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금인플루엔자가 지난달 5일 아산에서 마지막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추가적인 발생이나 신고도 없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질병이라는 것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또 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긴장감을 늦추는 것은 금물이다. 다만 이 시점에서 그동안 가금인플루엔자 발생에 따른 상황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대응이 과연 무엇이 잘되고 잘못되었는지 되돌아 보고,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를 살펴보고 이를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지는 지난 2월6일자(1787호) 제1특집(가금인플루엔자 제대로 알면 걱정없다)에 이어 제2특집으로 ‘양계산업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각 단계별 위생과 안전 문제를 짚어보는 한편 최근 가장 큰 현안인 닭고기 수급상황과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살펴봤다. 아울러 닭고기 생산·가공 유통현장의 복구 현장도 가봤다. 편집자 ■ 종계·사육단계/질병없는 농장 실현 <사진1> "한국에는 가금 인플루엔자에 관한 훌륭한 전문가가 많고 그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광범위한 지식과 경험에 제가 덧붙일 것이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저는 가금 인플루엔자에 대한 한국의 대처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가금 인플루엔자 박멸에 한국처럼 투명하고 철저하게 대처하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당신은 가금 인플루엔자에 관련된 동료들에게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위내용은 금년 10월 서울에서 개최될 아시아 수의사 대회에 가금 인플루엔자에 관한 초청 강사로 초빙되는 미국 농무성 산하 가금연구소 소장이자 가금인플루엔자 전문가로인 스와인(Swayne)박사의 답신 중 일부이다. 그분은 FAO 가금 인플루엔자 전문가 자격으로 로마 회의에 참석하고 태국을 거쳐 지난 달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최종 발병 이후 한 달 가까이 발병이 없어 안도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동안 발병으로 인한 직간접 피해액이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에서 끝이 난다면 성공적인 박멸 사례로 꼽힐 것으로 본다. 양계 선진국인 화란의 경우 2003년 가금 인플루엔자 발병으로 불과 두 달여 만에 258개 농장에서 발병하였으며 전체 사육 수수의 절반에 가까운 2,800여만수를 도태하고도 막지를 못해 이웃 나라인 벨기에와 독일에까지 전염시키기도 하였다. 적어도 양계에 관한 한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던 태국에서도 불길은 멈추지 않고 있다. 비싼 대가를 지불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우리는 남들의 칭찬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잘 해냈다. 백신도 없는, 오로지 차단방역만이 유일한 조건에서, 게다가 소독약의 효과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엄동설한임에도 불구하고 양계장에서 양계장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체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땅에서 솟는 것도 아니다. 병원체 유입의 거의 대부분은 닭, 사람, 도구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국내 가금 인플루엔자 발병사례 중 오리가 절반인 9건을 차지하고 그중에서 두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종오리였음은 이러한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예라고 본다. 그러한 의미에서 계열 주체, 종계장, 부화장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티푸스에 걸린 종계는 결코 티푸스만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차단방역은 굳이 값비싼 시설이나 장비가 있어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차단방역에 대하여 조금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면 가금 인플루엔자는 물론 소득을 좀먹는 거의 대부분의 전염병을 막을 수 있다. 이제 무의식중에 자리 잡고 있는 자기 부정이나 비하를 과감히 떨치고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자. ■ 도축·가공단계/위생적 생산체계 구축 <사진2> 정부에서는 ‘97.12월 축산물가공처리법 개정으로 도축장 시설기준을 CODEX 및 미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상향시켰고 도계수수에 따라 연차적으로 HACCP를 도입하여 ‘03.6월까지 모든 도축장에 적용토록 함으로써 공중위생상의 위해요소를 사전에 파악하여 관리할 수 있는 위생관리체계를 구축했다. 