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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식품위생 전문가적 자존심으로 지킨다

박수영 대한수의사회 사무처장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3.08.07 10: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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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 일반적인 위생관리를 규정한 식품위생법에 대하여 보다 더 특별한 위생관리를 필요로 하는 축산물가공식품에 대한 원료의 생산, 제조, 가공, 유통 및 소비의 전 과정을 관리하기 위한 특별법인 '축산물가공처리법'이 국회 3당의 합의로 의원입법 발의돼 국회를 통과한지도 벌서 6년이 되어간다.
축산물가공처리법은 당초 1961년 식품위생법과 같이 제정되어 초창기 대한민국의 취약한 축산물가공식품의 위생관리를 정부 주도로 이끌어 오는데 법률적 근거를 제공해 왔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당시의 원시적이고 빈약한 시설과 장비 및 기술인력으로 축산물가공식품을 생산 공급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이 분야에 종사해온 선배님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사업에 대한 열정으로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여 오늘의 축산물가공식품 산업을 이루어 온 것이다.
우유처리장 사장이 종업원과 함께 원유를 데워 유리병에 담고, 왕관(크라운) 병마개를 막아 커다란 가마솥에 넣어 삶아 낸 후 이를 짐 자전거에 나누어 싣고 '00우유' 라고 외치며 서울의 골목을 누비던 것이 1960년대의 유가공 산업이었고, 이 시기 우유의 위생관리 초점은 대장균 오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많은 병원성미생물과 유해물질의 오염, 잔류를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고, 생산단계에서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통제될 수 없는 위생상의 위해요소가 산재돼 있다.
1984년 일부 정책담당자들에 의한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 식품위생관리 정책이 수립되어 축산물가공식품이 식품위생관리 일원화라는 미명하에 식품위생법에 의한 관리로 이관되고, 원료축산물만이 별도 '축산물위생처리법'으로 운영되게 되었지만, 그 후 발생하는 축산물 가공식품의 위생상의 문제들은 뚜렷한 대책방안 없이 끊임없이 사회적 문제들을 제기해 왔다.
WTO/SPS 시대를 맞아 이러한 문제들은 국내의 축산식품업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로 확대되었고, 이제는 수입축산물과 축산물가공식품의 안전성을 염려하게 됐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원료축산물과 축산물가공식품을 전문가집단인 농림부(수의축산 분야)에서 관리하기 위한 특별법으로 '축산물가공처리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것이며, 최근 점증하고 있는 축산식품의 안전성확보를 위해 그동안의 '생산자 지원'에서 '소비자 보호'로 정책방향을 수정하고 안전한 축산식품의 생산 공급을 위해 가축전염병예방법과 축산물가공처리법을 소비자 위주로 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최근 일반식품을 관리하는 일부 학자들과 정부기관의 일각에서도 다시 식품위생관리의 일원화를 주장하는 소리가 있다. 그러나 현대와 같이 전문화되고 다양화된 사회에서 식품의 종류와 특성을 무시하고 그 위생관리를 일원화하자는 주장은 너무도 무책임하고 안이한 발상이다. 그리고 이러한 발상의 표현으로 우리 수의사들이 들으면 기가 막힐 '수의사들에게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 식품의 위생관리를 맡길 수 있는가' 라고 한단다. 그럼 대체 축산식품의 위생관리를 누구에게 맡기겠다는 것인가.
비행기의 조종은 조종사에게 맡기고, 자동차의 운전은 운전사가 한다. 의약품의 관리는 약사들이 맡고, 사람의 건강과 질병치료는 의사들이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동물의 질병진단과 치료 및 동물의 생산물인 축산물가공식품의 위생관리는 당연히 수의사들에게 맡긴다. 심지어 물고기와 꿀벌까지도.....
우리들은 일반식품의 위생관리를 맡겠다고 주장한 바도 없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는 동물로부터 생산되는 축산물과 축산물가공식품에 대하여 그 생산하는 가축의 사육단계에서부터 처리, 가공, 유통 그리고 소비에 이르기까지 안전성이 확보되도록 전문가적 자존심으로 이를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수의사들에게도 반성의 여지가 있다. 법률로서 정해준 축산물가공식품의 위생관리 업무를 얼마나 허술하게 수행하였기에 비전문가들로부터 이런 소리를 듣게 되었는가. 정말로 우리는 축산물가공식품의 위생관리를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는가.
당초 영국에서 '광우병'이 문제가 되었을 때 기자들과 대화하던 정부 모 부처 관리가 '가축에서 광견병은 있어도 광우병이라는 병은 없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모든 것이 전문화되는 시대에 식품의 위생관리도 전문 분야별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과거의 잘못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는 현명한 방안이라고 생각되어 이 글을 적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