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축산현장엔 한숨만 가득하다. ‘매미’가 남해안에 상륙한 추석 다음날 밤, 태풍의 중심부에 위치한 축산현장은 그야말로 공포의 도가니였다. 연휴를 맞아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이 TV를 보며 태풍걱정을 하던 순간 지붕이 통째로 날아가고 축사를 지탱하는 H빔이 엿가락처럼 휘는 아수라장에서 밖으로 나오지도 못한채 공포에 떨며 진저리쳤을 그들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칠 일이다. 하기야 애지중지 길러온 가축들이 주검으로 변해 뒹굴고, 경쟁력을 제고한답시고 빚을 내 지은 축사가 바람에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빈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축산현장의 모습은 필설(筆舌)로 옮길 필요조차 없다. 칸쿤인지 어딘지 지구 저건너편의 소식에 귀기울이며 가슴 졸이던 판에 또다시 태풍의 발톱이 할퀴고 가다니 삶이 어찌 이리 모질고 고단하단 말인가. 축사가 송두리째 날아가고, 황금빛 물결이 넘실대야 할 들판마저 누런 황톳물에 잠겨버린 참상을 맥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들은 이제 어떻게 살아가며, 무엇으로 삶의 끈을 삼아야 하는가. 그래도 살아야 한다. 그들은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농촌을 지금까지 지켜내 우리에게 푸르른 자연을 선사했고, 축산을 통해 무역전쟁의 와중에서 날로 쪼그라드는 농촌경제를 지탱해온 견인차가 아닌가. 이들이 희망을 잃는다면 우리 모두의 희망도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일은 실의에 빠진 그들에게 ‘우리’라는 공동체가 진실로 있다는걸 보여주는 것이다. 불가항력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자연재해는 ‘내’게도 언제고 닥칠수 있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들이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건 마음에서 우러난 우리 모두의 따뜻한 손길이다. 그들이 무너진 축사를 재건하고 삶의 끈을 견고히 붙잡도록 발벗고 나서야 할때다. 지난해 태풍 ‘루사’가 할퀴고 갔을때도 우리 축산인들은 그랬다. 가축의 주검과 분뇨가 뒤엉켜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 현장에서 축산인들은 오물을 뒤집어 써가며 복구작업중 가장 궂은 일을 자청하며 마치 내일인양 돕고 또 도왔다. 이들이 삶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일은 요행히도 태풍을 피한 우리의 몫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은 형체도 알아보기 어려운 축사나 가축의 주검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면서도, 취재진에게 인명피해가 심한 남해안 도시 사람들을 걱정한다. 이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자들의 순수한 마음이며, 무서운 저력이기도 하다. 본지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피해지역 축산현장에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도록 매개역할을 하고자 한다. 직접적인 일손돕기 알선은 물론이거니와 소독약을 비롯한 성품(誠品)이나 온정이 답지하면 기꺼이 심부름을 할 것이다. 루사때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우리 모두가 손잡고, 아픔을 나누어 축산인들의 저력을 보여줄수 있기를 고대한다. 정말이지 피해지역 축산인들에게 고난은 나눌수록 작아진다는걸 다시한번 인식시켜 줄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