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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통합 3년

'협동조합 이념'에 기초한 사업 펼쳐야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3.07.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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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는 지난 1일 농·축·인삼협중앙회 통합 3주년을 맞았다.
정부와 통합농협은 2000년 7월 출범당시 ‘통합 시너지효과’를 내세우며 축협과 축산인들에게 통합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통합 3년을 회고하면서 대다수 조합장들은 경제사업분야는 원칙적으로 수익을 우선하면서 오히려 과거보다 부진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축협 조합장들은 통합농협의 지도부문과 신용사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조합장들과 전문가들은 농협중앙회가 앞으로 농업·농촌 현실을 직시하고 전문성에 대한 지원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통합 3주년을 맞아 전문가와 일선축협 조합장들을 통해 현장에서 느끼는 통합의 장단점, 그리고 앞으로 농협중앙회가 접근해가야 할 과제에 대한 의견을 정리했다. <편집자>

▲안병호 조합장(함평축협)=통합이후 지도관리부문에서 만큼은 확실히 농협이 잘한다는 점을 느꼈다.
반면 경제사업에 있어 수익에만 초점을 둔 농협중앙회를 보면서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협동조합은 중앙회가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양축조합원이 몇배의 이익을 얻는다면 꼭 해야 하는 사업이 많다.
농협중앙회가 연간 몇천억씩 흑자를 내면서 절대 손해나는 사업은 하지 않는 일반기업적 성향을 갖고 탈 협동조합적 모습을 종종 보여왔다는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
특히 농촌형 조합들은 상당히 어려운 사업여건에 처해 있다. 중앙회 경제사업 수익의 원천은 회원조합이다. 또 조합 경제사업은 양축농가들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수익을 덜 올려도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중앙회는 회원조합이 조합원을 위한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쌀시장도 중요하지만 농촌경제에서 경종농업 못지 않은 기반을 갖고 있는 축산업에 대한 경제적 측면을 현실적으로 인정해 축산분야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김창모 조합장(사천축협)=3년 동안 통합시너지 효과가 없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통합농협은 농촌경제의 주축산업인 축산업에 대해 문외한으로 일관하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종농업만 너무 추스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축산 관련부서에 축산전문가들이 배치되지 못하는 중앙회 인력배치에서도 이같은 중앙회의 인식은 반영되고 있다.
축산관련 기자재는 전문성을 지닌 축협이 취급해야 함이 당연한데도 농협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현실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된다.
통합취지는 농·축·인삼협중앙회가 해체되고 새로운 통합농협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이제 중앙회 임직원들은 그동안 축협중앙회가 흡수 통합됐다는 전제를 깔고 업무를 진행해온 점을 하루빨리 해소시켜야 한다.
그리고 통합취지에 맞게 농민에게 실익을 줄 수 있도록 중앙회를 슬림화해야 한다. 회원조합 살리기라는 명분만으로 신용사업에 치중하는 모습에서도 과감하게 탈피해 나가야 한다.
▲오경욱 조합장(제주양돈축협)=통합시너지 효과는 대별적으로 볼 때 신용분야에서 만큼은 일정부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체적인 협동조합 신용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일반고객들에 대한 신뢰확보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또한 세부적으로 지나친 문제도 없지 않았지만 통합농협의 제도와 통제부문이 과거보다 잘돼 있어 조직적인 관리에 있어 효율성이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경제사업에 있어서 만큼은 통합이후 더욱 어려워졌다. 경제사업 규정등에 있어 농협잣대로 축협사업을 적용하다보니 현실과 괴리감을 느끼기도 했다.
앞으로 농협중앙회는 일반적인 농협틀을 깨고 농업뿐 아니라 축산업에 있어 품목별·축종별로 발전대책과 계획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세계시장에서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축종별로 전문성을 살려줄 수 있는 지원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윤상익 조합장(여주축협)=농협중앙회는 통합하는데만 신경을 썼지 축산업과 축산인을 포용하는데는 미흡했다는 판단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중앙회가 농촌과 농민, 축산업을 위해 마음을 열지 않으면 통합시너지 효과는 없을 것이다.
협동조합은 신용사업이나 하고 사료팔아서 이익만을 남기는 조직이 아니다. 농민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 우선되는 협동조합 풍조가 아쉽다.
