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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또 비가 온다는데 일손놓고 망연자실

태풍 '매미' 강타 피해현장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3.09.17 10: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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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태풍 '매미'의 가공할 위력은 축산현장에도 예외없이 들이닥쳤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16시현재 태풍 매미에 의한 축산업계의 피해는 직격탄을 맞은 경남·북을 포함, 전국에서 축사 9백82동과 소 88두, 돼지 2만4천두, 닭 24만수, 꿩 등 20만7천수 등 모두 47만1천두(수)가 폐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지만 계속해서 확인되고 있는 피해가 늘고 있어 강풍과 호우를 동반한 매미는 남해안에 상륙한후 남부지역을 집중 강타, 지난해 ‘루사’에 못지않은 축산피해를 야기했다.
이번 태풍은 특히 유례없는 강풍에 의한 축사 시설물 피해가 컸다.
경북 경주시 시래동에서 태우축산(대표 이정우)의 경우 돈사가 송두리채 날라가 돈사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바로 옆에 자돈 8백두가 사육되던 자돈사는 무너져 내려앉아 당장 몇 마리가 살아있는지도 정확히 알수 없을 정도였다.
<사진2>경남 김해시 한림면 안곡리의 정대균씨 양돈장은 자택 바로 옆의 돈사지붕이 아예 송두리째 날라가 2동 옆의 자돈사 위로 떨어졌으며 분만사는 옆으로 기울어져 버렸다. 특히 사택 지붕역시 흔적조차 사라져 자칫 목숨까지 위협받을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정씨는 "가족들과 급한데로 사료빈에서 사료를 받아 급여하고 개울물을 끌어 임시로 돼지들에게 먹이고 있으나 어떻게 자돈사를 덮쳐버린 지붕을 끌어내릴지 모르겠다"며 깊은 한숨만 내쉬기도 했다.
경남 밀양시 초동면 봉황리의 낙농가 박호기씨도 축사 1동이 완파되고 사료자동급여기와 냉각기가 파손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강풍의 위력에 피해 당시에는 시설물을 돌아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사진3>태우축산의 이정우씨는 나중에 보니 날아가 버린 축사 기둥이 길가에 널부러져 있더라며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몸서리를 쳤다.
축산인들에게 듬직함을 주었던 축사의 H빔도 ‘매미’ 앞에서는 마치 여름철 한낮의 '엿가락'에 불과했다.
한편 집중 폭우에 따른 강물의 범람은 올해도 어김없이 축사시설은 물론 수많은 가축피해를 야기하며 부농을 이루려는 축산인들의 꿈을 하루아침에 짓밟아버렸다.
경남 함안군의 1만7천3백두 규모의 함안양돈영농법인은 함안천의 범람으로 인해 모두 총 19동의 축사중 13동이 물에 잠겨버렸다. 축사내에는 아직 숨이 남아있는 돼지들의 살기위한 몸부림, 가축의 사체들이 물속에서 뒤엄켜 아수라장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사진4>이가운데 모돈 1천5백두를 포함, 2천∼3천두의 돼지는 산과 마을에 끌어냈지만 나머지는 물속에 잠기고 말았다.
13일 새벽 자신들의 살림집은 제쳐둔체 역류하는 물을 막아보려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는 직원들은 "혼신을 다해서 어려운 농장을 살려놓았는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이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함안양돈단지옆 야산너머에 있는 마구사슴목장(대표 이광수)도 들이닥치는 물이 사슴목까지 차오르자 사슴장 문을 개방, 꽃사슴 50두를 모두 내보냈다.
"당장 살아있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는 이씨는 그러나 "과연 몇마리나 돌아올지 모르겠다"며 허탈해 하기도 했다.
경북 영천시 금호읍 항정리에 4천두 규모의 김성곤씨 양돈장도 바로옆 금호강의 범람으로 이유돈 2백두와 포유자돈 45복이 폐사했으며 모돈실과 비육사 두칸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바로 옆의 1천7백두 규모 농장의 성동원씨 농장도 자돈 등 5백50두가 폐사했다.
<사진5>성씨는 당장 성돈은 무사해 출하가 가능하겠지만 자돈이 대부분 폐사, 내년 2∼3월에는 출하할 돼지가 없어 생계조차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암담해 했다.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외에도 향후 발생할 가축 폐사 피해는 더할 것으로 보이나 이들에 대한 지원책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함안양돈단지의 조만수 농장장은 "살아있다고 해도 몰속에서 오래 잠겨있던 돼지들은 이미 폐에 물이차 살 가능성도 없다"며 최대한 살려보려는 노력은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고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150평에 달하는 축사 지붕이 날아라가고 축사가 반파되는 피해를 입은 경북 영천시 괴연동의 박규목씨 한우 번식우 농장도 당장 폐사는 없지만 대부분이 임신상태였던 소들이 제대로 새끼나 나을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다.
<사진6>이밖에 강원도와 제주는 물론 충북 일부지역에 걸쳐 축사파손과 가축폐사 피해가 발생했으며 농협중앙회 함안 공장의 경우 로봇적재기와 사료유실은 물론 건물 및 구축물 피해를 입기도 했다. 부산공장과 울산공장도 건물 및 구축물이 파손, 긴급 복구에 나섰다.
이같은 피해에 따라 농림부를 비롯해 각 지방자치단체와 농협중앙회와 각지역 조합 등 생산자단체, 군병력, 민간 등이 동원되고 있으나 막상 각종 자재와 톱밥 및 일손의 품귀현상이 급속히 확산, 중앙차원의 자재공급 대책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사천시 곤양면 중앙리에서 육우 2백30두를 사육하고 있는 최창호씨 역시 축사 지붕이 날아가는 등 모든 축사가 피해를 입었으나 당장 일손을 못구해 복구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축사가 반파되고 옥수수밭 등이 유실되는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기계면 현내 1리 낙농가 박강수씨는 "소조차 움직일 수 없는 진흙탕이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장 톱밥과 섞어야 하지만 구할 곳이 없다"며 "이번주에 또다시 비가 내린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안절부절 했다.
경남 사천시 영은목장의 김영식씨는 주변 지역의 축사 자재가 모두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며 복구가 큰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태풍 매미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워낙 큰 것으로 나타나자 피해 양축가들은 자신들의 피해호소와 지원 요청의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채 냉가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파손된 시설물이 타인의 재산에 피해를 입힌 경우가 많은데다 축사침수에 따른 분뇨 등의 유출에 따른 환경관련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경북 영천의 성동원씨는 "시청에서 제일 먼저 전화한 내용이 피해상황 집계가 아니고 훌러내려간 분뇨로 인근 포도농장의 민원이 접수됐다는 것"이었다고 허탈해 하기도 했다.
그러나 발빠르게 대처하는 지방자치단체나 단체도 적지 않아 복구에 여넘이 없는 축산인들에게 적지않은 힘이 되고 있다.
경북 영천의 김성곤씨는 "신고도 안했는데 방역관계자들이 돌아다니며 시청에 접수, 관련 공무원들이 나와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갔다"며 "특히 피해가 복구될 때까지 환경문제에 대해서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전해듣고 큰 힘을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