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수요일, 충북 제천시 송학면 토전리의 한 식당에는 점심 시간에 맞춰 허름한 작업복 차림의 농민 대여섯 명이 들어섰다. 이마에 맺힌 땀을 연신 씻으며 식당 안을 들어서는 그들의 몸에서는 소독약 냄새가 흠뻑 베어 있다. 그렇다. 이들은 지금 막 축사 소독 작업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이다. 이들은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소주부터 한 잔 기울이고는, “오전에는 몇 농가를 돌았느냐” “소독하느라 고생했다”며 서로를 격려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또 다음 주일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으며 소독 계획을 세운다. 매주 수요일 소독의 날, 충북 송학면 한우작목반 회원들의 표정이다. 송학 한우작목반 회원들은 모두 12명, 이들이 사육하고 있는 한우 사육마리수는 7백여두로 결코 큰 규모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내 농장만 방역을 해서는 방역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면내 부업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방역 작업을 도맡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목반에서 갖고 있는 소독 차량은 모두 6대, 회원 2명이 1조로 부업 축산 현장을 찾아 아침 6시부터 골목 골목을 누빈다. 이렇게 소독하는 부업 농가수는 대략 2백여 농가로 차량 한 대당 30∼40농가를 소독하는 셈이다. 민영기 작목반장은 “제천축협의 지도하에 올해 처음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다”며 매주 수요일 한 번 씩 꼬박 꼬박 방역 활동을 자발적으로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보람 있다”는 말로 방역 활동에 기꺼이 임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그러나 송학면내 모든 부업 축산농가에 대한 방역에 나서는 이들에게 정작 힘든 일은 육체적 노동이 아니라 농가들의 방역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말한다. 이날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던 한 회원은 “소독하러 가도 농가에서 거들어 주기는 커녕 내다 보지도 않을 때가 있다”며 부업농가의 무관심을 안타까워 했다. 또 다른 회원은 “이제는 우리가 당연히 소독해주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소독하러 갔는데 축사로 가는 길을 막아 놓았기 때문에 걸어서 소독 장비를 들고 들어 갈 때도 있다는 것이 작목반 회원들의 하소연이고 보면 이들 작목반이 나름대로 방역에 대한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음을 짐작케한다. 다만 방역 활동을 하면서 방역복을 제대로 갖춰 입고 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제천에서 송학 한우작목반의 경우와 같이 일정규모 이상 축산농가들이 방역단을 조직한 경우는 금성면, 봉양면에도 있다는 것이 제천축협 어수원지도대리의 설명이다. 특히 금성면의 방역단은 송학 방역단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체계적이라고 귀띰해준다. 어대리는 “제천시에서는 소 20두, 돼지 5백두 이상은 자율 방역토록 하고, 소 10두미만, 돼지 3백두 미만은 자체 공동방제단에서 실시하고 있다”고 말하고 “다만 일정규모 이상 농가라도 방역을 소홀히 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를 대비해 축협에 방역 차량이 있어서 방역의 미비한 점을 보완한다는 것이다. 전업 규모 축산농가로 한우 1백여두를 사육하고 있는 진항구씨는 “자체적으로 방역을 하고 있지만 축협 방역 차량이 한 번 씩 다녀가면 소독을 정말 제대로 한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편 제천시는 가축질병 방역은 축산농가에서 ‘내 농장 내가 지킨다’는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각종 방역 지원을 하고 있다. 장재우축산계장은 “부업 축산 규모는 소독 지원이 불가피한 만큼 각 읍면 동에 설치돼 있는 72개 방제단을 통해 소독토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3백㎡(약1백평)이상 농가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는 농장 입구 소독시설에 대해 시 자체 사업비로 시설비의 60%를 보조 지원함으로써 방역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장지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