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새해 새아침이 밝았다. 그러나 새해 새 아침에 내딛는 첫 발걸음이 가볍지가 않다. 지난해 말에 축산업계를 강타한 가금인플루엔자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미국발 광우병 소식은 새해 축산업 전망 자체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이처럼 새해 아침부터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디면서 ‘왜 우리 축산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 다시 말해 우리에게 축산은 무엇인지에 대한 가치를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그동안 우리 축산은 우리 국민의 영양 안보와 농촌 경제의 주도적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확고한 위치와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그만한 위치와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축산에 대한 평가 절하의 근저에는 우리 축산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가축 질병 문제와 가축 분뇨처리 문제 등이 있다. 물론 우리 축산이 국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또 가축질병 문제도 구제역, 돼지콜레라, 가금인플루엔자 등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우리 축산에 대한 비관적인 평가가 나온 것도 사실이며, 가축분뇨 처리를 환경 차원에서 쟁점화 함으로써 부정적으로 내 비친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는 그동안 축산에 대한 이같은 부정적 시각에 대해 우리 농촌에서 그나마 가장 경쟁력을 갖춘 품목이 축산임을 강조하는 한편 외국의 가축들은 우리보다 더욱 심각한 질병 문제를 안고 있고, 뿐만 아니라 우리 가축과 마찬가지로 외국의 가축도 분뇨가 발생된다는 점을 들어 사려깊지 못한 일부의 편견을 지적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축산을 바라보는 일부 농업계 인사의 시각은 여전히 바로잡히지 않음으로써 뜻있는 축산인들을 안타깝게 해 왔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말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은 왜 우리 축산물이 아니면 안되는 것인가를 웅변해 주고 있다. 만약 그동안 우리 축산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일부 인사들의 생각대로 우리 축산이 발을 부치지 못하고 우리 국민이 먹을 축산물을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한다고 가정할 때, 이번과 같은 미국의 광우병 발생은 우리 국민의 안전이 직접적으로 위협당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 그런 축산물 수입을 중단할 경우 하루 아침에 부족한 물량을 다른 쇠고기 수출국으로부터 공급 받는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설령 부족한 물량을 다른 나라로부터 보충한다고 하더라도 그럴 경우 해당 축산물 가격이 그만큼 비싸질 수 밖에 없으며, 결국 우리 국민은 우리 축산물을 먹는 그 이상의 댓가를 지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 국내산 쇠고기를 생산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따라서 이번 미국 광우병 파동은 어떤 경우에든 우리 축산물을 일정 수준이상 자급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확연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며, 우리 축산의 존재 가치를 분명하게 인식시켜주고 있다할 것이다. 우리가 축산물을 먹지 않아도 된다면 몰라도 우리가 우리의 건강을 증진시키거나 유지하기 위해서 축산물이 필요하다면 우리 축산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이번 미국 광우병 파동이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새해는 우리 축산이 우리 국민에게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가치를 재인식하는 해가 되기를 바라며, 이같은 축산의 위치와 가치에 대한 재인식의 바탕위에서 우리 축산이 바로 서기 위한 제도나 시스템의 점검 또는 새로운 시스템의 구축이 논의돼야 할 것임을 덧붙인다. 그럼으로써 새해는 우리 축산의 기반을 일정수준 이상 확고히 다지는, 우리 축산 재도약의 해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