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선진국들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우유의 자급과 낙농업의 유지, 보호를 위하여 국가적으로 노력하고 실천하여 왔다. 예전의 서방인들의 체구나 신장이 오늘같이 크지 않았고 우유를 비롯한 식생활의 개선이 그들을 건강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국민의 체력이 국력으로 이어지도록 한 그 노력이 성공적이었음은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는 결과이다. 40년 전 박정희 대통령이 민족중흥과 조국 근대화를 위하여 선진국들을 벤치마킹하고 도입한 실천과제 중의 하나가 낙농진흥이었고 현재 중국이 근대화 내지 선진국화를 위하여 표방한 국가적 10대 실천과제 중의 두 번째가 낙농진흥인 것은 당연한 결과이며 일치된 결론이었다. 현재까지 인류에게 우유보다 더 완벽하고 중요한 식품은 없다. 그래서 모든 선진 문명국가들은 낙농업이 그 나라의 경쟁력과 관계없이 무조건 우유의 자급량을 확보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하여 온갖 정책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낙농은 그렇게 중요한 만큼 생산이 모든 농산물 중에 가장 어렵고 그 조건이 열악하다. 우유라는 특성이 매일 생산되고 잘 부패되고 부피가 크고 취급이 곤란하며 고도로 기술집약적으로 개량된 민감한 젖소를 길러야한다. 그래서 낙농가의 입장에서는 우유가격에 대한 거래 교섭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 우유가격만큼은 정부가 개입되어 일정한 낙농가의 소득이 보장되도록 하한선을 정하여 지키도록 한다. 그러한 제도는 국민소득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더 강력하게 시행한다. 낙농가에 대한 소득보장은 대체로 그 나라 국민의 평균소득보다 두 세배 훨씬 더 높게 설정한다. 그래야 농민들로 하여금 열악한 조건과 힘든 낙농업을 유지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첨단공업기술과 금융, 관광산업이 발달한 고소득 선진국인 스위스의 경우 젖소를 기르는 낙농가에게 무조건 젖소 두당 우유 값의 몇 배나 되는 지원금을 지불한다. 미국과 같이 철저한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운영되는 국가에서도 대형할인매장에서는 우유 값을 일정한 수준 이하로 할인 판매하는 것을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여 그 지방 낙농가들의 소득이 유지되도록 함으로서 국민들이 언제나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우유를 자급하여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일본도 일정 우유가격의 정부보증가격을 정해두고 시세가 차이나면 보상하여 낙농가가 우유생산을 계속할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 뉴질랜드도 정부가 농지, 우사와 설비, 젖소 등 우유를 생산 할 모든 설비를 정부가 마련해 주고 엄격한 시험을 거쳐 낙농가를 선발하고 이들이 안심하고 열심히 우유를 생산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와 WTO가 아무리 농산물무역자유화를 외쳐도 모든 선진 국가들은 우유만큼은 절대로 자급이 되도록 철저하게 방어하는 장치를 양보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우유의 생산 경쟁력에서 뉴질랜드를 이길 수 있는 나라는 한 나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 40년 동안 낙농이라는 특이하고 중요한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진흥하기 위하여 모든 농산물 중에 유일하게 우유라는 단일품목에 관한 특별법도 만들고 막대한 예산도 투입하여 왔다. 그 표면상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한국의 낙농은 세계 수준에 이르고 있다. 두당 평균산유량이 7천㎏에 육박하고 1등급의 위생적인 우유가 90%를 넘고 호당 사육두수도 50두에 가깝다. 모든 국민들은 식품 중에서 가장 위생적이고 안전한 인류 최고의 식품인 우유를 물보다 싼 값으로 어디서든지 마음껏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낙농은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낙농가들도 감소하면서 유가공업체도 10개 이상 공장 문을 닫았다. 우유가 남아돌고 소비자가격은 1998년 이후 6년 동안 오히려 인하되었고 농림부 주무부서 외의 정부 인사들과 국회의원들은 왜 낙농에만 그렇게 예산을 많이 쓰느냐는 질책을 쏟아내고 낙농을 연구하던 학자들은 낙농가들로부터 하나 둘 떠나고 학부모들은 “초등학생들이 우유를 먹기 싫어하는데 왜 굳이 용량을 늘리려고 하며 값은 왜 올립니까? 