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도축장 주변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고기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런 시장은 일반소비자들도 찾고 있지만 물량면에서는 식당 등 요식업소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달 12일 기자가 지명을 대면 서울시민이 누구나 알 수 있는 한 시장을 찾았을 때 거의 모든 업소들이‘한우전문점’이란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그중 제일 먼저 눈에 띄는 ㅈ가게 앞을 지날 때 가게 점원이라고 밝힌 한 남자가“고기 사러 오셨습니까”라는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한우고기 있습니까”라고 물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어느 부위 찾으시는데요”라고 되물어 그때 소속을 밝히고 정중히 취재 협조 요청을 했다. 취재 성격상 친절한(?) 협조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소속을 밝힘과 동시에“우린 아무 것도 모르니깐 다른 가게 가서 알아 보라”는 사장인 듯한 여자의 앙칼진 목소리가 가게 안에서 들려왔다. 처음 취재를 기획했던 의도가 한우농민들이 그토록 유통투명화를 외치고 있는데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점원의 말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우리 가게는 절대 한우고기는 안 판다”고 손 사레를 치면서“전량 육우고기다”라는 말과 동시에 인상이 일그러졌다. “그럼 왜‘한우전문점’이란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하느냐”고 재차 물었더니“다른 곳도 다 그렇게 하고 있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점원의 완강한 태도에 취재진은 사진을 한 장 찍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내심‘한우전문점’이라는 간판이 내 걸린 가게라면‘한우고기는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취재에 임했던 기자는‘한우고기는 없다’라는 말을 듣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한우전문식당’을 하는 손님으로 가장하고 다른 가게로 향했다. ㅈ가게 점원이 계속 기자를 주시하는 관계로 길가를 가로질러 50m정도를 내려오는데 역 3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점원 아줌마가 앞 가게에서와 마찬가지로“무슨 고기 찾으세요”라는 말을 걸어왔다. 이 가게는‘한우전문점’이라는 간판대신‘한우머리’‘한우꼬리’전문점이란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취재진은“한우전문 식당을 개업하려는데 한우고기를 구입했으면 한다”고 의중을 떠받다. 혹시 했는데 역시나 점원은“한우고기는 없다”며 처음 가게에서와 마찬가지의 대답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더욱 충격적인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 가게에는‘한우전문식당’을 한다는 손님들이 많다”며 하지만“한우고기는 찾질 않고 육우고기를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이 근방 정육점에는 주문을 하지 않는 이상 한우고기는 절대 없다”고 단언했다. 기자는 재차“소비자들이 육우고기를 한우고기라고 알고 살수도 있겠다”라고 조심스럽게 물으니“당연하다”고 잘라 말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이 많은 정육점들은 둔갑판매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가끔 일이 있어 아침 새벽이슬을 맞고 가게에 나와보면 상인들이 정신없이 소머리를 다듬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점원의 설명으로는 젖소 노폐우나 육우 등 소머리를 한우머리로 둔갑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점원과 장시간 대화를 나누다 보니 가게 주인이 바쁜 일을 끝마쳤는지 취재진에게 좋은 고기를 공급해 줄 테니 써보라고 권했다. 다시 한번 한우고기를 찾으니“한우고기를 정 원한다면 구해줄 수는 있지만 육우로 장사해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씁쓸한 마음을 안고 다시 길을 올라오다 보니‘한우전문점’이라는 간판이 크게 내 걸린 정육점에서 차를 갖고 고기를 한아름 사는 40대 아주머니를 볼 수 있었다. 아주머니와의 인터뷰를 위해“뭐 하시는 분이신 데 고기를 많이 사냐고”하니“식당을 한다”고 대답했다. “한우전문식당을 하냐”고 재차 물으니“어디서 나왔냐”며 도망치듯 차에 올라타고 갔다. 또 취재진의 행동을 주목했는지 처음 갔던 ㅈ가게 점원이 다시 나타나“감시하러 나왔냐”“사진을 왜 찍었냐”며 따지듯 물었다. 취재를 마치고 이 수많은 정육점들이 거의 모두‘한우전문점’이란 간판을 내걸고 있어 내심 몇%라도 한우고기가 있겠지 기대했으나 이곳은 한우고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물론 사정상 모든 정육점을 취재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한우농민들의 유일한 대변인인 한우협회를 비롯해 정부당국 등에서 하고있는 식당원산지표시제, 한우농민 자체적인 명예감시원제 등 대책논의가 공허하게만 들렸다. 월간한우 윤진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