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산물가격이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양계수급안정위원회(위원장 조대영·농협중앙회상무)가 당초 취지를 벗어난 예산편성과 잇따른 사업실기, 해외사례조사단 파견 등으로 가뜩이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던 관련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양계수급위는 지난 10일 회의에서 '양계분쟁조정위원회' 구성 및 운영계획을 의결, 내년 사업예산에 편성키로 했다. 육계계열화업체와 계약사육농가를 비롯해 모든 양계현장에서 발생할수 있는 질병 및 사료 품질 등과 관련된 분쟁을 조정, 궁극적으로 양계농가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양계업계에서는 "도대체 수급위가 뭐하는 곳이냐"는 반발과 비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 광주의 한 채란계농가는 "수급위의 탄생 배경이 정부를 대신해 민간차원의 수급조절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제, "분쟁조정위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를 작금의 장기불황엔 제대로 힘도 못쓰고 있는 수급위가 전혀 성격이 다른사업까지 손대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해할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남의 한 육용종계농가는 분쟁조정위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쥐꼬리 예산으로 인해 제대로 사업한다면 한푼이라도 아쉬운 것이 당연할 텐데 수급위원들이 분쟁조정위에 대한 예산까지 대주겠다고 솔선하는 것은 아마도 인심이 후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비꼬기도 했다 이와관련 당초 분쟁조정위 운영을 발의한 수급위원측은 "양계산업 발전을 위한 것인 만큼 수급위에서 할수 있는 사업 아니냐"는 입장이며, 수급위 사무국측도 "이 때문에 수급위원회에서 승인해 준 것이고 이미 농림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혀 농림부측과 사전 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업계전문가들까지도 "효율적 수급조절을 위해서는 많은 예산은 물론 그 위원구성과 운영면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며 "마치 수급위가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는 식의 사고는 수급위의 운용효율은 물론 예산이 태부족한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결정은 다소 의외일 뿐 아니라 수급위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오는 8월말까지를 기한으로 수급위가 전개하고 있는 종계 및 산란노계 도태사업도 논란이 되고 있다. 수급위원인 서울·경기양계조합 이영재 조합장은 지난 10일 회의에서 "추석을 눈앞에 둔 상황에 누가 노계를 빼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아무런 성과없이 끝난 이전의 노계도태사업 실패를 되풀이하려 하느냐"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수급위원회가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하고 사업방법 등 세부방침 마련에 오랜 시간을 끌다가 결국 적정시기를 놓침으로써, '실적 제로'라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는 비난의 화살이 끊이지 않았다. 계정육업체에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종계노계와 같은시기에 사업을 할 경우 산란계노계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당초 계획보다 기한을 한달 더연장시킨 방침이 수급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4천만원이라는 예산이 투입되는 각 부문별 수급위원 및 사무국과 농림부 관계자 등의 '해외양계산업 선진사례조사계획'에 대한 반감도 확산되고 있다. 수급위측은 정부의 수급조절 사업 및 협동조합 생산과 유통관련사업, 소비촉진, 자조금사업 등의 현황을 둘러보기 위한 것으로 이미 올 사업계획에 잡혀있던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 마냥 좋을 리는 없다. 경기도의 한 종계농가는 "업계가 당장 도산의 위협을 호소하고 있는 마당에 소비홍보 한번 더할 생각은 안하고 효과가 의심스런 외유성 시찰을 꼭 해야 겠느냐"며 "가라고 해도 거부해야 마땅한 수급위원들이 의결했다는 되느냐"고 분통을 떠뜨리기도 했다. 업계전문가들은 "양계수급위의 예산규모와 태생적 한계 등을 감안할 때 수급조절 사업의 어려움은 이해한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급위원들의 보다 책임감과 소신있는 역할수행 및 전문성제고를 위한 끊임없는 연구 노력을 통해 조금이나마 업계의 불황해소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일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