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정리해야 하는 계절의 끝에 들어섰다. 언제부터 계절을 반기기보다 계절에 쫓기고 있는 현대인. 잠시나마 한해를 반추하는 사색의 여유를 가진다면 행복한 사치일까. 현직 축협조합장이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필집을 내놓았다. 충남 서산축협 정창현 조합장의 수필집「자유로운 마음의 여행」(범심사 간)에는 그동안 틈틈이 일상생활에서 느낀 순수한 감정을 기록한 52편이 3부로 나누어 수록되어 있다. 월간 문예사조를 통해 수필가로 문단에 등단한 정조합장은 일상생활속에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사물에 접근, 뛰어난 감수성을 동원해서 정갈한 문체로 담담하게 이어가고 있다. 정조합장은 서문에서 좋은 수필의 조건으로 "좋은 소리, 아름다운 소리, 좋은 향기"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미흡한 글을 내놓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거짓없이 드러내 놓았다는 점에서 부끄러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자위하고 있다. 감각의 축수를 동원해 쓴 주옥같은 글을 모은이 책에서 정조합장은 자유로운 마음의 여행을 갈망하며 몸소 체험도 한다. 정조합장은 우연이 산에 올랐다가 계곡을 흐르는 물에서 자유가 무엇인가라는 화두에 침잠하게 된다. 문득, 물이 흐르다 돌멩이가 가로놓여 있으면 그것을 뛰어넘지 않고 옆으로 돌아서 흐르는 그 순리가 자유로움이라는 진리를 발견한다. 필자는 일상생활에서 느낀 편린에서부터 시작해서 동서양의 사상은 물론 때로는 역사적인 사실까지 인용해서 광범위한 독서력과 동서고금의 사상적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황인성 ishwang@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