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말 UR협상타결과 함께 쇠고기 수입개방의 물결이 거세게 일기 시작하면서 한우농가의 경쟁력 강화의 명분으로 정부의 "경쟁력제고 사업"을 통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농가의 사육의지가 함께 어우러져 한우산업은 부업형태에서 전업 내지 기업형태로 급격히 변화되기 시작하였고 수입 육도 국내에 상륙하여 저가와 규격화된 상품, 탁월한 마케팅능력을 등에 업고 국내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기 시작하였다. 한편, 국민소득증대와 점차 고급화되는 식문화의 발달, 외식산업의 팽창 등으로 쇠고기 소비시장도 점차 커가고 있는 와중에 90년대 중반에 불어닥친 영국의 광우병파동과 일본의 0-157보도 등을 접하면서 소비자는 위생과 안전성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승승장구하는 듯하던 한우산업은 과도한 사육두수와 IMF의 암초를 만나 좌초의 위기를 맞게 되었고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는 농가가 전국에 산재하여 부채상환연기를 주장하는 대모행렬이 줄을 잇는 현상이 곳곳에 벌어지니 참으로 답답하고 가슴아픈 일이다. 쇠고기 수입개방을 대비하여 정부나 생산자단체 생산농민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여 왔다고는 하나 아직도 뚜렷한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고 있는 현시점에서 전국의 한우사육농민들 가슴에 짙게 깔려있는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한우사육을 완전히 포기하고 농촌을 따나지 않는 한 우리는 수입 육과의 한판승 부에서 이겨야하고 반듯이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한우사육을 통해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수익을 많이 냄으로서 우리의 고향, 삶의 터전을 지킬 뿐만 아니라 반만년 우리민족과 애환을 같이 해온 한우를 자손 만대에 물려주어야 하며 한우고기의 독특한 맛과 향, 한우 뼈의 진한 국물 맛을 한우를 사랑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급하여야하는 막중한 책무가 전국의 뜻있는 우리 한우사육농민의 두 어깨에 달려있음을 자랑으로 알고 한층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평소 우리보다 10년 앞서 쇠고기시장을 완전 개방한 이웃나라 일본의 상황이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되어 수입개방 10년동안 일본의 화우 및 일본 국내육 현황과 일본 농민들이 그 동안 기울인 노력에 대하여 알고 싶던 때, 마침 지난 10월에 안성소재 국립 한경대학교 장경만교수님 초청으로 내한한 일본 동경농업대학 아라이 교수님과 정담을 나눌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 아라이교수님의 말씀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화우의 고급육 지육경락 가격은 일본 경제 상황의 좋고 나쁨에 따라 오르고 내릴 뿐 수입 육과의 경쟁관계에서는 많이 비켜나 있고 향후 일본의 소비자 의식변화에 따라 많은 부침이 예상되며 기타 일본 국내 육의 경우 유럽의 광우병파동이 일본소비자의 안전성의식을 일깨워 일본국내 육을 선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였다. 한편, 한우 육의 품질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평가를 내렸는데 품질이 고르지 못한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여 한우 육의 좋은 특성을 살려 개량을 지속하고 비육우 생산에 임한다면 수입 육과의 경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희망적인 답을 주었다. 본인이 10년여간 한우거세사육과 병행하여 도축과 부분육 가공, 유통을 경험하면서 느낀 생각을 토대로 아라이 교수님의 말씀을 유추해 보건대 우리 한우사육농민들은 과연 유통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소비자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생각조차 안하고 소를 사육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고 시세에 따라 때로는 단기사육에다 한우기반이 무너지는지 조차 모르고 나만 살겠다고 암소비육에 모두가 열을 올리고 있는 점이 참으로 아쉽고, 우리모두 반성해야 될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심지어는 협동조합 직매장에 한우암소전문판매라고 버젓이 플랭카드를 걸어놓고 있는 무지함 앞에서는 이제 더 이상 할말을 잃고 만다. 수입개방은 코앞이고 암소비육은 성행하고 번식기반이 급격히 붕괴되는 것이 눈앞에 보이니, 다급해진 정부는 다산우 장려금에, 송아지 안정제에다, 거금을 들여 거세한우에 두 당 20만원씩 보조해가면서 거세고급육 생산을 유도해 보지만 과연 유통관계자나 우리의 고귀하신 소비자들께서는 한우고기에 손을 들어 줄 것인가? 