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에서 산란계농장을 운영하는 L씨도 최근 오랫동안 사용해온 B사 제품 대신 OEM사료를 급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이들 모두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생산비를 절감하는 것외에는 살아나갈 방법이 없다"고 그 배경을 밝히고 있다. 오이엠 사료 관심 확산 양계업계에 OEM사료 바람이 불고 있다. OEM사료란 기존의 배합생산업체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배합비와 생산프로그램에 의해 대량생산되는 제품과는 달리 사료의 소비자(농장이나 조합 또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배합비에 의해 만들어진 사료를 말한다. 옷으로 표현할 경우 배합사료업체에서 일반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사료를 '기성복'에 비유한다면 OEM사료는 '맞춤복'에 속한다. 양돈부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된데다 OEM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적긴하지만 최근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양계업계에서도 그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실제 사용농가들도 하나둘 늘고 있다. 소위 '기술료'를 받고 농장별 배합비작성 및 사료공장에서의 주문생산을 연결해주는 'OEM 관리업체'가 등장하면서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대량 주문이 가능하고 사료전문인력을 갖춘 일부 법인형태의 기업형 농장들이나 조합 등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왔던 OEM사료가 이제 일반농장들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우리 사료와 같이 OEM사료업체에서 농장과 직접 계약, 사료공장에서의 임가공을 통해 자사 브랜드로 제품을 생산 농장에 공급하는 업체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관련 업체나 조합 및 기업형 농장에서 자급하기 위한 물량외에 전문업체들에 취급되고 있는 OEM 사료규모가 전체 양계사료(육계는 제외)의 시장의 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 이렇듯 오이엠 사료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OEM사료업계와 사용농가들은 농장이나 결제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평균 10∼20%에 가까운 저렴한 사료가격이 가장 큰 무기라고 밝힌다. K&P 에그팜의 박호생씨는 사료는 "OEM사료의 경우 현금 결재가 전제이긴 하나 이자등을 감안하더라도 기존에 사용하던 사료보다 kg당 20원 이상싸게 쓰고 있다"고 밝혔다. 한우리 사료의 이정기 사장은 이처럼 가격이 낮을 수 있는 데 대해 "구조적으로 일반 사료에 비해 쌀 수 밖에 없다"고 밝힌다. 배합사료업체들의 경우 많은 고정인력운용과 영업관리, 마케팅 등에 따른 비용을 사료 가격에 부담시킬 수 밖에 없는 반면 원칙적으로 선수금에 의해 생산되는 OEM사료는 별도의 영업관리조직이나 마케팅이 필요없이 '기술료'라는 수수료에 의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 8천여톤의 사료를 취급하고 있는 한우리사료는 고정직원이 4명에 불과하며 컨설턴트 형태로 월 1만1천톤(양돈사료 5천톤 포함)을 움직이는 '팜믹스'의 경우 직원이 단 1명에 불과하다. 농장이 사료가격 결정 그러나 이러한 저렴한 가격과는 달리 객관적인 검증이 어려운 OEM사료의 품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대해 이정기 사장은 "OEM사료는 말 그대로 주문사료다. 농장주가 사료품질과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사료품질이 떨어질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닭의 생리에 맞지 않는 채종박 등의 사용은 지양하고 기호성 높은 곡물위주로 원료를 선택하는 등 가격이 아닌 품질중심의 배합비 구성이 OEM사료의 큰 특징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각 농장의 사양관리나 사육환경, 계군상태등이 감안된 사료생산을 통해 불필요한 낭비요인을 최소화 하는 등 농장별 최적의 사료선택이 가능토록 함으로써 경영효율을 최대한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최종 생산비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팜믹스의 전홍규 실장도 "OEM사료의 강점은 사실 가격 보다는 사료 품질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며 "사료가격이 낮다는 것도 획일적인 가격평가가 아닌 품질 대비 가격의미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지부화장의 김우호 사장은 "2년여 가까이 사료품질로 인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전제, "양계에서 사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이것저것 안따져 보고 OEM사료를 쓰겠는가"라며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편 농가들의 OEM사료 선호 요인중의 하나가 바로 투명성이다. 상당수 OEM 업체들이 원료가격이나 가공비 등을 거래 농장에 공개함으로써 농가들은 자신이 거래하는 업체의 마진이 얼마인지까지 알수 있다는 점이다. 현금결제 등 한계도 하지만 OEM사료도 근본적인 한계는 있다. OEM사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현금결제가 원칙적으로 필수인 만큼 재무구조가 취약한 농장들이나 기존 배합사료업계의 여신을 활용하고 있는 농가들은 현실적으로 사용이 어렵다 이 때문에 배합사료업계는 물론 OEM사료업계에서도 "전체 사료시장에서 20%이상은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함께 '토털서비스' 화된 배합사료회사들과 같은 각종 서비스도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농장들의 수준이 향상되면서 사료회사들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농가들이 점차 줄고 있는 것이 현실이나 아직까지 상당수 농장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혜택'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편 후발농장들은 자신만의 독립적인 배합비에 따른 OEM사료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OEM 사료의 시장확대에 걸림돌이다. 다한영농조합법인의 이만형 대표는 "OEM사료의 가장 큰 특징은 내 농장에 적합한 배합비에 의한 사료를 공급받는 것이다. 하지만 사료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많은 농장과 거래하고 있는 OEM사료업체가 우리 농장물량만을 별도로 생산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는 하나 급격한 국제곡물가격 상승이나 환율상승으로 인해 원료가격이 높아지거나 곡물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오이엠 사료를 사용하는 농가들이 상대적으로 더 불리 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인할 수는 없다. 특히 최근들어 OEM사료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증가하면서 전문지식이 떨어지거나 능력이 없는 업체와 거래에 따른 농가들의 피해나 이들 업체들의 출혈경쟁에 따른 저질 사료 공급우려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농장사정 감안한 사료선택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떤 축종보다도 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양계농가들로서는 OEM사료가 갖는 매력이 클 수 밖에 없다. 이와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우선 농장의 특성과 현재 여건 등을 충분히 검토한뒤 자신에게 유리한 형태의 사료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며 신중한 판단을 당부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과정을 거쳐 OEM사료를 선택하더라도 거래 대상 업체가 양계사료에 대해 전문지식 여부, 거래조건 및 사료공장과의 관계나 거래 농장들에 대한 평가 등을 사전에 면밀히 파악하는 치밀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단순히 배합비 작성만 한뒤 사료공장에 던져만 주고 품질관리에는 관심이 없는 업체도 적지 않다"며 "OEM사료업체의 선택은 배합사료업체에 대한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OEM사료업체들의 경우는 단순한 물량확대가 아닌 전문성 제고와 기술확보 노력 및 철저한 농장관리 시스템 확보를 통해 OEM사료가 갖는 장점을 극대화 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함께 배합사료업계와 상호 보완적인 관계 유지를 위한 대책도 OEM사료업계가 안고 있는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