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축협인들을 만나면 도무지 일할 맛이 안난다고 한다. ¶통합이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앙회 직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들만의 중앙회가 대하기 버거운 통합조직으로 바뀐 것 말고는 달라진게 없어 보이는 조합 관계자들도 일할 맛이 안난다며 한숨이다. 심지어 조합장들중엔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럴수 없어 현 임기만 채우겠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중앙회직원들이 일할 맛이 나지 않고, 통합으로 신분상 불이익이 없는 조합장들이 자리를 미련없이 버리겠다고 하는 것은 통합농협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거나 아니면 그렇게밖에 생각할수 없는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원론적으로 보면 다 맞는 얘기지만 현실적으로는 후자쪽에 무게가 실린다. 향토사회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조합장들이 중앙회에 적응하는 문제만으로 지역유지로서 선망의 대상이기도 한 조합장자리를 내놓으려 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축협직원들은 대부분 어렵사리 통합중앙회에 자리를 얻었지만 십중팔구 약자로서의 서러움을 털어놓는다. 어느날 갑자기 부장에서 차장으로 직급마저 뒤로 물러 나야 하는 그들은 축산경제분야가 독립성과 전문성이 명실상부하게 보장되지도 않고, 통합방식도 전형적인 흡수통합이라고 말한다. 또 정든 동료들과 뿔뿔이 헤어져 낯선 곳으로 한둘씩 옮겨간 직원들중엔 점심동료가 청원경찰뿐이라며 「왕따」당하는 서러움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사정이 이쯤되면 아직도 보직을 받지 못한채 책상만 지키는 직원들의 얘기는 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축협중앙회의 경영손실 처리문제와 예치금이자 차등적용등의 문제로 심기가 불편한 일선조합 관계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은 손실문제는 제쳐두더라도 지역본부 회의나 중앙회차원에서 시달되는 각종 문서를 접할때마다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망령이 떠올라 중앙회가 한식구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조직규모나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아 넘길수만은 없는 사안이다. 받아들이는 쪽에서 권위주의의 체취를 느꼈다면 진정한 의미의 동질감이나 파트너십은 생성될수 없는 것이다. ¶통합농협에 대한 이들 축협인들의 감정은 한마디로 통합이 1대1 대등통합이 아닌 흡수통합인데서 비롯된 소외감과 약자로서의 서러움인 것이다. ¶이들이 느끼는 소외감이나 서러움이 시간이 흘러 켜켜이 쌓이면 그것은 한(恨)으로 남기 마련이다. 그 한이 출구(出口)를 못찾아 부메랑이 될 경우 농협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질수 있음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일 것이다. 통합의 결과가 축협인들에게 한으로 남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축협인들의 감정이 한으로 남지 않도록 하려면 농협인들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우월감을 떨쳐 버려야 한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처자식 때문에」 어쩔수 없다며 입술을 깨무는 축협직원들, 협동조합에 회의를 느끼는 축협조합장들이 늘고 있으며 이를 걱정하는 축산인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강조할 것이 있다면 농협인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우월적 지위가 적어도 협동조합적 시각에서 보면 그리 강고(强固)한 것이 아니란 사실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