농협중앙회는 양축농민과 회원조합의 어려움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중앙회 사업위주가 아닌, 진정으로 농민과 조합을 중심에 둔 사고와 사업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통합취지에 맞게 축산인과 축산업을 의붓자식이 아닌, 당당한 주체로 인정하고 축산업의 어려움 해소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회원조합에 대한 통제와 제재보다 농민과 조합을 위해 무엇을 지원해줘야 하는지 고민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홍성권 조합장(옥천영동축협)=중앙회 통합이후 시너지효과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양축농가들과 관련종사자들은 실망감이 큰 것이 현장의 분위기이다.
농협중앙회를 보면 전체적인 흐름에 있어 축산을 소외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일선축협과 양축조합원들은 뭐라고 딱 꼬집기 전에 이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질적으로 회원조합 대우나 지원에서도 일선축협 대해 선입견을 갖고 배제하는 것을 느낀다는 얘기다.
양축농가들은 조합에 대해 과거 축협중앙회보다 기대할 것이 없다는 평가를 많이 한다. 중앙회나 조합이 양축조합원에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농협중앙회가 제시한 조건과 기준을 충족시키고 구조개선대상 조합이 되지 않기 위해서 현재 일선조합들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노력이 양축조합원과 협동조합 이념과는 거리가 멀다는데 있다.
▲안사현 조합장(원주축협)=통합당시 시너지 효과를 조합원에게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양축농가들에게 이익이 돌아갔다고 보긴 힘들다.
통합후 중앙회는 스스로의 몸집만 키우고 사업을 늘리는 모습만을 보여줬다. 개혁이라는 명분아래 자회사를 만들고 결국 퇴직직원들을 위한 자리만 만들었다는 것이 현장의 인식이다.
통합농협은 앞으로 진정으로 통합시너지 효과를 농민에게 주기 위해선 이미 현장에서 진행돼 있는 전문성에 힘을 실어주는 구도로 가야한다. 비슷한 업무를 놓고 일선 농·축협이 경쟁을 하는 것을 해소하고 전문성 있는 조직이 원할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도 육성해야 한다.
또한 축산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양축농가 컨설팅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회 차원에서 조합컨설팅 지원 전담조직을 확대 개편, 예산과 인력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유진춘 교수(한국협동조합학회장·경북대 교수)=과거 정권에서 비대화된 협동조합중앙회를 슬림화·효율화해 WTO체제에서 살아남는 농협, 농민을 위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농협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통합농협이 출범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는 오히려 비대화되었다고 보여진다.
현재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신경분리가 제기되고 있다. 신경분리가 능사만은 아니지만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효율적인 금융체계를 갖춘 농협의 신용사업을 위해 신경분리는 필요하다.
분리시 신용사업이 경제사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회원조합이 농협은행에 출자를 하고 집행부와 임원을 회원조합이 선출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지금 농촌과 농업, 축산업을 보면 협동조합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면과제이다. 농협개혁이 가닥이 잡히면 자율단체에 걸맞게 농민단체와 조합장, 조합원 중심으로 법개정문제에 접근해야 옳을 것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낙후된 농촌발전을 위해 최소한 광역자치단체의 정책 파트너는 농협이 돼야 하며, 이때의 농협은 도연합회 체제를 갖추는 것이 마땅하다.
▲장종익 소장(한국협동조합연구소)=농협의 개혁이 또다시 논의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지금까지 개혁다운 개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협의 이번 개혁은 진정한 농민의 조직으로 거듭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협동조합은 기본적으로 조합원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협동조합이 금과옥조로 삼아야할 7대 원칙에 초점을 맞추면 개혁문제의 방향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중앙회의 경우 회원조합에 대한 하향식 통제구조를 과감히 탈피하고 객관적인 지도감독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아울러 현행 중앙회를 기능별로 전문화해야 한다. 경제사업을 전담하는 연합회를 조합이 자유롭게 설립할수 있도록 하고 신용은 신용사업연합회로 분리하고 은행금융은 자회사형태의 농협은행으로 설치해야 한다. 현행체제로는 협동조합의 경제사업이 발전할수 없으며 농협이 ‘돈장사’에만 급급하는 모순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