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오히려 자국 양계산업에 대한 간접 지원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붇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따라 우리정부도 WTO 체제하에서 최대한 지원이 가능한 정책 수립에 보다 깊은 관심과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금수급안정위원회(이하 수급위) '선진양계산업시찰'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말 미국육계산업을 돌아본 건국대 김정주 교수는 지난 22일 열린 수급위 회의에서 '미국 육계산업시찰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교수에 따르면 미국 스스로 시장경제체제에 충실하게 따르고 이를 WTO를 통해 세계 각국에 강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사정이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 농림성(USDA)이 추진하고 있는 가금 프로그램의 경우 가금육과 계란 및 토끼 등에 대한 등급화 기준설정, 계란감시 의무화, 국내외에 생산보증서 발행, 마켓팅 뉴스의 전파, 구매사업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주 교수는 특히 생산 집중시기나 소비 정체 시기에 가금육에 대한 구매사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가금산업을 지원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에 시장경제체제를 강요하고 있는 미국이 정작 본인들은 법(농업법 32조)에 농림성이 구매사업을 실시하도록 규정, 잉여농산물 처분을 통해 농산물 가격하락을 방지할 수 있도록 매년 일정수준의 예산(관세수입의 30%)을 배정하고 있다며 미국정부의 불공정성을 강력히 비난했다. '미국 육계산업시찰단'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가금산물에 대한 미국정부의 구매사업 계획은 닭고기 8천9백60만달러를 비롯해 칠면조고기 6천3백80만달러, 계란 1천30만달러, 폐계 3천1백70만 달러 등 모두 1억9천5백40만달러(약 2천3백4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주교수는 이에대해 "우리나라는 그동안 양계산물 가격지지정책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한뒤 "그나마 양곡부문의 추곡수매제도도 금명간에 없어질 운명인 점은 미국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농산물 가격지지정책이라는 말만 나와도 WTO규정을 들먹이면서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게 우리 정부당국자들의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이러한 미국 정부의 행태를 참고로 우리 정부가 해야할 역할이 무엇인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유병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