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양돈업계는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양돈산업에 있어서 주목할 만한 두 가지 큰 이슈가 있었다. 하나는 17년간 양돈인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양돈자조금 시행을 위한 대의원 선거가 무사히 치러졌다는 것이다. 11월 12일, 13일 양일 간 전국 1백12개 선거구에서 일제히 치러진 양돈자조금 대의원 선거에서 2백명 중 1백93명이 선출됨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적인 자조금이 시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오는 19일 자조금 조성을 위한 대의원 총회가 예정돼 있다. 자조금법이 시행에 들어간지 1년만의 일로 이는 국내 농산물 중 유일하게 농가 스스로가 자구책을 마련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DDA농업협상, 한·칠레 FTA 등으로 어수선한 농업계에서 타 농산물에 비해 한층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만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돼지콜레라 백신접종을 중단한지 불과 1년이 지나 전국적으로 발생한 돼지콜레라 인해 백신접종을 재개했다는 것이다. 돼지콜레라 청정화는 양돈인들의 또하나의 숙원사업인데 많은 준비와 각고의 노력 끝에 중단했던 백신을 재개했다는 것은 앞으로 돼지콜레라 청정화에 있어서 매우 안타까운 현실로 많은 양돈인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또 백신접종 재개에 따라 초산돈의 유사산이 증가해 양돈농가들은 정신적이 피해는 물론 물질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돼지콜레라 발생이 종돈장에서 분양한 후보돈이 원인으로 잠정 결론 나면서 종돈업계를 크게 위축시켰다. 이 밖에도 2003년 양돈인들의 기억에 남을만한 일들을 살펴보면 우선 사상 최대 사육마리를 기록하며 9백30만두를 넘어섰으며 일부에서는 1천만두를 넘어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상 최대 사육두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돼지콜레라 백신으로 인해 유사산이 크게 증가해 전체 도축두수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일 될 전망이다. 또 최근 매년 반복되고 있는 연중 돼지값 등락이 올해도 예외없이 재현되며 양돈농가들의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경기침체로 인해 극심한 소비부진 탓에 돼지고기 소비도 크게 위축되며 양돈농가들을 애타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년 상반기까지 장기간 저돈가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은 양돈농가들이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지역에서는 양돈농가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육가공업계는 경기침체가 돼지고기 소비부진으로 이어지고 수출부진 등으로 재고량이 증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또 양돈농가와 육가공업체간에 거래시 기준가격을 놓고 전국시세 적용을 주장하는 양돈농가와 서울축공 시세를 고수하고 있는 육가공업체간에 줄다리기가 아직도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처럼 양돈업계는 힘겨운 2003년이었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양돈자조금 시행과 돼지콜레라 청정화를 위한 노력 등 업계 스스로가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이 돋보였던 한해였다. 이희영 Lhyoung@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