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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南美는 어떤 존재인가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4.04.12 15: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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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달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등 남미 국가를 방문, 농축산업 전반의 이슈에 대하여 관계, 학계, 유통업종사자 및 현장의 농가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이들 국가가 농업강국이며 상당액의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다는 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과연 앞으로 우리나라와의 교역가능성이 어느 정도일까가 주된 관심이었다.
흥미있었던 것은 세 나라 모두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자국의 농산물을 수출하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했다는 점이다. 특히 축산물 가운데 브라질은 주로 닭고기를, 아르헨티나는 쇠고기를, 그리고 칠레는 돼지고기를 수출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들 국가가 우리나라의 축산물시장 정보에 대해 밝은 것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이들의 주 교역상대는 미국과 유럽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이 수출을 희망한다고 해서 금방 수출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검역규정이 제법 까다로워 이 기준을 만족하기가 쉽지 않아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급식품인 축산물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 및 식량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일본의 농업관계자들이 해외자원 개발 및 교역 활성화를 위하여 빈번하게 방문하면서 아시아 시장의 잠재력에 눈을 뜨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조심스럽게 아시아시장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있음을 알고는 그 동안 우리가 이 지역을 너무 등한시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예로, 우리에게 남미는 구제역 발생지역으로 쇠고기 수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고 인식되고 있지만, 우리의 인식과는 달리 아르헨티나는 현재 유럽에 상당량의 쇠고기를 수출하고 있고 앞으로 우리나라에 쇠고기 수출을 희망하고 있다. 또한 소 사육두수는 1억 7천만두이고 1두당 초지면적은 2∼10ha이며 농장당 평균사육규모는 최소한 500두이다. 그리고 최고급 등심부위의 소비자 가격이 우리나라의 1/5 수준이다.
따라서 방역·위생 및 스펙이 다르다는 점을 제외하고 단순히 생각할 때 앞으로 아르헨티나의 쇠고기가 우리나라 시장에 진출한 가능성을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FTA 첫 상대국가이면서 지금까지 주로 포도, 포도주를 수출해 왔던 칠레의 경우 올해 우리나라에 대한 돼지고기 수출량은 1만톤에 이르며 앞으로 가능하면 돼지고기는 물론, 쇠고기의 수출도 늘려가고 싶다는 의향을 피력하였는데,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칠레의 축산업은 상당히 규모화 되어 있었고, 도축장을 비롯한 유통시설 또한 수준이 매우 높았다. 따라서 앞으로 이들이 한국시장을 염두에 두고 수출전략을 마련한다면 우리나라 수입축산물 시장의 판도가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 지역의 축산업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필자는 그 동안 우리가 남미지역에 대하여 교역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너무나도 등한시했고 그러다보니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뼈아픈 자성을 하게 되었다.
사실 칠레를 위시한 남미국가는 소득수준이 우리의 절반 정도이고 공업화도 늦은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는 달리 부존자원이 풍부하여 성장잠재력이 큰 국가들이다. 따라서 원자재가 절대 부족한 우리로서는 안정적인 자원확보 측면에서 이들 국가를 중요한 교역상대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처지이다.
이렇게 생각해 볼 때, 칠레와의 FTA 체결을 계기로 앞으로 이들 남미 국가들과의 교역은 증가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국가 전체적으로는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지만, 농축산업 분야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아직까지 이들 국가에 대한 상세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반성하고 향후 이들 국가와의 교역가능성 및 교역에 따른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작업이 지금부터라도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축산업은 지금까지 본연의 모습을 상실한 채 생산성만을 추구하는 쪽으로 발전해 왔고 이에 따라 앞으로 안정적인 사료자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을 기약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들 남미국가를 사료자원 확보 차원에서 연구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사실 계속된 불경기로 인하여 해외자본 유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경우 해외자본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고 그렇기에 우리로서는 지금이 투자의 적기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중국, 일본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자원개발을 목적으로 투자하고자 계획하고 있는 바, 우리 역시 그 동안 기껏해야 중국, 호주 등을 자원개발 대상으로 생각해 왔는데 이제부터라도 좁은 안목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발상의 전환은 넓게 보면 축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해당하는 것이다. 지금 이 시기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축산업은 생존이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이와 같은 논리가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바로 지금이 축산업관계자들이 분발해야 할 시기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