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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 경쟁력의 화두는 브랜드다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4.04.08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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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일 교수(건국대 축산대학)

경제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소득수준 1만달러를 기점으로 식품소비의 양상이 바뀐다고 한다. 즉 1만달러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물량중심의 소비행태를 보이던 것이 1만달러를 초과하면서부터는 품질, 안전성, 기능성, 건강지향 등으로 바뀌어 간다는 것이다. 이는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을 의식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식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에게 식품을 제공하는 입장에 있는 생산자 및 유통업종사자들의 의식 또한 당연히 바뀌어야 하고, 그렇기에 선진국의 경우 생산자 및 유통업자들은 이와 같은 소비행태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안정적인 국내 공급기반을 유지하고자 노력해 왔다.
이들의 노력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기존의 식품과는 한 단계 다른 차별화를 기한 것이라 할 수 있고, 차별화 수단의 하나로 등장한 것이 바로 브랜드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축산물브랜드는 오래 전부터 출시되었지만, 생산자가 부가가치 증대를 목적으로 조직을 결성하여 축산물브랜드를 출시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경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연구가 없다가 차츰 그 중요성에 동감하여 1997년경부터 본격적인 브랜드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이후 축산물브랜드 실태에 관한 심층적인 조사 및 소비자의 반응에 관한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생산자중심의 축산물브랜드가 출시된 지 10년이 경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축산물브랜드는 아직까지 제대로 정착되었다고 볼 수 없고, 소비자들 또한 축산물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확고하다고 할 수 없다.
필자는 지난 1998년 축산물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한 이후 줄곧 그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우리나라도 외국과 마찬가지로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식품에 대한 수요가 점차 고급화·다양화되어 가고 있음이 소비자 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고, 이와 같은 수요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생산자 중심, 물량 중심의 논리에서 탈피하여 소비자 중심, 품질 및 안전성 중심의 논리로 바뀌어야 하는 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가 바로 브랜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2003년말 현재 축산물브랜드 수는 700여개에 이르고 있는데, 이와 같이 브랜드가 양적으로 급격히 팽창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제대로 정착된 브랜드는 극소수이고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또한 긍정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왜 그런가? 이는 브랜드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 다시 말해서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기 못했기 때문이다.
축산물브랜드란 개념상으로는 품질 및 위생·안전성을 보증할 수 있고 사업주체가 명확하며 상표등록이 되어 있는 축산물이지만, 일정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조건이란, 첫째 균일한 품질의 좋은 상품일 것, 둘째 위생적이면서도 안전한 상품일 것, 셋째 책임소재가 분명하고 물량을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 등이다.
위에서 제시한 조건을 만족해야만 비로소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데, 시중에 출시된 700여개에 이르는 브랜드 가운데 이들 조건을 만족하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고 본다.
이래서는 축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가 어렵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미 우리나라의 축산물 시장은 완전 개방되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축산물시장도 자유경쟁체제에 돌입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와 같은 시장체제에 적응하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축산물시장 뿐만이 아니다. 어느 분야이든지 간에 조건은 동일하다. 과거의 관행에 젖어서는 결코 경쟁력을 제고할 수 없다. 그렇기에 브랜드가 더욱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브랜드는 하루 이틀에 육성되고 정착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10∼20년간 꾸준히 공을 들여야 브랜드로써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고 시장에 정착하게 된다. 우리 나라 한우브랜드 가운데 양평개군한우, 안성맞춤한우, 장수한우 등은 생산자단체가 중심이 되어 10여년전부터 꾸준히 브랜드의 육성·정착을 위해 노력해 왔고,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소비자들에게 비교적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브랜드로서 미흡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갓 출시된 신생브랜드와 비교해 볼 때 여러 가지 면에서 안정되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들 축산물브랜드의 성공요인으로는 첫째 지역 내에서 관련기관간 유대관계를 잘 맺고 있는 점, 둘째 참여농가간 기술 및 경영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점, 셋째 사료구입처 및 생산물 출하처가 통일되어 있는 점, 넷째 축산물브랜드 전제조건을 준수하고 있는 점등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부가가치 제고를 위하여 새로이 브랜드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생산자단체 및 농가는 이와 같은 성공요인을 잘 분석하여 자기 여건에 맞는 브랜드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