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초복(7월16일)이 장마기간 중이라서 비가 오면 어쩌나 조바심했는데 햇볕이 쨍쨍한 무더운 날이 2∼3일간 계속돼 닭고기 매출에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이 여간 다행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장기간의 불황으로 허덕이고 있는데 복날 매출이 뚝 떨어져 재고가 쌓이면 이만저만 낭패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 세 가지 거짓말 중의 하나가 ‘밑지고 판다’는 상인의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1년이 넘도록 정말로 ‘밑지고 파는’육계산업이 장기불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안타깝다. 지난해 6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육계가격이 14개월 동안 생산비(2002년도 기준 1,010원/Kg)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금년 6월 육계시세는 Kg당 평균 637원(중닭기준)으로 떨어졌고 초복과 중복이 끼어 있는 성수기인 7월 들어서도 600∼700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 3년간의 7월중 평균가격 1,297원의 절반 수준이다. 육계사육농가나 계열업체들은 ‘팔수록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왜 이렇게 육계산업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가? 원인은 육계 생산과잉과 소비둔화이고 처방은 생산감축과 소비촉진이다. 육계생산이 과잉이라는 진단은 이미 지난해 여름 성수기에 가격이 하락하면서 내려졌고 생산감축만이 가격을 회복시킬 수 있는 길이라는 처방도 나왔다. 문제는 생산감축을 실행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구경(?)만 해왔다는 사실이다. 종계의 감축을 놓고 업계간의 눈치보기와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는 비협조적 자세로 세월을 보내다 보니 생산잠재력은 계속 과잉수준을 유지해왔다. 육계생산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육계계열생산업체들의 안이한 대처도 문제다. 종계업계에서 병아리를 아무리 많이 생산하더라도 계열업체들이 입식을 감축한다면 2∼3개월 안에 육계생산을 적정규모로 줄일 수 있고 자연히 가격은 회복될 수 있을 터인데 ‘남이 줄이기만을 기다리는 배짱(?)’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현재의 실용계 생산잠재력을 보면 특단의 생산감축 조치를 실행하지 못할 경우 내년 초까지는 생산과잉이라는 불황국면을 탈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육계산업 관련업계와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로 종계감축, 육계생산 감축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닭고기와 가공품의 소비촉진 노력도 시급하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건강에 좋은 백색육(White meat)’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닭고기의 소비를 크게 증대시킨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양계협회와 계육협회간의 입장차이로 실행이 지연되고 있는 자조금사업도 단체이기주의를 버리고 대승적 차원의 합의를 끌어내어 빠른 시일 안에 실행에 옮겨야 한다. 농협중앙회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 양계수급안정위원회는 자조금사업이 개시되기 전까지 닭고기 소비촉진을 위한 대중매체 홍보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생산감축이나 자조금사업추진 과정에서 업계간의 입장차이로 차질이 생길 경우, 정부가 주도해 ‘육계산업비상대책위원회’라도 구성해 불황극복을 위한 세부 실행계획의 수립과 실천을 감독하는 기능을 발휘해 줄 것을 제안한다. 국내 육계산업은 장기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외국산 닭고기와 그 가공품이다. 수입개방시대에 상생(常生)이냐 공멸(共滅)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우리에게 분명한 것은 하나로 뭉쳐 상생의 길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