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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축산 어떻게 될 것인가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3.07.21 09: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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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축산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축산 현장에 나가보면 이같은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축산인들이 기자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말 그대로 장래 우리 축산의 전망이 궁금해서라기보다는 우리 축산이 걱정돼서 그러는 경우가 많다.
왜 우리 축산이 걱정인가. 축산인들은 우리 축산에 대한 걱정의 뿌리를 수입 개방에서부터 찾는다. 축산물 시장 개방이후 밀려든 축산물은 우리 국내 축산물 시장을 고스란히 뺏어 갔으며, 그로 인해 우리 축산업계는 잉여 축산물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최근 원유 감산으로 고통을 겪고있는 낙농업계가 바로 그런 대표적인 경우이다. 우리 낙농업계가 잉여원유 처리 문제로 고민에 빠진 것은 지난 2000년부터라고 할 수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해에 유제품 수입(원유 환산)이 약 64만톤으로 99년의 약 45만6천톤보다 무려 18만여톤이 갑자기 늘어났으며, 이후 매년 65만톤 정도 수입이 이뤄졌다. 지난해 우유 재고가 16만1천톤이었음을 감안할 때 유제품 수입이 99년 수준만 유지됐더라도 요즘과 같은 어려움은 겪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원유 생산성 향상과 소비 둔화도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원유가 남아도는 근본적인 이유는 유제품 수입 증가에 기인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양돈산업도 그렇다. 양돈산업이 최근 4년동안 상반기 가격 상승, 하반기 폭락을 반복하며 수급 불균형에 시달리는 것은 지난 2000년의 구제역 발생으로 수출이 중단됨으로써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돼지고기 수입 동향을 볼 때 2000년에 약 9만6천톤, 2001년에 5만1천5백톤, 2002년에 7만1천톤으로 국내 양돈산업의 공급 과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연말도 돼지고기 잉여량이 약 1만톤으로, 돼지값이 생산비를 크게 밑도는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입이 그만큼 줄어든다면 양돈농가들이 돼지값 폭락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닭고기도 지난 98년 1만3천톤에 불과하던 수입량이 99년엔 4만6천톤으로 3배가량 늘어 났으며, 2000년에는 6만7천톤을 넘어서더니 지난해에는 9만7천톤을 넘었다. 다시말해 2000년이후 지난해까지 닭고기 수입량은 3만톤이 늘어났는데 이기간 동안 국내 생산 증가 역시 약 3만5천톤 정도로 수입량이 그만큼 늘어나지 않았다면 국내 양계농가들의 고통 또한 그만큼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할 수 있다.
다만 한우 산업만은 쇠고기 수입 개방에도 불구하고 위축될대로 위축된 생산 기반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한우 고기 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생우 수입 증가라는 불씨가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렇듯 축산인들은 축산물 시장 개방이후 한우를 제외한 주요 축종 모두가 과잉 생산에 의한 수급 불균형 속에서 불안한 축산을 하고 있다. 여기다 분뇨처리 문제에다 안전성 문제가 노출될 때마다 축산인들의 걱정은 더욱 커진다.
그런데 축산인들을 더욱 암담하게 하는 것은 이같은 축산물 생산 과잉의 원인이 어디에 있든, 이에 따른 현실적인 문제를 인정하고 생산 조정에 동참하고 싶지만 그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데 있다.
지금 당장 생산 규모를 줄이기에는 그동안 계속된 투자로 인한 부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생산 규모를 줄여서 기대 수익을 올리지 못해 부채를 못갚아 고통을 당하든, 아니면 지금 생산 규모를 줄이지 않아 불황을 겪든, 어차피 어렵기는 마찬가지니 갈 때 까지 가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 축산인들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축산업계의 한 지도자는 이를 자전거에 비유한다. 자전거는 폐달을 밟지 않고 멈춰서면 쓰러지기 때문에 쓰러지지 않으려면 자전거 폐달을 밟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멈춰서지 않고 계속 달리므로써 더욱 큰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지만, 멈춰서지 않는한 회생할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자전거 폐달을 계속 밟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축산현장 어디를 가든, 앞으로 우리 축산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걱정의 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 축산업계는 '축산국 폐지 움직임'이라는 뉴스 앞에 "정말 그렇게 하는 것이냐"며 믿기지 않는 표정이다. 믿고 싶지 않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고보니 그런 뉴스에도 오히려 조용한 것이 이상하다. 축산인들이 축산의 장래가 어떻게 되든 말든 관심을 갖지 않으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걱정이다.
우리 축산업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장 축산인이 기자에게 던지는 질문에 대한 기자의 대답은 "축산물은 누가 뭐라해도 지금 선진국이 그러하듯 우리 국민들의 주식이다. 때문에 축산은 누군가 희망을 갖고 계속 영위해야할 산업이며, 희망이 있는 산업"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