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협상에 개도국 지위를 연장하기 위한 노력은 그만큼 어렵다. 미국을 비롯한 농산물 수출국들과의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비교될 정도로 그 벽이 두텁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농업 실상에서 보면 과거 10년전에도 그랬듯이 농업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농민의 생존권 사수를 위해서 최소한의 개방 시기를 늦추자는 입장이지만 그벽을 넘기 어렵다는 비관론에 비중을 두는 전문가들이 많다. 특히 주목해야할 것은 글로벌 경제라는 새로운 국제시장 질서의 유입속에 우리가 겪는 내홍이다. 농업계 내부의 갈등은 10년전 규모간 갈등이 주류였으나 최근에 와서는 단체간 동업계 사이에서 빚어지는 첨예한 갈등과 반목 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이 어려운 시기에 농업계가 하나가 되지 못하는데 따르는 손실은 결국 농민들에게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혹자는 이렇게 지도자들에게 주문한다. 농민들의 목소리를 대변만 할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새로운 시장 질서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 개발과 지도 기능도 함께하는 참 지도자의 발현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대안 제시는 생략한 채 현안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인기에 영합하는 선동형 지도자는 우리 농업계를 또 다른 블랙홀로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지적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 농축산업은 도도히 흐르는 국제 시장 질서에서의 대응이 불가피하다. 시장 경제란 곧 비교 우위를 뜻하는 것이고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규모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제 경쟁을 위해 불가피하게 규모화를 서둘러야 하고, 이과정에서 새행 착오와 소외 계층에 대한 복지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하는 고민이 상존하고 있는 농정은 이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는 뚝심있는 리더쉽이 절실하다. 하지만 불가피한 선택일지라도 어떻게 하면 시행 착오를 최소화하면서 발전적인 시너지를 이끌어 내느냐 하는 것이 당면 현안임이 틀림없다. 축산분야는 근래 보기 드물게 축산물의 잉여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연한 결과인 것을 뒤늦게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추진해온 규모화로 인해 생산강도가 높아졌고, 자력 생존하는 소규모 양축농의 꾸준한 몸부림, 활짝 열려진 외국산 축산물...여기에다 소비 증가의 탄력이 제동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병목 현상이 바로 축산업계가 겪는 고통이다. 그동안 작은 병목 현상에 대해 그때 그때 해소책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큰 병목 현상으로 이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같은 시점에서 개혁을 생각한다. 지난번 구조조정 차원에서 단행된 협동조합 개혁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통합 농협이 축산분야 발전에 제 역할을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하는 점이다. 그러나 통합 농협은 결론적으로 병목 현상이 심각한 축산업에 대한 조정자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축협 통합은 곧 생산자를 위한 것인 점을 감안할 때, 오히려 생산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물론 개혁이 잘되고 못된 것은 역사가 증명하겠지만 당장 축산분야는 통합 농협의 축산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불거져 노오고 있다는 사실은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다. 흔히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농업 여건하에서 이 단어를 생각하면 더욱 실감난다. 하지만 개혁은 해야 한다. 우리나라 축산업의 부가가치 측면을 보면 그래도 우리 농촌의 경제 품목으로 수위를 차지하는 만큼 어떻게 하면 돌출된 부정적인 시각을 해소시키면서 조화있게 발전시키느냐 하는 것이 과제다. 두말할 필요가 없다. 축산업의 전업화가 상당 수준 이뤄졌다고는 하나 모두가 독자적으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했거나 독자 생존 여건을 충분하게 갖췄다고는 볼 수 없다. 하기 때문에 품목 협동조합으로 뭉쳐 사업 절차와 기능의 단순화로 교섭력을 배가 시킬수 있는 협동조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조합 종사자들은 축산 조합원들을 뜨거운 가슴으로 응대하고 개방 시대에 적응력을 키워주는 지혜를 일깨워 주는 시대에 앞서가는 협동조합 사명과 역할을 개선하는 개혁이 바로 농축산분야 지도자들이 일궈내야할 중대한 현안 과제가 아닌가 싶다. 특히 앞서 단행된 개혁은 정부 주도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번 개혁은 농민 스스로 해야한다는 점에서 지도자들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협동조합 개혁의 본질은 조직과 조직원 이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산업 발전을 목표로 사업과 기능이 조정되는 개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하기 때문에 지도자들의 마인드가 시대 흐름에 대처할 수 있는 폭넓은 사고와 대안 위주의 리더쉽을 절실히 요구받고 있다. 농업계 지도자들이 분열되고, 업계는 밥그릇 싸움으로 일관할 때 원가 경쟁에서 불리한 우리 농축산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