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조석진교수 1990년 구 소련의 붕괴와 함께 세계는 이데올로기 전쟁에 종지부를 찍고 마침내 경제전쟁에 돌입함에 따라 "지구촌시대"라는 용어를 더욱 실감나게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그 동안 GATT의 예외조항에 의해 실시되어 오던 농산물무역은 1993년 말의 UR 협상 타결에 따라 『예외 없는 관세화』의 원칙이 확립되었다. 그 결과 1995년의 WTO 체제 출범과 함께 급류를 타기 시작한 국내의 축산물수입자유화는 며칠 앞으로 다가온 쇠고기 수입자유화를 계기로 완료된다. 이 같은 일련의 변화 속에서 그 동안 국내의 축산업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변화의 하나는 축산물시장이 과거의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이행했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축산농가는 수입축산물과의 경쟁은 물론 그 이전에 대 내적인 지역간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축산농가는 금후 경영의 전문화를 위해 철저한 프로정신을 함양하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라 축산정책도 이제는 축산업 내부의 그 같은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의 전문화를 강요받고 있다. 즉 지구촌시대의 축산정책은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전문화된 정책수립을 통해 무엇보다 축산농가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축산경영이 투기가 아닌 예측 가능한 생업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축산정책의 수립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농정운영의 철학이 확립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장관이 바뀌고 국장이 바뀌더라도 농정의 기본 틀이 유지되는 가운데 국내농업에서 차지하는 축산업의 위상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미래에 대한 축산업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축종별 정책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정책수립에 따른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급변하는 국제무역환경에 대한 검토와 함께 축산현실에 대한 정확한 사실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머지 않아 실현될 중국의 WTO 가입 및 현재 진행중인 자유뮤역협정이 실현될 경우 이는 여러 면에서 축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최근 농림부가 선언한 축산분야의 "중장기정책목표" 설정에 있어서 그 같은 대외적인 여건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축산부문 정책담당자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현재 농림부 축산국은 과도한 통폐합, 잦은 순환보직 및 인력부족에 따른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심도 있는 정책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축산물생산여건이 유사한 일본 농림수산성 축산국과 농림부의 직제를 비교하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우선 농림부 축산국의 직제를 보면 정책, 경영, 유통 및 가축위생의 4개 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비해 일본 농림수산성의 축산국은 정책, 경영, 위생의 3개과 이외에 우유유제품, 식육계란, 가축생산, 유통사료, 자급사료 및 경마감독과 등 모두 8개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경마감독과를 별도로 하더라도 7개과에 달한다. 이 같은 한.일 양국의 근본적인 차이는 한국이 모든 축산관련 유통을 유통과에서 총괄하여 다루고 있는데 비해 일본은 이를 세분화하여 전문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사료문제도 유통사료와 조사료의 전문성을 위해 별도의 과를 두고 있으며, 경영과 생산도 별도의 과로 구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일본의 축산정책과 국내의 축산정책을 비교할 때 전문성이란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축산정책의 전문성확립이란 차원에서 축산국의 직제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된다. 넷째, 축산분야의 정책담당자와 전문가그룹의 주기적인 간담회를 통한 『산.관.학.연』의 협조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반드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이 아니라 평상시의 정책점검과 전문적인 의견교환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과거의 예를 볼 때 정책수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의 보완보다는 잦은 정책변경으로 일관해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결과 축산정책이 일관성을 결여함으로써 축산농가의 신뢰를 상실하였다. 그 같은 의미에서 최근 미약하게나마 그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나 금후 이룰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지구촌시대에 국내의 축산업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쟁력강화 및 점진적인 시장원리의 도입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국내의 생산여건을 고려할 때 토지이용형농업에 속하는 대가축부문에 대한 시장원리의 도입을 통한 가격경쟁력향상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그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가격은 시장원리에 맡기되 소득은 정책이 책임지는 이른바 Decoupling 정책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소극적이었던 축산부문에 대한 수입보험 및 직불제도와 같은 전문화된 보조허용정책(Green Box)의 적극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유의할 점은 현재 세계 각 국이 채택하고 있는 Green Box 정책 중 WTO가 요구하는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정책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미국은 최근 3년간에 걸친 농산물가격하락으로 『1996년 농업법』에서 규정한 보조금삭감의 약속을 깨고 농업부문의 소득보전과 작물보험료의 정부부담분 인상을 위해 153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지출키로 하였다. 즉 대외적으로는 매우 엄격한 원칙론을 주장하면서 자국의 농업보호를 위해서는 보조금삭감약속을 어기는 2중적인 잣대까지 쓰고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모든 축산물의 수입자유화에 따라 축산업은 점차 축소균형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생산성이 높은 농가가 보다 많은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시장원리가 반영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전문화 된 가격정책의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재고분유의 누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낙농산업의 경우 탄력적인 가격체계의 도입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현재와 같이 소매단계의 수급변화가 생산단계에 신속히 반영되지 않는 경직적인 가격체계가 지속되는 한 축산업은 점차 "안락사"를 강요당할 가능성이 높다. WTO 체제 하에서 축산업의 생산기반유지를 위한 현행의 정책수단은 정책의 전문성이란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띤 보다 치밀한 정책개발이 절실하다. 그러나 그 같은 정책운영에 필요한 재정지출을 전적으로 정부에만 의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생산자, 가공 및 유통업자까지 참여하는 자조금제도의 조기정착이 절실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생산자단체를 포함한 축산분야의 이해 당사자가 생산, 유통 및 소비 측면의 전문화된 정책개발을 위한 연구기능의 강화를 통해 정책대안제시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