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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쿤회의 결렬로 새라운드 이행차질 축산 인식전환 절실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3.09.17 11: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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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칸쿤협상 결과는 세계농업전쟁이 얼마나 치열한가를 새삼 인식케 한다. 그야말로 힘이 없고 경쟁력이 취약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비교우위를 실감케 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우리의 식량산업을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1차산업 가운데 그래도 국제경쟁력을 갖췄거나 가질 수 있는 품목은 엄밀히 말해 축산이다. 이미 축산은 국민의 식생활과도 밀접해졌고 절대식량으로서도 자리를 굳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매년 육류 소비가 증가하는데 반해 쌀 소비가 상대적으로 줄고 있음이 시사점이다. 탄수화물 식량이 동식물단백질 식량으로 대체되고 있음을 여러 가지 지표가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같이 급변한 식량산업의 실상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농정은 쌀 생산만을 고집하는 비현실적인 인식을 하루속히 바꿔야 한다. 그 한 예로 논 5천평에 벼를 심으면 쌀 1백가마가 생산된다. 쌀 한가마에 20만원을 쳐줘도 연소득이 2천만원 밖에 안된다. 물론 조수익 개념이다. 축산을 생각해보자. 농지 5천평에 돈사나 우사를 짓고 쾌적한 정원과 일부 농지로 활용해도 모돈 1백마리 즉 비육돼지 1천마리 사육이 가능하고 젖소의 경우 착유 30마리는 거뜬하게 사육할 수 있다. 모돈 1백마리면 연 2.5회전이 가능하지만 2회전만 가정해도 2천두라는 수치가 나온다. 돼지 1마리에 20만원을 계산하면 2천두일 때 연 조수익은 무려 4억원이다. 단연 쌀농사의 20배에 해당한다.
혹자는 사료곡물을 외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낮다고 말한다. 생산 비중에 배합사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농장의 사육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절반으로 쳐줘도 쌀보다 10배나 수익률이 높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료산업이나 기자재산업등 연관산업의 기여도가 고려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흔히 최근 들어 골치 아픈 산업으로 치부되는 낙농도 마찬가지이다. 젖소 1마리의 연간 착유량을 7천kg으로 가정하고 원유값을 6백원 계산할 때 착유 30마리를 사육하면 연 소득이 1억3천만원을 상회한다. 새끼소 생산등 부산물 수익을 배제한 수치이다.
왜 이같은 계산법은 존재하지 않고 질병이 어떻고 환경이 어떻고 경쟁력이 없다느니 부정적 견해들만이 난무하고 있는가. 미국이나 덴마크등 선진국들의 경제가축도 질병이 있고 분뇨는 배설한다.
또 축산물이 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치부하지만 지난 94년 UR협상때 쌀을 지키기 위해 축산물은 이미 저율관세로 1백% 개방된 상태이다. 최근 축산물의 잉여현상은 여러 가지 의미와 해석을 상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가축질병을 최소화하고 분뇨를 효과적으로 자원화하는 노력은 국가차원에서 계속 연구하고 투자해야 할 현안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와 함께 전기업화된 축산업을 국제 경쟁 속에서 조화 있게 대처할 수 있도록 산업의 민간주도형 체질개선과 함께 전문산업을 이끌 수 있는 관련 정책과 생산자조직 시스템의 체계화를 하루속히 실현시켜야 할 것이다. 동시에 당면한 안목부재현상과 위기대처 능력을 향상시키는 과제들을 풀 수 있도록 정책입안부처와 정치권의 노력이 절대시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최근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친환경 축산정책과 축산업등록제 문제가 절대 필요한 것임에도 축산인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쳐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 부재가 빚은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해당사자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 실정에서 소화할 수 없는 규제일변도의 정책발상은 곧 새로운 정책대안 없이 밀어붙이기식 행정의 표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면 그 배경과 대안들이 폭 넓게 기획되고 또 이같은 불가피한 내용들이 홍보되어 정부와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진지한 절차와 자세가 요구된다. 그런데 이같은 절차를 소홀히 한 채 외국의 제도를 쫓기듯이 급조하다보니 이에 대한 반발은 불가피한 것이고 발전적 정책구상이 산업의 공동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케 한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이번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된 DDA협상이 결렬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 농업내부를 다시 한번 재조명하고 품목별로 대책을 강구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농업분야에서 축산업은 성장 산업일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