닭 도축장 51개소중 ‘04년2월28일 현재 HACCP를 적용하고 있는 곳은 33개소로 전체 도계물량의 88%이상(‘02년 도축실적기준)을 도축하고 있다. HACCP적용이 미흡한 도축장에 대하여는 영업정지·과태료부과 등의 행정처분조치를 취하는 등 HACCP 정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축산물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농림부고시)을 개정하여 ‘03.11월부터 도축장의 영업자는 대장균 및 살모넬라 검사를 도축두수에 따라 의무화하도록 하였으며 허용기준을 초과할 경우 HACCP 운용 부적합 작업장으로 판정, 즉시 적절한 시정조치가 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군납, 학교 및 단체급식, 대형유통업체 등을 대상으로 HACCP 적용제품을 우선 구매토록 관계부처 및 관련 단체, 협회에 협조 요청하고 HACCP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 제고를 위한 각종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닭고기의 소비 활성화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현재 시행중인 도계검사체계를 개선, 질병 및 위생검사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검사 공영화가 큰 과제라 할 수 있으며 업체에서는 도계과정의 투명성 확보 및 냉각수 사용, 작업장 청결상태의 해결이 급선무라 할 것이다. 여기에 위생적인 닭고기 유통을 위한 포장의무화 및 냉장유통 체계를 제도화하여 국내산 및 브랜드 차별화는 물론 유통·판매단계에서의 위생관리가 제고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한 여건 및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 축산물의 위생·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육, 도축, 가공, 유통 각단계별 관리가 상호 연계되어 추진되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인만큼 양축가 및 도축·가공·유통업자 등의 노력뿐만 아니라 위생적이고 안전한 식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의 지혜도 필요하다. 특히 축산물의 위생관리와 검사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은 농장·도축장·가공장 등의 현장에서 가축질병의 이상유무 및 유해물질잔류 등에 대한 검사를 철저히 이행하고, 그 결과를 가축생산 현장인 축산농가에 제공(feed-back)하여 방역과 위생관리에 활용하게 함으로써 건강한 동물로부터 안전한 축산물의 생산 및 공급으로 소비자에 대한 신뢰를 높여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 소비·유통단계/소비자 신뢰·유통투명성 확보 <사진3> 지난해 발생한 '가금인플루엔자'는 우리 계육업계에 많은 고통과 시련을 안겨주었던 반면, 한 산업의 흥(興)과 패(敗)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비자'임과 동시에 식품의 '위생관리'와 '안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가금인플루엔자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먹거리를 둘러싼 안전성 확보와 대국민 홍보의 중요성은 잊지 말아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우리 업계가 소비자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품질 안전성이 보증된 닭고기를 생산·유통하는 것이다. 최근 건강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저지방, 저칼로리, 저콜레스테롤, 고단백의 효능을 지니고 있는 백색육(white meat) 닭고기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서 소비자들의 needs에 부합하기 위해 가장 먼저 선결되어야 하는 문제가 바로 '닭고기 포장유통 의무화'이다. 닭고기 포장유통은 유통과정에서의 미생물 오염방지 및 제반 안전상의 문제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7월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간 도계장에서의 HACCP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며, 수입닭고기와 차별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제도이다. 또한 닭고기 포장유통 의무화가 제도화되면, 포장지에 업체명 표기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닭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게 됨으로써 안정적인 소비기반을 마련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본회에서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닭고기 포장유통 의무화의 필요성에 대해 지적, 관계당국에 건의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원산지 표시 의무화 제도가 하루 빨리 정착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수입 닭고기의 유통경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데, 수입 닭고기가 국내로 유입될 때 원산지 표시가 확실하게 되어있는지 등 유통과정 중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 철저한 검수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세 번째는 조리하기 편리하고, 우리 입맛에 맞는 다양한 제품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닭고기 유통은 대부분이 통닭위주로 이루어져 왔으나, 앞으로는 다리육, 가슴육, 날개육 등 부분육 시장으로 형성해 나가야 한다. 부분육 유통은 일반 재래시장 등에서 도마에서 닭을 놓고, 도리쳐서 손질해서 주는 비위생적인 방법에서 탈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HACCP 인증 작업장에서 생산된 안전하고 위생적인 닭고기를 소비자들이 원하는 부위별로 바로 선택할 수 있다. 또 제품 개발을 통한 다양한 가공제품 출시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