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육우협회 낙농진흥회 농가대표자 협의회와 농림부가 원유생산 감축에 합의하고, 곧바로 이에 따른 정부 발표가 이어짐으로써 낙농진흥회 잉여원유를 둘러싼 문제는 한 고비를 넘겼다. 그동안 정부의 원유 생산 감축 불가피론과 낙농진흥회 농가들의 원유 생산 감축 불가론은 사실 양측 입장이 나름대로 설득력있는 논리를 내세우며 팽팽히 맞서 왔다. 되짚어 보면 유제품 시장 개방이후 유제품 수입이 크게 늘어난데다 원유 가격 보장이 뒷받침되면서 원유 생산 또한 꾸준히 늘어난데 비해 우유 소비는 그만큼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어 만성적인 우유 공급과잉 구조를 나타냈고, 여기서 정부는 그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원유 생산 감축이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반면 낙농진흥회 소속 낙농가들은 낙농시장이 그런 구조를 형성한 것은 정부가 낙농진흥회를 설립한 이후 낙농진흥회 회원에 가입할 경우 원유 집유를 보장하는 등 무리한 가입을 추진한데 따른 것임을 지적하고, 정부 책임론을 앞세웠다. 농가들은 또 WTO 출범이후 축산물시장이 개방되면서 축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모의 경제 실현과 시설 개선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지상과제였으며, 또한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했음을 강조하고 이같은 시설 투자로 인한 부채를 정상적으로 갚아 나가기 위해서라도 원유 감축은 불가함을 거듭 주장했다. 이같은 정부의 원유 감축 불가피론과 농가의 원유 감축 불가론은 지난해 11월 잉여원유차등가격제를 실시하는 시점에서 최근에 이르기까지 거의 평행선을 유지해오다시피 했다. 물론 지난 5월 중순 폐업하거나 감축하는 농가에 대한 보상 정책이 발표됨으로써 그러한 팽팽한 대립이 완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낙농진흥회 소속 낙농가들이 따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다시 평행선을 이어갔다. 그렇게 마주 달리던 평행선이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정부와 농가간 양측 입장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농가들도 원유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시대적 상황엔 원칙적으로 부정할 수 없었으며, 정부도 원유 수급이 오늘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책임이 일부 있음을 인정한데다 농가들이 불가피하게 증산한 현실적 문제에 대한 보완의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원유 감산목표를 18%에서 9%로 낮춘 것을 비롯해 시설투자 등으로 증산이 불가피했던 농가에 대해서 기준량을 30% 추가해 상향 조정하고, 영세농가와 재해 농가 등에 대해 배려하며 경영자금을 지원한 것등은 바로 정부가 원유 감산 정책에 따른 낙농 농가들의 피해를 인정하고 이를 이번 감산 정책에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고 진흥회 낙농가들이 이같은 합의 결과에 1백% 만족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대로 원유를 9% 감산한다 하더라도 지난해 11월에 책정된 기준원유량 또는 이번에 조정된 기준원유량에 따라 유대 정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정상 유대인 kg당 620원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는 정부대로 낙농가들의 요구를 너무 많이 받아들여 원유 감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봐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낙농농가와 정부간 '원유 감축 합의'는 우리 축산 현안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꾸준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합의점을 찾은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점에서 의미있게 평가된다. 지난 8일 저녁 7시부터 9일 새벽 2시까지 계속된 마라톤 회의를 생각하면, 회의에 참석한 낙농가 대표와 정부 관계자들이 서로 얼마나 많은 설전에 설전을 거듭했을 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번에 농가와 정부간 합의된 원유 감산 정책은 그것대로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낙농시장이 안정된 수급 구조를 갖기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할 문제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정부의 낙농 정책에 대한 낙농가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일에서부터 우유소비 확대와 원유가격 체계 개선, 그리고 농가와 농가 규모간 갈등 해소 문제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그야말로 산넘어 산이다. 어쩌면 낙농 현안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인내가 정부와 낙농가 모두에게 공히 요구된다 할 것이다. 지난 10일 낙농가와 정부간 원유 감산 정책 합의를 보고 한 고비를 넘겼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어쨌든 낙농가와 정부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잡은만큼 앞으로도 더욱 성숙된 자세로 각종 현안에 임할 것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