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다비인티 대표이사 윤희진 ◆새로운 대안 필요 지난해의 양돈업은 구제역 발생에 따른 대일수출중단과 11년만의 불황으로 요약 할 수 있겠다. 2000년대의 첫해 농사치고는 졸작인 셈이다. 돈가가 그나마 좀 회복이 되어 아주 어려운 고비는 넘긴 것 같으니 지난 일을 되짚어 보고 앞으로의 대책에 관하여 논의해 보고자 한다. 2000년 9월부터 돈가가 하락하리라는 전망은 구제역 발생 훨씬 전인 、99년부터 예상했던 것인데도 막상 닥치고 나서야 모돈감축, 소비촉진 등으로 우왕좌왕하는 것은 예전이나 달라진 것이 별로 없었다. 모돈감축만해도 그렇다. 1년 후에는 돈가가 오를 것이 뻔한데 오제스키 양성돈처럼 정부에서 도태보상금을 지원하던가 전 양돈업계가 감축하는 농가에 돈을 모아주기 전에는 자진해서 일률적으로 10%줄인다는 것은 당초에 성공하기 힘든 방안인 것이다. 한편, 많은 분들이 애쓰고 사료회사의 지원을 받아 전국적으로 비인기 부위의 소비촉진 캠페인을 벌여 상당한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T.V. 홍보밖에 없으니 업계에서 돈을 모으면 정부도 그 이상 보조하겠다는 얘기가 나온지 오래고, 7억원을 모금하자는 말을 들었으나 누가 모으는 것인지 얼마가 모였는지 알 수가 없다. 하루가 바쁜 시기에 업계가 이런식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같은 축산물 중에서도 계육협회 산하 10개 업체가 지난 5년간 닭고기 소비홍보에 25억원을 썼고, 낙농업계가 우유소비를 위하여 、99∼2000년 두 해에 30억원을 자조금으로 모은것과 비교할 때 육류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양돈업계는 크게 분발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자조금 입법이 진행 중에 있고 아직까지는 임의 자조금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한계는 있다. 또한 축협은 통합이후 중앙회로서의 기능이 약화되어 걱정들을 많이 하는 것을 보았다. 돼지고기 역시 수많은 품목중의 하나로 격하(?) 된 것으로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수록 업계를 추수르고 정부와도 공동보조를 취할수 있는 구심점의 역할이 더욱 절실한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때이다. ◆미국은 기업주도의 수직계열화, 덴마크는 전국조합화 우선 다른 나라의 양돈업계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간단히 살펴본다. 미국은 스미스필드후드사(모돈695,000두)를 포함하여 상위 10개 업체가 갖고 있는 모돈이 172만두에 달하고, 100개 업체를 합치면 610만두로서 전국 모돈 660만두의 87%에 이를 만큼 지난 10년 동안 집중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어왔다. 앞으로는 패커가 직접 생산부문을 관리하는 수직통합보다는 판매계약이라는 간접적인 관리형태로 진전될 것이라고 한다. 한편,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금년에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전국규모의 협동조합이 탄생하게 되었다. 18개월간의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도축시설 부족을 절감한 미국 돈육생산자 협회(NPPC)가 금년 초 창설한 육류 마켓팅 조합인 「포크 아메리카」는 생산자협동조합 방식에 의한 비육돈의 도축, 가공으로부터 제품의 판매까지 플랜트건설 구상을 발표하였었다. 여기에 참여한 농가가 년간 1천만두, 즉 미국 전체 출하두수 1억마리의 10% 수준을 넘어섰고 20개주에 걸쳐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가족양돈농가는 생산계약이든 판매계약이든 어느 쪽에도 참가하지 않는 「나홀로양돈」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 미국양돈의 추세인 것 같다. 지난 11월 15일 일본에서는 「일본양돈사업협동조합」이 탄생하였다. 일본에도 이미 일본양돈협회와 전국양돈경영자회의라는 조직이 있지만, 자체의 공동구매사업, 수의 컨설팅, 해외 노동력 확보 등을 양돈조합의 목표로 하고 있는 것 외에 특이한 것은 내년 4월부터 시행예정인 식품리싸이클법(가정을 제외하고 대규모 슈퍼체인, 식품메이커, 식당등에 리싸이클이 의무화 된다. 우유 1톤을 폐기하는데 4만엔 정도 비용이 든다고 함.)의 대상이 되는 전국 1940만톤의 식품잔반 중 500만톤 정도를 사료로 활용하는 것이 주요목적으로 포함되어있다. 1887년에 탄생한 덴마크 양돈조합은 많은 변화를 거쳐1960년대에 100여개이던 조합이 "70년대에는 50개로, 다시、80년대에는 18개로 줄었고 최근에는 3개조합으로 통합되었다. 이 3대 조합의 연합체가 DS(Danske Slaughterier)로서 전국도축두수의 96%를 관리하며 육종, 종돈통일은 물론 돼지고기와 종돈의 수출까지도 관장하고 있다. 세계최강의 양돈조합이 발전해온 과정을 우리가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상 세 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나라마다 역사와 사정은 다르지만 변화하려고 하는 노력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돈업계의 5대 당면 과제 ①구매조건 개선 돈가가 좋던 시절에는 사료가격이 좀 비싸도, 이자를 물어가며 외상을 써도 이익을 낼수 있었다. 규모가 큰 농장도 좀 작은 농가도 다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저돈가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공동구매로 원가를 최대한 낮추지 않으면 안된다. 