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양돈농가들은 육가공업체와의 거래기준을 농협중앙회서울축산물공판장(이하 서울축공)시세를 전국 13개 도매시장 평균가격으로 적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국시세를 적용하고 있는 곳은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이 서울축공의 시세나 각 지역별 시세를 기준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왜? 양돈농가들은 전국평균시세를 요구하고 있으며 육가공업체들은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까? - 우선 국내 돼지고기 유통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총 돼지도축두수는 총 1천5백33만8천두로 일일도축두수는 약 5만1천두가량이 된다. 그런데 일일도축두수 5만1천두 중에서 가격결정권을 갖고 있는 전국 13개 도매시장에 출하되는 물량은 지난해 비육돈, 탕박, 모돈을 합해 약 3백30만두가 출하됐으며 전체 도축물량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모돈과 탕박돈을 제외하고 비육돈만을 볼 때는 전체 물량의 12%에 불과하다. 그런데 현재 육가공업체들이 기준으로 하고 있는 서울축공만을 놓고 볼 때는 3.8%로 비율이 더욱 낮아진다. 이처럼 전체 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낮기 때문에 양돈농가들은 서울축공시세를 기준으로 하기에는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또 양돈농가들은 이처럼 전체 물량에서 서울축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일일 경락진폭이 심해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육가공업체들은 서울축공시세를 적용하고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합리하다는 것을 공감하면서도 지금 당장 전국시세 평균을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육가공업체들의 주장은 도매시장별로 상황이 틀리고 일부 도매시장의 경우 암수성비가 암컷에 집중되면서 95%를 넘는 곳도 있는데 이를 일률적으로 평균치를 내는 것은 불합리하며 각 지역별로도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 가격결정 체계의 다양성이 이를 어렵게 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기준시세를 서울축공이나 수도권, 전국평균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각 지역별로 농가별, 육가공업체별로 지육율이나 지급률을 달리하고 있다. 또 지육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이 박피로 할 것이냐? 탕박으로 할 것이냐? 에 따라서 틀려지며 생체구매를 할 것이냐? 등급제구매를 할 것이냐에 따라서도 상황은 틀려지게 된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어떤 기준으로 하느냐가 양돈농가나 육가공업체들의 수익에 직결되기 때문에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왜 양돈농가들은 전국평균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나? 현재 서울과, 경남, 전국평균 가격 동향을 보면 경남지역이 높게 형성돼 있고 서울축공 시세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도드람양돈조합의 조사결과 5월 26일부터 6월 25일까지 서울축공의 총경락두수는 3만6천7백58두 였으면 평균단가는 3천21원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수도권은 총 8만9천4백84두가 경락돼 지육 kg당 평균 3천72원으로 서울축공보다 51원이 높았으며 전국시세는 총 12만3천1두가 경락돼 평균 3천97원으로 서울축공보다 76원이 높았다. 평균 등락폭 역시 서울 72원, 수도권 52원, 전국 40원으로 서울축공의 가격변동 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처럼 서울보다는 수도권, 수도권보다는 전국평균시세가 안정된 가격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축공의 경우 이 기간 중 6월 13일(금), 14일(토), 16일(월)의 평균 경락가를 비교할 때 13일 2천9백87원에서 14일 2천7백58원, 16일에는 2천9백59원으로 2백원이 넘게 차이를 보이며 하루에 10%에 달하는 등락을 보였다. 이처럼 경락가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양돈농가 입장에서는 출하일에 따라 수익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 이러한 가운데 이미 전국시세 및 수도권시세를 적용하고 있는 곳의 문제점은 없나? 경기 연천, 포천, 강원철원의 경우는 지난 4월부터 수도권시세를 적용하고 있다. 또 도드람양돈조합의 경우 지난 2월부터 전국시세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시세를 적용하고 있는 지역의 경우 양돈협회 지부를 중심으로 농가들과 육가공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수도권시세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시세를 적용하고 있는 도드람양돈조합의 경우 돈가가 안정적일때는 문제점이 제기되지 않았으나 최근 돼지값이 상승하면서 육가공업체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육가공업체들은 무한 경쟁시대에 최종 소비에서 차별화된 등급제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세보다 높은 전국시세를 적용함에 따라 서울시세를 적용하고 있는 육가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또 도드람양돈조합 역시 농가들의 입장에서 전국평균을 적용하고 있지만 육가공업체 입장에서는 불만이 커지며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 그러면 어떻게 하면 양돈농가뿐만아니라 육가공업체들도 공감할 수 있는 가격결정체계가 이뤄질 수 있을까? 양돈농가들이 요구하는 점도 무조건 전국시세를 적용해 높은 값을 받겠다는 주장은 아니다. 지금의 서울시세는 가격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농가들이 출하시기에 따라 소득 차이가 크게 발생되게 되는데 전국평균을 적용할 경우 안정적으로 출하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일률적으로 전국시세를 적용하기보다는 지역특성에 맞게 지역 육가공업체와 합리적인 가격체계를 갖고 서로가 안정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또 육가공업체 관계자들도 수도권 시세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지만 암수성비가 일정한 서울축공과 부천공판장을 묶어서 적용하는 방법도 하나일 것이라는 것이다. 또 현실적으로는 적용하기에 쉽지 않겠지만 육가공업체와 양돈농가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가격을 결정 연간단위의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과 원료돈 공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결국 문제는 어떠한 기준을 갖더라도 양돈농가와 육가공업체는 서로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유리하다고 해서 기울어진다면 결국 전체 양돈산업에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양돈협회와 육류유통수출입협회, 양돈농가, 육가공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합리적인 방안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는 자리가 마련 되야 한다는 것이다. 한냉의 박보업씨는 가격기준을 어떻게 결정하던지 문제는 서로간의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씨는 양돈농가가 없이 육가공업체가 살수 없으며 육가공업체가 없이 양돈농가 역시 살아갈 수 없는 공생관계이기 때문에 서로가의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우선 국내 돼지값 동향이 1년 단위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돼지값이 높은 시기에는 육가공업체에서 어렵기 때문에 양돈농가들이 도와주고 반대로 돼지값이 낮은 시기에는 장려금 지급 등을 통해 서로간의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등급제를 현실에 맞게 개선, 정착이 필요하다고 주장이다. 등급구별로 구매하고 있는 육가공업체에서는 상등급 지육을 구매함으로써 비용은 증가하지만 소비시장에서는 등급구분이 이뤄지지 않아 비용만큼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등급제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