장의 주장대로 차라리 살처분 정책을 고수했더라면 경기도 지역의 양돈장은 쑥대밭이 되었을지언정, 이처럼 전국으로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재론해서 무엇하랴만 뼈아픈 경험은 좋은 스승이 된다. 특히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 매어 못쓴다"는 격언은 이 재앙에 딱 맞는 교훈이고 재 시도될 청정화 과정에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진짜 뜨거운 맛을 본 이 마당에서 과연 청정화를 재 시도할 강심장을 가진 어떤 양반이 나설지 모르지만- 그보다 앞서 전국을 발칵 뒤집어놓고 그동안 투자하고 공들여왔던 돼지 콜레라 비 발생이 수포로 돌아갔으니 실패한 정책에 대해서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잘되면 내 덕이고, 안되면 말고…"식으로 자리를 옮겨 앉거나 옷을 벗는 것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요즈음 며칠째 산고가 없는 것으로 보아서 일단 타오르는 불은 꺼진 것으로 보이지만 백신접종 이후에는 혹시 벌금이 두려워서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고 발병이 없다 하더라도 잠복상태는 아마도 상당히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여건으로 볼 때 청정화를 유지하기는 발병을 종식시키기보다 더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한가지도 아닌 구제역과 돼지 콜레라 두 가지 전염병을 동시에 청정국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도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농림부는 국회보고 자료에 실토한 것처럼 국민에게 실책을 인정하고 조속한 발병 종식 노력과 함께 응어리진 양축가의 피맺힌 심경을 풀어 주어야 하며 어떤 정책이든지 명예와 직책과 목숨을 걸고 반드시 성공시키도록 노력하는 진지한 자세와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