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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시대 전문화로 승부를 <변화하는 외국의 협동조합>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0.12.29 15: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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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익(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올해 4월 17일 북유럽의 양대 최대 낙농협동조합인 덴마크의 MD Foods와 스웨덴의 Arla가 북유럽시장의 약 75%를 장악한다는 목표하에 합병하였다. MD Foods는 대규모합병조합으로서 덴마크 낙농가의 90%가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고, 우유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으며, Arla 또한 스웨덴 우유공급량의 64%를 점유하고 있는 대형협동조합들이다. 그럼에도 전문농협이 국경을 넘어 합병한 최초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협동조합이 가장 발달한 유럽의 농협은 지난 1990년대 이후 크게 변모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농협들도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출자의무와 출하권리가 연계된 신세대협동조합이라고 하는 새로운 협동조합들이 1990년대 이후 크게 확산되고 있다.
동유럽과 중국 등 기존 계획경제하의 농협들은 시장경제체제에 적합한 형태로 전환되어가고, 아시아 및 아프리카의 농협들도 과거 정부통제형 협동조합에서 조합원 통제형 협동조합으로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으며, 이는 1990년대 들어 많은 나라에서 농협관련 법을 개정한데서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94년과 1999년에 두차례에 걸쳐 농축협법이 개정되었고, 3개의 중앙회가 통합되었으며, 정부의 감독이 매우 강화되었다. 소위 개혁이라는 이름하에 추진된 이러한 내용이 과연 선진국 농협의 구조와 흐름에 비추어 과연 적절하고 유효성이 있는지를 가려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전세계에서 농협이 가장 발달한 나라가 덴마크라고 하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적을 것이다. 150여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덴마크의 농협은 낙농, 돈육, 수산제품의 90%이상의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농자재의 취급점유비도 60%대에 이르고 있다.
11만여명의 농민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는 덴마크는 270만 정보에서 생산된 모든 농산물의 3분의 2가 수출되며, 덴마크 총수출액의 30%를 차지한다.
덴마크의 농협은 보통 각 분야마다 고도로 전문화되어 있다. 둘 이상의 품목이나 기능을 수행하는 조합은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 하나의 품목이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1997년에 15개의 낙농협동조합, 축산·육류·계란·도축협동조합, 6개의 감자전분협동조합, 과
일·채소·종자·화훼협동조합, 농자재구매·곡물류·식료품협동조합 등으로 철저히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 금융기능을 담당하는 신용협동조합과 공제기능을 담당하는 공제협동조합이 각각 조직화되어 있다. 낙농, 계란, 도축장 등의 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이 생
산한 모든 농축산물을 조합에 출하해야 하고 조합은 이러한 농축산물을 전량 판매해준다. 각 품목의 연합조직인 덴마크낙농위원회, 덴마크 돈육생산자·도축장연합회가 있고 신용협동조합연합회와 공제협동조합연합회가 조직되어 있으나, 사업을 수행하는 연합조
직은 많치 않고 대부분 사업은 조합단위에서 이루어진다. 모든 농협, 공제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등을 포괄하고 있는 덴마크농협연합회는 협동조합에 관한 조사와 연구, 교육 등 협동조합의 이념구현단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음으로 360여만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의 농협을 살펴보자. 독일의 농협은 경제사업만을 전담하는 조합과 경제사업 및 신용사업을 겸영하는 조합이 공존하고 있다.
경제사업을 겸영하는 신용협동조합이 1996년에 709개, 구·판매를 전담하는 협동조합이 660개가 있다. 그리고 539개의 낙농협동조합은 55%내외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146개의 가축 및 육류협동조합은 30%정도의 시정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83개의
포도주협동조합, 148개의 청과 및 화훼협동조합이 각각 전문화되어 있는데 청과협동조합은 60%정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연합조직은 1996년에 40여개에 달하며, 이 연합조직들은 대부분 회원조합의 사업을 연합하여 대규모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라이파이젠계 협동조합 전체 매출액은 1995년 기준으로 398억ECU에 달하는데 이중 연합조직의 매출액이 164억ECU에 달한다. 독일 또한 이
러한 사업연합조직과 이념구현단체(독일라이파이젠연맹), 감사연합회가 구분되어 있다. 다음으로 유럽을 벗어나서 우리 농업 여건과 비슷한 일본의 농협을 살펴보면, 1995년 현재 2,635개의 종합농협과 3,738개의 전문농협(이중 출자조합은 2,011개)으로 나뉘어 진다.
