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바른협동조합연구모임 대표, 전단국대 교수) 1. 냉혹해진 생존조건 지난 30년간 고도성장기에 전통적으로 경종농업에 부수했던 축산업이 분화하여 전업화하면서 그 성장속도는 참으로 눈부신바 있다. 튼튼한 국경보호 아래 시장은 도시화의 급진전, 소득증가, 식생활의 서구화추세의 물결을 타고 날로 확대하였으며 한편 농후사료원으로서 값싼 미국잉여농산물(곡물류)등이 공급됨으로써 한국의 축산업은 최근까지 멈춤없는 성장을 거듭하였다. 경종농과 연계가 희박해진 탓으로 많은 사업장이 도시근교에 위치하게되었고 지역집중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입지와 경영방식은 내부경영비를 절감하여 비용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으나 분뇨처리로 인한 수질오염 등 심각한 환경공해와 함께 가축질병의 전염 등 외부불경제와 리스크 증가를 초래하고 말았다. 소비자의 의식과 선호도 그 동안 많이 달라지고 있다. 즉 식품의 안전성과 환경공해문제에 대하여 점점 민감해지고 있다. 특히 축산업에 대한 결정적인 도전은 1994년부터 출범한 WTO체제이다. 생산성과 부존자원이 빈약한 소농이 지배적인 한국의 축산업은 준비없이 하루아침에 세계시장에 강제편입된 꼴이 되었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하여 92년부터 농업구조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축산업구조개선사업이 착수되어 98년까지 7조2천억원을 투자하였다. 그 결과 축산업은 그 경쟁력과 체질이 과연 얼마나 개선되고 강해졌는가? 오늘날 우리 식탁의 차림표를 보면 수입식품의 차지함이 점점 많아지고 쌀밥과 신선채소류, 산나물을 제외하면 왕좌는 직간접으로 수입한 식품들이 차지하게 되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경쟁에서 이기려면 무엇보다도 가격이 싸거나 품질·안전성이 좋거나 해야한다. 그러나 지금은 후자의 요소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까지는 신토불이(身土不二)를 표방하며 국산식품을 권장해왔으나 유기식품까지 수입하려는 단계에서는 "실질(實質)"과 소비자와의 신뢰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2001년부터 완전개방에 돌입한 쇠고기의 소비시장을 보자. 국내쇠고기 공급량의 약 1/4는 젖소고기이나 상품표시는 여전히 "한우"로 되어있다. 한우산업이 살아남으려면 우선 이러한 부조리부터 청산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규제완화에 의하여 정육점이 지나치게 난립하고있는바 위생설비와 환경시설기준을 강화하여 대폭 정비해야할 것이다. 축산물의 무역과 사람의 국제교류가 크게 늘고 사육밀도가 높아지면 질병관리 또한 중대한 경영문제가 된다. 한편 소비자의 안전성요구가 점점 높아져서 위생규격이 엄해지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외국축산물의 수입은 점점 가속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을 둘러싸고 국내산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와같이 축산업의 국내외조건은 부업축산때의 제도와 경영방식으로서는 도저히 견디어낼 수 없는 수준으로 하루 빨리 종합적 변혁을 단행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2. 잘못된 "구조개선사업" 지난 90년대이래 축산업의 경쟁력강화를 내걸고 막대한 국가자본을 투자하여 정부주도의 구조개선사업을 단행하였다. 그 결과 축종별 생산능력이 확장되었고 규모화와 시설투자로 노동생산성도 향상되었다. 만약 국경이 부분적으로라도 국내시장을 안정시키는데 기능할 수 있거나 가격과 품질·안전성의 수준이 국제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면 "구조개선사업"은 한국축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샛길을 닦아 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생산확대에 앞서서 질병없고 분뇨공해도 없는 청정한 환경과 생산방식을 조성·확립시키는데 우선적인 투자와 노력없이 성급하게 개별적인 생산시설투자지원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 돈콜레라, 구제역 등 때문에 수출이 막히고 소비가 위축되었다. 또 값싼 수입품의 압력으로 국내생산은 부채만 누적시키게 되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자율농정의 방침에 의하여 투자프로젝트의 선택은 농가가 행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딜레마는 전적으로 농가의 책임이라고. 그러면 정부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단지 융자금과 보조금을 풀로 준비하여 농가가 원하는 대로 공급만 했단 말인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 투자계획과 규모, 시행절차, 기준을 정하는 등 세부사항까지 정부가 결정하는 관(官)주도형이었던 것이다. 요컨데 "구조개선사업"은 한국축산업 이 처한 복잡한 생태계조건을 경시하고 변화하는 국내시장과 세계시장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역동적인 전망요소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이다. 잘못된 투자는 차라리 안한 것만 못하다는 역사의 교훈을 새삼스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3. 활로개척과 협동조합의 역할 한마디로 한국의 축산업재건은 협동조합이 주도해야한다. 한국의 협동조합제도는 매우 경직적인바 이는 전통적으로 관(官)주도형이었고 신용사업규제형태가 원형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농업관련협동조합은 그 동안 어떠한 발전 또는 변화를 가져왔는가? 그리고 세계화시대에 적합한 자기혁신을 창출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가? 이제까지 한국농민은 필요에 따라서 자유스럽게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자율적으로 발전시킨 경험을 얼마나 쌓아왔는가? 사실 자유가 없는 곳에는 책임도 있을 수 없다. 지난번 협동조합개혁입법은 밑으로부터의 개혁운동이 자생(自生)하여 주도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의지와 단결이 실종한 탓으로 관료와 기득권세력이 의도한 작품이 되고만 것이 아니었던가. 집유일원화문제만 해도 낙농업계는 분열하여 장구한 소모전만 계속하고 있다. 이는 한국농촌에 조직의 리더쉽이 얼마나 빈곤하고 농민들의 기업가 정신과 능력이 아직도 황무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실증하는 것이다. 세계화시장과 과잉투자와 부채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새로운 협동조합이 태어나야 한다. 기능별 축산협 동조합과 그들의 지역적 전국적 연합조직의 네트워크를 하루속히 정착시켜야 한다. 현재 농수협중앙회는 은행업, 조합금융업(중앙은행기능), 구매업, 판매업, 보험업 등 실로 광범한 사업영역을 다루며 조세감면법상의 혜택을 남달리 누리고 있으며 정책금융의 채널기능도 맡고 있다. 국가가 이러한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협동조합이 농수산업의 발전과 농어민 경제의 안정에 기여토록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중앙회들을 조직을 최대한 슬림화하고 경영기법을 첨단화함으로써 운영잉여를 극대화하여 회원조합들을 지원하고 농어민들의 교육을 진흥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최근 농협중앙회는 업종별 전국연합회를 2년의 시험단계를 거친 다음에 추진해보겠다고 밝힌 듯 한데 이는 입법정신에도 위배되고 절박한 농축산업구조개력노력도 가로막는 방침이라 아니할 수 없다. 소위 "지도"라는 미명하에 관(官)이나 중앙회가 만약 낡은 발상이나 독점적 기득권수호에 연연하는 자세를 청산하지 않는다면 농축산업의 위기탈출은 연목구어(椽木求魚)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영규모가 비교적 크고 지역적으로 집중되어있는 업종적 크고 지역적으로 집중되어있는 업종(예 낙농)은 연합회를 뛰어넘어 전국단위의 조합으로 발전시키는 문제도 검토해야한다. 지금 농축협동조합의 조직은 과도기에 처한바 농민들은 협동조합의 새 지평을 열기위하여 진지하게 연구하고 활발히 토론하여 뜻과 힘을 모아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