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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시대 전문화로 승부를 <양계분야>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0.12.29 14: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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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기술연구소 대전지소장
농학박사 이 상 진


우리나라 양계산업은 요즈음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고 볼 수 있다. 외적으로는 무역장벽의 철폐와 함께 외국의 값싼 양계산물이 물밀듯이 수입되어 국내 산업자체를 위협하고 있고, 내적으로는 불경기가 계속되고 국가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하에서 구조조정으로 인해 실업자 수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경제적 뿐만아니라 심리적으로 양계산물의 소비위축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지난 한해동안 계속해서 저난가가 형성되었고 육계의 경우에는 생산비에도 휠씬 못 미치는 출하가격으로 많은 농가가 실의에 빠지
게 되었다. 뿐만아니라 최근 수년동안 양계산업의 규모화 및 전기업화를 통한 국제경쟁력제고 과정에서 축산시설개선사업, 양계단지조성사업, 양계계열화사업 등에 많은 투자를 하여 비록 외형적으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하였다고 하나 거치기간이 끝나고 상환기간이 도래하면서 많은 투자를 하고도 생산성이 낮은 농가 또는 업체는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양계산업이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도 이제는 말로만 국제경쟁력 제고가 아닌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하드웨어가 어느 정도 갖추어진 지금 우리나라 양계산업에 적합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를 잘 운용하여 승부를 해야 할 때이다. 글로벌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생산비 절감, 품질 좋고 안전한 양계산물생산, 경영의 과학화, 분야별 전문성 확보 및 유기적인 체계구축 등으로 승부하자고 제언하고 싶다.

□ 과학영농을 위해 철저히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자.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그 동안 우리 양계농가에서 농장의 경영계획, 계군의 관리계획 등에 대해 철저히 계획을 수립하는 농가가 과연 몇이나 되는가? 막연한 계획수립보다는 지난 계군의 실패 또는 성공사례분석, 최근 1년 또는 몇 년간의 경영분석 등을 토대로 개선기술을 접목한 계획수립을 해야 할 것이다.
흔히, 우리 주위에는 계획은 그럴사하게 수립하고도 실천은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도 작은 것 부터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계획대로 실천하고 결과를 정밀분석하여 보완된 계획수립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위해서 철저한 기록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물론 많은 선진양계농가에서는 전산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철저한 기록과 함께 경영성과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간단한 사양관리 기록조차 찾아 보기 힘들다.
이제 주먹구구식 농장경영으로는 외국과의 경쟁은 커녕 국내에서도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농장의 전산화가 어려우면 최소한 사양관리기록부 수준의 기록이라도 철저히 하여 농장경영의 과학화를 이룩하자.