종합농협의 경제사업연합회인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가 있고, 낙농, 축산, 양봉, 양계, 원예특작, 농촌가공 등 각각 전문농협연합회가 있으며, 종합농협의 신용사업연합회인 농림중앙금고, 공제사업연합회인 전국공제연합회가 각각 정립되어 있다. 특히 농림중앙금고는 신용사업을 수행하는 종합농협이든 경제사업만 수행하는 전문농협이든 모든 회원에 대한 담보없는 대출 및 어음할인, 조합금융의 중앙은행적 역할, 농림채권의 발행 등에 의해 농림어업부문에 있어서 장기신용은행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회원조합 중심
의 총회와 이사회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특히 야채안정기금제도에 의해서 농협을 통한 계통출하가 상당히 발달하여 생산부회(우리의 작목반)활동이 활발하다. 각 농민은 자유롭게 전문농협과 그 연합회를 설립할 수 있고, 모든 조합과 연합회가 가입한 전국농협중앙회가 조사, 연구, 교육, 감사, 농정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유럽의 농협에서 공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점은 다음 4가지로 간략히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유럽의 농민들이 복합영농이 아닌 소품목 또는 단품목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농협도 품목별·업종별 조합 및 그 연합회, 그리고 농업신용조합과 신
용조합은행, 협동조합연맹으로 설립, 발전하였던 것이다. 즉 농업의 전문화 과정에 놓여 있는 우리의 경우 전문농협의 방향은 필연적이며, 연합조직단계의 신용사업연합회와 경제사업연합회를 조직적으로 분리하고 중앙회는 협동조합이념구현활동과 지도감사, 농정
활동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요청되는 조직개혁과제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농민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선각자들의 협동조합교육운동이 결합되어 성공하였다. 현재에도 조합원 입회교육이 실시되고 있으며, 조합의 이사 및 감사로 선임되었을 경우에 1개월이내에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는 조합원 및 임원의
조합관리능력의 제고를 위한 필수적인 장치인 것이며, 이를 통해서 조합에 대한 조합원 통제가 가능한 것이다.
셋째, 조합원이 생산한 전량 출하의 원칙과 동일 품질의 농축산물의 공동계산제 원칙, 그리고 이용고배당의 원칙이 대부분 관철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합에 농사짓지 않는 농민이나 농사를 그만둔 사람이 조합원자격을 보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신
용사업을 겸영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식량증산을 위한 비료와 농약물자 및 정책자금의 배분조직으로서 정부에 의해 하향식으로 출발한 한국농협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넷째, 조합의 자유로운 설립이 보장되고, 조합이 다양한 유통, 가공사업을 추진하며, 연합회는 이의 보조 및 지원기능을 담당한다는 점이다. 덴마크 처럼 조합의 조직 및 사업규모가 큰 경우에는 양돈조합연합회, 낙농조합연합회 등이 경제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해당분야의 조사 및 판촉, 시장개척 등의 활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스웨덴의 농민구매 및 판매연합회(SLR)는 경제사업도 수행하고 있어 각국의 조건에 따라 일정한 차이가 있다.
SLR는 기계판매장, 곡물저장 사일로, 사료공장, 종자가공공장, 수송차량 등을 보유하고 있는 대규모 사업체이며, 제빵, 제과, 비료, 종자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수십개의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용자, 즉 농민조합원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이용실적에 의해 이익금이 분배되는 원칙이 관철되고 있는 유럽의 농협은 품목과 기능에 따라 철저히 전문화되어 있으며, 농민의 정치사회적 기능을 담당하는 농민운동조직은 모든 농민이 가입되어 있는 조직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