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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육점보다 음식점

축산물 원산지둔갑 '빈틈없는' 단속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4.01.19 21: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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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 광우병 발생이후 쇠고기 둔갑 판매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가 호주산으로 둔갑하는 경우, 또는 일반 수입육이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또한 둔갑 판매 등 부정 유통을 감시하고 단속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단속 행위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신뢰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본지는 이에 따라 품질관리원 관계자와 동행하며, 특별단속 현장을 취재했다. 취재결과 대부분의 정육점에서 둔갑 판매 등 부정 유통에 따른 처벌 강화 등을 인식하고 있는 탓인지 정육 거래내역서를 비치하고 있는 등 일반적 우려와는 달리 부정유통의 사례는 미미했다. 아울러 품질관리원 관계자의 단속 내용도 놀라울 정도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빈틈없이 단속에 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문제는 단속할 규정조차 없는 음식점의 둔갑 판매임을 품질관리원 관계자가 확인해줬다.
다음은 축산물 원산지 둔갑판매 단속 현장 동행 취재기.
기자는 최근 미국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쇠고기를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거나 특히 설 명절을 앞두고 원산지표시를 위반하는 행위가 급증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이수화)에서는 원산지둔갑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쇠고기 원산지 둔갑판매의 형태와 방법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단속은 어떻게 하고 있는 지를 직접 알아보기 위해 품질관리원 관계자와 동행 취재키로 했다.
동행 취재는 지난 14일 오후 2시 농관원 경기지원(서울출장소) 소속 단속반(정안모팀장, 이호열)과 전국한우협회 김영원과장, 월간한우 윤진상 기자와 함께 서울 동작구 상도동 일대 대형할인매장과 한우정육점 등에 대한 불시의 부정유통 단속으로 이뤄졌다.
단속반이 처음으로 단속을 실시한 곳은 상도동 중앙하이츠 아파트 근처의 ㅊ도매백화점이었다. 일반 정육점보다 규모가 약간 큰 곳이었다. 단속원이 매장에 들어서면서 주인에게 단속경찰관 신분증을 제시하자 주인은 약간 당황하는 눈치였다. 단속원은 주인에게 거래내역서와 축산물등급판정서를 요구했고 주인은 곧바로 이를 제시했다. 이어 거래내역서를 보면서 어떤 품목을 취급하는지를 먼저 확인하고는 냉장 창고 안에 보관중인 물건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점검하기 시작했다. 장부에 없는 물품들이 숨겨져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것이다. 특히 수입 쇠고기 부산물(사골 등)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하고 있지 않은가를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마치 군대에서 내무 검열 받는 것을 방불케 할 정도로 철저한 조사가 진행됐다.
그리고 진열장에는 없는 수입쇠고기가 창고에서 발견되자 주인은 “이것은 진열해 놓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고 주문을 받아 식당에만 공급하는 물품”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단속원은 판매처인 식당에 전화를 걸어 수입육임을 알고 구입하는지를 확인했고, 상대방으로부터 “수입육을 구입한 것”이라는 답변을 듣고 다음 조사가 진행됐다. 이번에는 원산지 표시가 없는 분쇄육이 나타났다.
주인이 성급히 “이것은 모 식당에 공급하는 것인데 수입육으로 만든 것”이라고 답변했다. 단속반은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고 판매하는 것은 원산지 미 표시에 해당하는 위반행위이며 이 제품의 판매가에 준하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으로 들린 곳은 ㅎ축산물직매장으로 한우전문매장이었다. 진열장에는 모두 ‘국내산(한우)’로 표기돼 있는데 한쪽 구석에 ‘국내산’이라고만 쓰여 있는 것이 보였다. 주인은 손님이 싼 것을 찾으면 ‘국내산’으로 쓰여진 ‘육우’를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냉장 창고에 들어서니 한우사골과는 달리 훨씬 골격이 큰 것이 있어 단속원이 ‘수입산’이냐고 묻자 주인이 펄쩍뛰며 아니라고 둘러댄다. 수입산이 아니면 육우인 듯 보였으나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진열장에 한우등심이라고 쓰여 있고 한우등심이 진열돼 있는데 그 앞에 팔다 남은 듯한 썰어진 등심이 수입육처럼 보여 주인에게 한우가 맞느냐고 물으니 한우가 확실하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단속원이 한우 등심이 확실하냐고 재차 묻고는 썰어진 등심을 펼쳐서 썰기 전의 등심과 떡심이나 지방의 무늬, 크기 등을 세밀히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바로 그 한우 등심에서 썬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는 Y 미국산 쇠고기 전문점으로 매우 영세해 보이는 조그만 정육점이었다. 수입 쇠고기의 원산지가 미국뿐 아니라 호주로 표기된 것도 판매하고 있었다. 단속원이 미국산으로 표기해서 판매하는 것을 보고는 뉴질랜드산이라고 지적하며 왜 미국산으로 판매하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뉴질랜드산인지 몰랐다고 둘러대며 요즘 쇠고기 판매가 너무 안돼 죽을 지경이라며 선처를 빌었다.
단속원은 “미국산 쇠고기가 뉴질랜드산보다 고급 육이라는 인식이 있어 이런 사례가 가끔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수입산 돼지갈비를 한국산 암퇘지라고 표기한 채 판매하는 것이 적발됐다. 이런 수입산 돼지 갈비가 또 있는지 냉장고를 확인한 결과 냉장고에는 국내산 돼지갈비만 있었다. 이에 대해 주인은 “요즘 장사가 하도 안돼 수입산 돼지갈비를 처음으로 한 개만 받은 것”이라고 변명했다.
다음에는 ㅇ한우전문점에 들어섰는데 냉장 창고에는 고기가 거의 없고 텅 비어있었다. 요즘 장사가 잘 안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사골만 육우로 표기해 놓고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정안모 팀장은 “원산지둔갑판매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던 것이 지난해 6월부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더욱 강화됐다.”고 밝히고 “이처럼 처벌 규정이 강화되고 단속원들이 철저히 단속을 하고 있어서 인지 최근에는 백화점은 물론이고 일반 정육점에서도 원산지둔갑판매를 적발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식당에서 수입쇠고기가 원산지 구분없이 판매되고 있는데도 이를 단속할 규정조차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축산물 원산지 부정유통은 전국 어디서나 1588-8112로 신고하면 5만원에서 최고 1백만원까지 고발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행 취재를 하기 전에는 원산지표시 위반행위 단속이라고 하면 단순히 매장에 진열된 상품에 대해 한우 또는 국내산이라고 표기해 놓고 수입 쇠고기를 둔갑 판매하는 것을 적발하는 정도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진열대는 물론 거래내역서를 꼼꼼히 체크하면서 냉동창고 등 의심이 가는 점이 있으면 매장의 구석까지 일일이 확인하고 의심사항에 대해 따져 묻는가 하면 판매처에 까지 확인하는 등 철저히 단속하는 과정을 보고 둔갑판매를 했다가는 여지없이 적발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단속반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물론 기자가 본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우리가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곳에서는 부정유통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본다. 어쨌든 쇠고기 부정 유통 감시나 단속은 농산물 품질관리원이 얼마나 철저하게 단속에 임하느냐와 한우인들 스스로 감시의 눈을 크게 뜨느냐에 달렸음을 이번 동행취재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곽동신 dskwak@chuksa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