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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시대 전문화로 승부를! <낙농분야>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0.12.29 14: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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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학교 농과대학
교 수 박 종 수

경제발전에 따른 국민소득의 향상과 더불어 우유·유제품의 급속한 소비증가에 따라 짧은 역사 속에서 우리 나라의 낙농산업은 여타 축산 및 식품산업가운데 가장 급속한 성장을 이룩한 분야이다.
1965년에 6,600두에 불과했던 젖소의 사육두수와 국민 1인당 0.3㎏에 불과했던 우유소비량이 1999년 말 현재에는 각각 535,000두와 58.6㎏으로 증가되는 등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이러한 성장이 있기까지는 실로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최선을 다해온 낙농가를 비롯한 유업체와 관계 당국의 부단한 의지와 노력의 결실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낙농산업은 이러한 엄청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으로는 아직도 원유의 생산에서 우유·유제품의 소비에 이르기 까지 많은 거품이 산적해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개방화가 전제되는 세계화·지구화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낙농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렇듯 산적해 있는 거품을 제거해야하는 획기적인 구조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개선의 기본적인 목표와 방향은 농가차원에서는 목장경영을 규모화·전문화하고 유업체에서는 우유·유제품의 생산과 유통을 규모화·전문화하는 일일 것이다. 영세한 규모의 비효율적인 목장경영,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경직된 제품생산과 전근대적인 고비용의 유통 및 시장활동을 통해서는 소비자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국내외 경쟁력을 절대로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의해 원유를 생산하는 목장의 경영구조는
1990년에 들어서면서 현저한 전문화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985년 이후 낙농가수는 꾸준히 감소된 반면에 호당 평균 사육두수는 지속적인 증가현상을 보여왔으며,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젖소사육의 규모화 현상이 더욱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젖소의 호당 평균 사육두수가 1985년에는 8.9두에 불과했으나, 1995년에는 23.5두, 1997년에는 31.3두, 1999년에는 37.1두로서 해를 거듭할수록 급속한 규모화가 진전되어 온 것이다. 특히 1990년 이후부터 10두 미만을 사육하는 영세 농가의 비율이 급속히 줄어든 반면에 30두 이상을 사육하는 낙농가의 비율은 급속히 증가되어 왔다. 1990년만 하더라도 10두 미만을 사육하는 농가가 전체 낙농가의 38.9%나 되었으며, 이들 영세농가가 사육한 젖소의 사육두수도 전체의 14.5%를 차지하였다. 반면에 30두 이상을 사육하는 농가는 전체의 8.6%에 불과하였으며, 이들 농가가 사육한 젖소의 비율은 전체의 27.2%에 그쳤다. 그러나 1999년에는 10두 미만을 사육하는 영세농가의 비율은 전체 낙농가의 9.5%에 불과하며, 더욱이 이들 영세 규모의 농가가 사육하고 있는 젖소의 비율은 전체 젖소의 1.3%에 불과하다. 반면에 30두 이상을 사육하는 농가는 전체 낙농가의 56.8%에 달하고 있으며, 이들 규모계층의 농가가 사육하는 젖소의 두수는 전체의 79.8%에 달함으로서 낙농경영의 전·기업화
현상이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다두 사육에 따른 규모 경제의 이점과 더불어 낙농환경의 급속한 변화 즉, 높은 토지가격에 대한 지대의 상승, 농촌인력의 노령화 및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한 구인난과 인건비상승, 환경오염방지를 위한 추가적 비용 부담, 송아지가격의 지속적인 하락과 사료가격의 불안정, 개방화의 진전에 따른 낙농가의 심리적 불안 등은 특히 영세 농가와 도시근교 농가의 탈 낙농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참여를 더욱 어렵게 함으로서 낙농가수의 감소와 호당 사육규모의 증대양상은 금후에도 해를 거듭하면서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인 규모화·전문화에도 불구하고 원유생산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료의 급여구조는 해를 거듭할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두당 조사료 급여량은 규모화에 반하여 오히려 줄어드는 반면에 농후사료의 급여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조사료 생산자원의 한계에서 기인된 불가피한 현상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규모확대에 따른 조사료자원의 확보문제가 우리 낙농산업이 안고있는 중요한 과제의 하나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조사료 문제 이외에 전문화·규모화와 더불어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문제점은 목장에서 생산되는 분뇨처리에 관한 사항이다. 낙농업의 전업화·규모화에 따른 젖소분뇨의 대량생산은 환경오염문제와 연계되어 심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젖소의 분뇨를 비료로 활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도시근교형 전업낙농의 경우 분뇨처리의 문제는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낙농경영의 구조개선을 위한 정책적 지원은 당연히 전업화를 지향하되 개별 농가차원에서 가족노동을 완전히 연소시킬 수 있는 수준에서 적정규모를 찾도록 유도함과 동시에 환경친화적인 자원순환형 목장경영에서 위생적인 원유를 생산·공급할 수 있는 질적 성장을 수반하는 목장 육성에 기본적인 방향을 두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라도 국토가 협소한 우리 나라의 여건을 고려할 때, 개별 낙농가 차원에서 환경친화적인 자원순환형 전업낙농의 형태를 정착·발전시키는 문제는 쉽지 않다. 고이율 고지가의 경제현실에서 개별 농가의 자본 및 토지확보의 한계성과 기술수준의 저위 등으로 인해 규모를 확대하면서 동시에 환경친화적 낙농 경영구조를 구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한계성을 최대한 완화 내지 극복하고 전업화를 가속시키기 위해서는 ① 조사료생산과 축분뇨처리를 유기적으로 연계한 농가에 대하여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② 중장기적으로는 도시근교 낙농경영을 조사료의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가축의 분뇨를 자원화할 수 있는 평야지나 중산간지로 이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함과 동시에 조건불리지역을 적용한 친환경축산의 직불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③ 낙농헬퍼사업의 확대 발전 ④ 전업농 중심의 낙농 기술 및 경영정보를 개발 보급하는 일 등의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불가피하다.
이와 같은 원유생산을 위한 낙농경영의 전문화와 더불어 우유가공
및 유통의 전문화도 불가피하다. 독일과 프랑스, 덴마크를 비롯한 EU 국가와 호주, 뉴질랜드, 미국, 일본 등의 낙농선진국에서는 최근 유업체 상호간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 merger and acquisition) 등을 통해 생산규모를 확대하고 생산제품의 전문화를 꾀하는 등, 유가공사업의 규모화와 전문화가 급속히 추진되고 있다. 낙농 선진국들의 이러한 규모화·전문화추세와는 달리 우리 나라는 1985년 이후 오히려 유가공 공장수가 증대되고 있으며, 아직도 영세한 낙농협동조합을 비롯한 소규모 유업체의 난립으로 인해 시유중심의 생산과 고비용을 수반하는 전근대적 유통체계가 지속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영세한 유업체의 지속적인 발생은 짧은 낙농 역사 속에서 급속히 성장한 우리 나라의 낙농산업의 특성으로 보아 불가피한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무한경쟁의 냉엄한 세계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규모의 영세성에 따른 낮은 생산성과 전근대적인 유통체계, 과도한 시장경쟁은 낙농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걸림돌임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그러므로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에 효율적으로 부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영세한 낙농 협동조합을 비롯한 유가공 업체의 과감한 합병(M&A, merger and acquisition)을 통해 유가공 및 유통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 또한 낙농산업의 전문화를 위한 필연적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