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나라에 제주산 돼지고기 수출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주의에 따른 개방을 가능케 하는 WTO/SPS 협정 내용이 부각되면서 수출·입국간에 새로운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은 국가주의 개념을 적용, 적절히 개방에 대응해 왔지만 앞으로는 국가주의가 아닌 지역주의를 적용한 개방 요구가 있을 경우 상대국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93년 12월에 타결된 UR협상인 WTO/SPS 협정에 따르면 '병해충 안전지역 및 병해충 발생이 적은 지역을 포함하는 지역적 조건에의 적응'이라는 조항이 명문화돼 있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국가주의 개념으로 수출입을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 즉, WTO 회원국은 병해충 안전지역과 병해충 발생이 적은 지역의 개념을 인정하고, 이러한 지역의 결정은 지리, 생태학적 체계, 역학적 감시 및 위생 또는 식물 위생관리의 효과성 등의 요소에 근거한다로 명시돼 있는 것이 지역주의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임을 입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이제 더 이상 국가주의 개념만을 주장할 수 없게 돼 앞으로 일본으로의 수출은 물론이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도 지역에 따라 허용할 수 밖에 없게 돼 국내 축산업계에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그동안은 우리나라가 국가주의로 대응해 왔지만 이제는 지역주의를 인정하는 내용이 협정에 명시돼 있다는 점을 상대국들이 주장해 오는 만큼 이에 걸맞는 통상정책으로 나아가야 하는게 아니냐"며 지역주의 도입을 시사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SPS협정이란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의 적용에 관한 협정으로, 사람과 동식물의 건강 및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관련물품의 무역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WTO의 여러 협정중 하나다. 김영란 yrkim@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