학생들이 남는 우유를 처리하기를 강요받아서는 안돼요!”라고 외쳐댄다. 심지어 일부 대형 유업체 조차도 학생들에게 설탕을 가미한 과즙우유를 먹이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과 일본에서 조차도 아이들에게 흰 우유를 더 먹이기 위하여 학교주변에서 설탕 탄산음료들을 팔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하여 시행하는 선진국들의 부모와 정책입안자들과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오늘 우리나라 낙농산업이 처한 모습을 보면 과연 이 나라가 낙농진흥을 위하여 노력하던 나라였는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 마치 우리 낙농이 우리나라 경제가 1만불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선진국 문턱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 오히려 중국 중앙정부가 작년에 전 인민군에게 군 급식 우유를 500ml 씩 매일 먹이도록 즉각 결정한 반면에 우리나라는 지난 2년 동안 그나마 젊은 국회의원 한사람의 노력으로 200ml를 250ml로 올리는데 피나는 투쟁을 하여야 했던 쓸쓸한 기억이 있을 뿐 이다. 왜 그렇게 됐을까? 그것은 전적으로 낙농산업에 관련된 모든 이들의 책임이다. 낙농과 우유의 중요성에 대하여 국민적 공감과 정부-농림부만이 아닌 대통령을 비롯한 전 국무위원들의 정부-의 절대적인 의지와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낙농가들과 유업체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주장하지 말고 낙농인 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공익적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동안 낙농가들은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여 우리 낙농의 위생과 생산성을 세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았고 유업체들도 세계 첨단의 유가공기술과 위생, 안전에 최고의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낙농을 걱정하고 낙농발전을 위하여 연구하고 토론하는 학자들, 소비자 단체의 대표, 사회적 저명인사들, 정부의 고위직 정책결정권자들, 우유의 위생을 위하여 노력하는 검사기관들까지도 낙농가들의 집회장에서 무참하게 모욕당하고 능멸당하는 모습은 낙농인 스스로가 아군들에게 총 뿌리를 들이대는 결과로 되었다. 우유의 참된 가치와 진실을 왜곡하여 소비자를 우롱하고 소비자들을 불안에 떨게 한 부도덕하고 비양심적인 유업체들의 모습은 유업계 스스로가 우유의 소비시장을 어지럽히고 위축시킨 결과로 되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급선무는 한국의 모든 낙농가가 하나의 조직으로 굳게 뭉치는 것이다. 우유를 파는 유업체에 종속되어 파벌을 일삼는 지금의 모습은 자멸할 수밖에 없다. 낙농가들이 납유하고 있는 조합이나 유업체나 기관이나 어디가 되었든 그 시장가치가 똑 같을 수가 절대로 없다. 그래서 선진국들의 낙농가들은 모든 우유의 거래창구를 통일하여 힘을 모아 낙농발전을 공유한다. 또 유업체들은 벌어들인 돈으로 사회와 낙농발전을 위한 재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현실에서 꿈같은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우리 낙농이 살아남고 영원불멸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조건이다. 그렇게 모아진 힘으로 낙농, 영양, 농업경영관련 학자들에게 연구비를 많이 투자하고 국회의원들이 낙농의 가치를 이해하도록 하고 모든 국무위원들이 낙농을 사랑하고 나아가서 모든 국민들이 낙농과 우유를 좋아하도록 노력하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클린턴 전대통령, 인기최고의 운동선수나 배우들이 어린이와 모든 국민들의 건강을 위하여 무료로 우유마시기 캠페인에 참여하고 모델로 등장하는 모습이 바로 우유와 낙농을 사랑하는 미국 국민들의 사회적 공감이요 선진국으로 계속 살아가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우리나라 노대통령이 얼마 전 닭고기 공장을 방문하여 조류독감으로 위축된 양계산업의 회생을 위하여 노력한바와 같이 낙농가들도 낙농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힘과 지지를 스스로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