사료나 약품메이커가 일시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도 있겠으나 양돈업이 살아남아야 메이커도 있고 조합도 남아있을 것이다. ②생산효율의 제고 사육형태가 규모화, 단지화 또는 번식, 비육의 전문화 등 다양해지고 설사병, PRRS, 흉막폐렴 등 새로운 질병에 따른 부담이 늘면서 공동방역, 위생모니터링, 전산화, 경영분석 등 종전보다는 훨씬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관리기술과 지도사업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곤란하다. ③판매조건의 개선 싸게 사는 것 못지 않게 좋은 돼지를 만들어 비싸게, 가능하면 고유의 브랜드를 붙여서 팔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국내에도 수많은 돼지고기 브랜드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가지 전제가 붙어야 한다. 종자와 위생등 품질면에서 책임질수 있어야 하고,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을 만큼 비싼 광고료를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규모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④자조금 대책 자조금은 소비홍보와 방역사업에 절대로 필요하다. 일반소비자에게 삼겹살과 목등심만 찾지 않도록 제대로 알려주고 정육점이나 슈퍼담당자, 영양사들을 교육시키는 일은 평소에 해야 할 일이다. 미국의 MEF는 남의 안방에 와서 판촉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구경만 할 것인가? 의무자조금이 입법화되면 다행이겠으나 만약에 안될 경우 전국의 양돈조합들이 모으는 방법이 차선책이 될 것이다. 방역기금의 경우 20억원 모금액 가운데 도드람계열(사료, 조합, 유통, 연수원등)에서 4억원을 냈고 지금도 사료대금의 0.4%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안다. ⑤마지막으로 양돈과 관련한 정책개발 또는 양돈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좋게 하는 일등이 남아 있다. 분뇨처리, 냄새 등 국토면적당 돈구밀도 세계 6위의 환경에 대한 거부감이라든지 최근 광우병, 다이옥신 파동에서 보는 것처럼 국민들의 육류에 대한 불신해소, 장차 동물복지문제에 이르기까지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상의 5대과제중 ①∼③번은 양돈조합이 할 수 있는 것들이고 ④∼⑤번은 협회쪽에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양돈계열화(기업이건 조합이건)의 단위가 20만두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공동구매, 공동출하에 참여하는 숫자가 20만두라면 월간사료구매 10,000톤, 1일 출하 1,200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10개의 양돈조합이 있지만 아직 전체농가를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인 듯 싶다. ◆전문화로 승부를 걸자 많은 분들과 우리나라 양돈업의 장래에 관하여 얘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뚜렷한 해법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다만 우리의 양돈구조도 이제는 100두 이상 농가가 1만호 남짓이고 1,000두 이상되는 2,360호가 전체 사육두수의 70%를 차지하는데 단체는 많고 일은 잘 안된다는 것이 중론인 듯하다. 그러면 기본으로 돌아가서, 일부기업 말고는 협동조합이 주축이 되어 업계를 끌고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도달한다. 현실을 몰라서 하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축협이 경제사업을 하는데 시·군단위로서는 큰 의미가 없지 않을까, 오히려 지역축협이 축종중 하나를 선택하여 업종조합으로 바꾸는 방안을 마련하 여 현재의 이원화 체계를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우선은 양돈조합 숫자가 많아지겠지만 김제축협, 경북의 동아축산, 한냉 중부공장처럼 패커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조합간 협동, 통합이 진행되고 양돈조합 연합회가 탄생한다. 2단계로 비조합그룹(계열화업체, 기업양돈, 양돈단지 등)까지 포함하는 협의체가 생기면 협회기능까지 포함하는 대표조직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소비자요구를 민감하게 파악하여 생산, 가공, 유통, 판매의 각 부문에 즉시 반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양돈 시스템이 구축된다. 이상은 비전문가의 하나의 가설이지만 이런 기회가 논의의 시발점이 되어 양돈업계의 지도자, 농협, 농림부, 협동조합연구소, 학자등이 모여 앞으로 국제 경쟁에서의 생존전략을 모색하기를 기대한다. 최근의 축협들은 부실채권, 노조, 감사, 구조조정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구조조정과 개혁은 우리 경제의 화두이 기도 하지만 단순한 인원감축보다는 근본적인 구조개선을 통한 업무의 통폐합, 기능의 효율화, 기득권의 포기, 경쟁유도등을 통해서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쇠고기 수입 완전개방과 언제 구제역이 재발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밀린 숙제는 많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 치울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 한가지만이라도 확실하게 해결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