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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협금융창구의 연말 대란(大亂)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1.01.09 09: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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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전국 일선축협 금융창구는 홍역을 치러야 했다. 하루 이틀 하는 업무도 아닌데 왜 이렇게 일처리가 늦느냐는 고객들의 원성이 넘치고 당황한 창구직원들이 진땀을 흘리며 허둥대는 모습은 그야말로 대목철의 재래시장을 방불케 했다.
일선축협 금융창구가 노조파업으로 홍역을 앓은 몇몇 은행처럼 북새통을 이룬 것은 회원축협의 사정을 고려치 않은 농협중앙회의 ‘일방통행’때문이었다.
농협중앙회는 농축협 통합이후 전산망통합을 완료하고 회원축협들로 하여금 구랍 26일부터 교체된 전산망으로 업무를 보도록 했다. 년말 마감과 함께 고객들이 몰려 가뜩이나 힘든 시기에 전산망이 교체됨에 따라 여기에 적응하지 못한 직원들의 일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고 고객들은 영문도 모른채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입출금이나 송금 때문에 1시간이상 기다린 사례가 비일비재 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라도 며칠간 일선축협 금융창구의 모습이 어떠했으
리라는걸 짐작하고도 남는다.
전산망 교체이후 며칠밤을 꼬박 새웠다는 한 조합직원은 “마치 일선축협에 골탕을 먹이려 그런 것 같은 인상을 지울수 없다”며 농협중앙회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일선축협의 금융창구가 업무마비에 비교될만큼 북새통을 이루고 불편을 겪은 고객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이유가 일시에 많은 고객이 몰려서가 아닌 다른 이유때문이란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상식적으로 볼 때 50년의 역사와 노하우를 자랑하는 농협중앙회가 그것도 회원조합에 골탕을 먹이기 위해 연말에 전산망을 교체했을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농협이 그같은 혼란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채 전산망을 교체한 책임은 어떤 형태로든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농협이 어떤 조직인가. 50년의 역사와 수신고 1위를 자랑하는 ‘슈퍼뱅크’가 아닌가. 그런 농협이 이런 부작용을 염두에 두지 않고 연말에, 그것도 충분한 교육도 없이 전산망을 교체한 사실은 회원조합의 불편쯤은 아랑곳않는 무신경함이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하부조직은 정해진 방침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권위주의적 행태의 소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만약 연말에 전산망교체가 불가피했다면 시군지부나 인근 단위농협에서 한두명의 지원인력이라도 파견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고객들의 불편도 최소화되었을 것이고 ‘물먹이려 했다’는 원망을 듣지 않고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축협인들의 닫힌 마음을 조금이라도 열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