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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금산군 (주)한협축산 박도현옹·준영·성진 3대

정인정신으로 지켜온 한국 축산업 자존심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3.09.29 13: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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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국내에서 순계(P.L)를 보유하며 토종닭 종계를 양산하는 민간 유일의 육종회사인 (주)한협축산(대표 박성진, 충남 금산군 진산면 만악리 307-4).
닭 뿐 만 아니라 모든 축종을 통틀어서 대중화된 국내산 종자를 보유한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국내 축산업에서 한협축산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특히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한협축산이 올해로 창립 50주년이라는 감격을 맞볼수 있었던 것은 창업주인 박도현옹(87세)을 시작으로 그의 아들인 준영씨에 이어 손자 성진씨와 범진씨에 이르기까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3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오고 있기에 가능했다.
현재 충남 금산의 청정지역에 자리잡은 한협축산은 순계사 3동을 비롯한 모두 8동의 계사에서 순계 1만수를 비롯해, 원종계 1만5천수가 사육되고 있다.
<사진2>이곳에서 생산 공급되는 종계는 연간 30만여수. 모든 토종닭 병아리가 정상적인 종계에서 생산된다고 가정할 때 국내 시장의 절반수준을 밑도는 규모다. 하지만 종계의 개념이 불분명한 국내 토종닭업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종계시장에서의 점유율은 큰 의미가 없다.
반면 어떤식으로든 한협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70%는 너끈히 상회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외국 유수의 품종이 그러하듯이 20년 이상의 개량을 거쳐 우리나라에 토착화된 만큼 (개량)토종닭으로서 소비자와 농가 모두 만족할수 있는 품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 한 것이다. 특히 한협3호의 경우 국내 토종닭의 대표 품종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한협축산의 역사는 1953년 창업주인 박도현옹에 의해 설립된 동신종축장에서 시작됐다. 이후 산란계와 육용계 육종사업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그의 아들인 준영(63세)씨가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여 전공인 수산업을 포기하고 닭육종사업에 뛰어들면서 박도현옹의 뒤를 이어 한협의 명성을 수놓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협축산은 지난 90년대 초 엄청난 시련을 접하게 되면서 큰 전환기를 맞게된다.
경쟁종계장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외국의 유명품종들에 의해 시장이 점차 축소, 경영이 악화일로를 걷게된 것, 설상가상으로 박준영씨가 병행한 사업마저 부도를 맞으며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러자 주위친지는 물론 손자인 성진씨 등 일부 가족들까지도 "돈만 들어가는 사업을 왜하느냐"는 극구 만류에도 불구, 박도현옹은 뜻을 굽히지 않고 금산에 있던 순계를 모두 남양주농장으로 옮겨 한협의 명맥을 이어가게 된다.
"돈을 벌고자 했다면 일찌감치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어느품종에 뒤지지 않은 한국고유의 품종을 만들어내고 싶었고 그것을 유지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한협은 결단을 내리게 된다. 소규모 육종기업의 특성을 충분히 살려 틈새의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소량 다품종생산, 다시말해 토종닭 전문으로 품종개량방향을 전환한 것.
이와함께 지난 '96년에는 마침내 '한협 325'를 전신으로 한 개량 토종닭 '한협8호'를 선보이는 한편 미국에서 경찰행정학을 전공한 성진(34세)씨가 집안의 뜻을 거스르지 못한채 같은해 한협육종과 별도법인으로 설립된 (주)한협축산 대표로 오르며 어버지에 이어 가업을 이어받게 됐다.
<사진3>그러나 젊은 경영인인 성진씨 역시 "유통을 병행하면 육종은 끝"이란 판단에 유통진출의 유혹을 뿌리치며 장인정신을 잃지 않았고 마침내 97년 새롭게 내놓은 '한협3호'가 업계의 인정을 받으며 점차 옛명성 회복과 함께 토종닭시장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한협일가 3대에 걸친 장인정신이 일궈낸 값진 결과였다.
최근에는 현재의 금산농장으로 농장통합작업까지 완료, 적지않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한협이지만 요즘 또한번의 결단을 내려야할 시기에 놓여있다.
민간사업으로서는 유지가 어렵고 소비의 계절적 편중이 극심한 국내 토종닭 육종사업의 근본적인 한계에다 지적 재산권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용계에서 생산된 병아리가 판을 치는 반면 이들에 대한 제재가 전무하다시피한 현상태로는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협의 연간 종계 판매량도 20만수로 30%이상 감소, 더 이상의 투자나 확대도 어려운 형편이다.
박준영 회장은 "종자산업은 한국가의 안보산업이자 가장 유망한 고부가가치 사업이라"고 전제,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무관심속에 지원은 물론 아무런 제도적 보호조차 받지 못한채 도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협일가는 육종사업 지속을 위해 외국시장으로 눈을 돌리기로 하고 박성진 대표가 중심이 돼 중국진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박대표는 "중국의 경우 종자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 각 성정부를 중심으로 관련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으며 이미 우리회사측에도 제안이 들어온 상태"라고 밝힌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굳이 우리회사가 아니더라도 정부는 육종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겁니다. 우리 축산현실을 감안할 때 가격경쟁이 아닌 우리만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제품으로 값싼 외국제품과의 경쟁은 물론 해외수출을 노려야 하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우리 고유의 종자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모기업인 천호마니커와 운명을 함께 할 수밖에 없었던 마니육종의 사례를 떠올리며 박성진 대표는 정부에 대해 이러한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일호 L2ho@chuksa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