□ 생산성 향상이 곧 생산비 절감이다.
우리나라의 닭고기와 계란생산비는 경쟁상대국인 미국, 중국, 태국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수입양계산물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생산비를 절감해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우선 종계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병아리 생산비를 줄여야 한다. 특히, 육용종계의 경우 1수당 병아리 생산수가 외국에 비해 훨씬 적다. 외국의 우수한 종계를 들여와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데는 물론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병아리의 육성, 체중과 성성숙의 조절, 종계사의 시설 및 관리기술, 방역위생관리, 사료의 품질관리, 종란의 관리와 부화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문제점을 체크하고 발굴하여 개선기
술을 접목해야 할 것이다. 좋은 품종을 확보하고 위생적인 종계관리를 하는 부화장에서 품질이 우수한 병아리를 공급할 때 실용계 사육농장과 공생공존 할 수가 있다.
다음으로 품질이 우수한 배합사료가 공급될 때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다. 아무리 능력이 우수하고 품질이 좋은 병아리라도 사료의 품질이 나쁘면 정상적으로 생산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사료의 품질문제로 사료회사와 양계농가간에 분쟁이 계속 끊이질 않고 있는데, IMF초기인 `98년초에는 원료사료 확보가 곤란하여 사료품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이에 따라 피해를 입은 농가가 사료회사를 상대로 제소하여 법적으로 해결되는 사례를 여러건 기억할 수 있다. 최근까지도 원료사업, 특히 사료곡물의 원산지 문제로 사료의 품질을 불신하여 분석 및 검정을 의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제는 양축가 없이는 사료회사도 없어진다는 당연한 진리하에 품질이 우수한 사료가 공급될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하자.
물론 일반적인 사료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보유계군의 능력과 시설환경에 맞는 사료의 선택도 중요하다. 흔히 주위에서 배합사료에 각종 사료첨가제를 추가로 혼합하여 급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배합사료의 품질이 완벽하다면 특정영양소의 추가공급은 오히려 영양소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또한 무창계사와 개방계사는 닭의 영양소 요구량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사료를 급여하면 영양소별로 과잉 또는 부족하게 되므로 반드시 시설수준에 맞는 사료를 선택공급해야 할 것이다.
한편 시설수준에 맞는 과학적인 사양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많은 시설자금의 투입으로 계사의 규모와 시설이 첨단화된 농장이 많다. 그러나 많은 농가에 대해 사양관리 점검 및 지도, 또는 컨설팅 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새로 도입된 무창계사의 경우 환기관리나 점등관리에서 개선할 여지가 많았다. 계사의 길이나 폭, 수용수수가 다른 계사에서는 당연히 관리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지난해에 같은 농장내에 시설규모가 다양한 계사를 가지고 있는 몇몇 농가에 대해 계사동별로 관리기술을 컨설팅하여 생산성 향상과 함께 농가가 크게 만족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계군의 사양관리는 시설이나 기계가 하는 것이 아니고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임을 명심하고, 농장의 시설수준에 맞는 사양관리가 될 수 있도록 전문가와 상의하고 개선할 때 생산성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 고품질 양계산물 생산으로 차별화 하자.
이제는 양계산물의 품질고급화로 승부할 때다. 지금까지 우리는 막연히 국내산 또는 신토불이 만으로 소비자에게 호소하였다. 고품질 안전양계산물을 생산공급할 때 비로소 외국산과 차별화되고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있다.
닭고기와 계란의 품질은 사료의 품질과 직결된다. 항생제의 남용을 피하고 항생제 대체품, 즉 각종 생균제를 이용함으로써 생산물의 품질향상은 물론 계사내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지난해 축산기술연구소에서는 닭의 맹장에서 분리 선발한 유산균 4종을 개발하여 증체 및 산란율 향상과 사료요구율 개선, 깔짚수분함량 및 암모니아가스 발생량의 현저한 감소효과를 확인함으로써 항생제 대체 가능성을 제시한바 있다.
생산과정 이후에 계란의 선별, 포장 및 유통, 닭고기의 도계, 가공 및 유통도 위생적이고 선진화 되어야 한다. 계란이나 닭고기의 유통에 있어 품질등급제를 조속히 도입하여 품질고급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좋은 양계산물을 우리 소비자에게 떳떳이 내 놓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농가소득 증대 및 양계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
저가의 수입양계산물 앞에서 위기감에 사료잡혀 있을 필요는 없다. 수입할 것은 과감히 수입하고 우리도 수출을 시도해야 할 때이다. 7∼8년 전부터 수출용 육계생산을 위한 연구를 할 때 주위에서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노하우가 생기고 가능성도 충분하다. 지난해 산학관연 전문가를 중심으로 닭고기 수출대책협의회를 구성하여 일본의 계육전문가 초청연찬회, 세미나, 기술강습회 등 활발한 활동을 함으로써 수출분위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금년에는 결실을 맺고 닭고기수출대책협의회가 아닌 닭고기수출확대협의회가 될 수 있도록 모든 관련분야에서 유기적으로 협조를 하자. 닭고기 수출목표를 달성할 때 국내산 양계산물 소비증가와 함께 우리나라 양계산업은 한단계 도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