우리는 흔히 고급육만 생산되면 소비자가 흔쾌히 한우를 손들어 줄 것이라는 순진한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우 1등급이 소비자 기호에 맞는다는 것은 수많은 시식회와 설문조사를 통하여 입증되고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으니 더 이상 반론을 재기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정성들여 사육한 한우 고급 육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도축, 가공, 유통분야에 대하여 우리 한우 사육 농가들이 얼마나 관심과 애정을 주었는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함께 더불어 살고자하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 생각하게 된다. 유통업자는 이윤을 극대화하고 소비자의 발걸음을 지속적으로 붙잡아주는 한우육일때 비로써 애정을 줄 것이고 생산자에게 높은 값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동서고금의 진리일 것이다. 요즈음 거세열풍과 더불어 거세시기에 대한 논쟁이 도하 농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배합사료 자유급이에다 400kg안팍의 거세시술이 공공연이 자행되고 있는 실정인데 이 혼란스러움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혼란을 정리코자하는 마음에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정확한 연구조사에 의한 자료는 아니지만 본인이 속한 영농조합 회원들은 거의 거세시기 및 사양관리 기록을 갖고 있으므로 무리한 발상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 나라의 도체등급제는 육질판정시 등심을 절개하여 육질을 판정하는데, 농협한우개량부에서 연구한대로 15개월령개체의 거세시에도 1등급 출현율이 별차이가 없다는데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본인이 경험한 바로는 1. 늦게 거세한 소일수록 질기다는 평가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다. 2. 4∼5월령 거세우의 경우 1+등급을 받았을 때 우둔이나 전각등 비 인기 부위에도 마블링이 잘 침착되어 우리 식문화에서 선호하는 로스구이용을 많이 생산할 수 있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3. 200∼250Kg이상 거세우의 경우 지방 침착이 잘 되는 갈비나 꽃등심 부위 일부에만 국한되어 마블링이 형성되므로 판매자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로스부위 판매량이 적어지게 되고 당연히 이익이 작을 수밖에 없게 된다. 4. 늦게 거세할수록 등심내 지방침착이 굵고 불규칙하며 소위 떡지방이 많이 생겨 상품성 저하로 고급음식점과 고급판매장에서 크래임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위와 같은 점을 대략 열거하여 보았는데 거세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각자의 판단이겠지만 유통업자나 소비자측면에서 접근하는 사양관리 방식이 앞으로도 좀더 깊은 연구가 필요한 것 같다. 한편 거세한우하면 안큰다는 인식이 늘 따라 다니고 조사에 의하면 거세우가 덜 큰다는 발표가 자주 있으나 본인 판단으로는 이게 빨리 크느냐 적게 크느냐하는 이야기는 한우거세우에 있어서 이제 그만 얘기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물론, 개체간 유전적인 소인은 다소 있겠지만 한우고급육 시스템을 철저히 적용할 경우 프로그램에 의한 정확한 증체가 중요하지 육성기에 빨리 크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며 위와 골격을 잘 발달시켜 후기증체를 유도하는 것이 한우고급육 사양관리의 요체인바 논쟁에서 증체는 제외했으면 한 다. 이 세상에 잘 크는 소가 육질까지 좋을 수는 없다는 것이 99% 정답이니까 말이다. 이 밖에 한우육의 고급화과정에서 숱한 난제가 가로 늘여 있지만 거세하는 방법에서부터, 정립된 한우고급육 프로그램조차 접하지 못하고 한우 거세고급육생산을 아직도 주저하는 농가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위기는 이미 닥쳤고 준비한 것은 부족하지만 1. 산육생리에 기초한 기본에 충실한 관리를 행하고 2. 번식우기반 확충 및 등록관리에 철저히 기하며 3. 경영부기 및 생산기록은 꼭 작성하여 분석활용하고 4. 지역별 권역별 한우 생산체 단체의 활성화 등이 이루어진다면 우리한우의 앞날이 어둡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입 완전개방을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우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 생각하고 기본에 충실한 한우사육만이 소비자에게 신뢰를 구축하여 수입 육과의 경쟁에서이길 수 있는 지름길임을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