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축산을 테마로한 동물농장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4.04.30 14:09:53

기사프린트

주 5일 근무제도가 확산되면서 도시민들의 여가시간이 늘어났다. 그러나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어디로 떠날까 고심을 하게 된다. 산, 강, 바다 어디를 가도 사람으로 북적대고 차는 밀리고 오히려 주말이 피곤하기만 하다.
그래서 주말에 마땅히 갈 곳이 없는 도시민들이 여가를 선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축산을 테마로 한 ‘동물농장’을 하나쯤 건설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물농장은 단순히 놀고만 가는 곳이 아니라 도시민들 특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자연과 농축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국내산 축산물을 홍보하는 교육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축산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하여 개장했다는 가정 하에 동물농장에서 어느 가족의 보람 있는 하루를 시나리오로 엮어 본다.
초등학교 4학년인 동수네 가족은 한 주 전에 동물농장으로 가는 버스를 인터넷으로 예약했다. 화창한 일요일 아침 9시, 서울 강남에서 3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동물농장 행 셔틀버스에 오르자 차는 바로 고속도로 전용차로를 달린다. 차 안에서 동물농장 안내 팜프렛을 받고 안내양의 설명을 들은 후에 홍보비디오를 시청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다.
온갖 동물모형으로 장식된 입구에 내리면 말 두 마리가 끄는 포장마차가 기다린다. 카우보이 복장을 한 마부의 채찍소리에 마차는 푸른 초원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경쾌하게 달린다. 목책으로 단정하게 둘러쳐진 풀밭에는 얼룩이 젖소와 누렁이 한우 그리고 흰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모처럼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10여분을 달려 당도하는 곳은 동물농장 홍보관.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시설 및 프로그램 안내와 더불어 ‘목장의 하루’를 시청한다. 가축을 기르는 농민들의 수고가 얼마나 큰가를 알게 된다.
홍보관을 나서서 아이들을 이끌고 여러 가지 가축을 사육하는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한우들이 정겹게 풀을 뜯고 있는 방목장, 송아지가 어미소의 젖을 빨고 있는 것이 참 귀엽다. 옆에 있는 밭에서는 한우가 쟁기로 밭을 갈고 있는 모습, 농촌의 풍경이다. 바로 옆 풀밭에는 얼룩이 젖소들, 젖소가 그렇게 큰 젖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젖꼭지가 4개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된다.
어디선가 ‘매에~’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보니 양떼가 부른다. 하얀 털이 꼽슬꼽슬한 게 여간 귀엽지 않다. 초지가 끝나는 곳에 이어지는 것은 돼지사육장. 어미돼지가 흰모래 운동장에 누워 새끼돼지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한 배에서 난 새끼가 모두 10마리, 엄마돼지는 힘들겠다. “꼬끼오”하고 닭 우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니 어미닭을 졸졸 따라다니며 병아리들이 종종종 봄나들이를 한다.
이어서 발길이 닿는 곳은 애완동물동산, 어린이들이 어린가축과 가까이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서 아이들로 만원이다. 예쁘게 단장한 여러 종류의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햄스터, 카멜레온 등 희귀동물들까지 다 모여 있다. 송아지, 새끼돼지, 새끼염소, 토끼 등도 모두 한 가족, 아이들은 동물을 쓰다듬고 안아보느라 온 정신을 빼앗기고 어른들은 사진 찍기에 바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 축산물과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코트로 가보니 온갖 축산물과 요리가 모두 진열되어 있다. 순수한 우리 축산물로만 만들었다고 제 각기 자랑이다.
눈에 익은 브랜드도 전국에서 다 모여 있다. 고기는 등급과 부위 별로 값이 다르고 계란도 여러 등급이 있다. 즉석에서 만든 소시지와 바베큐제품도 인기가 높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골라 바베큐장으로 가서 즉석에서 구워먹는 맛은 세상에서 으뜸, 이래서 국산을 찾는가 보다. 디저트로 즉석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을 들고 요구르트를 한잔 마시고 나니 온 가족의 행복함이란... 나무 그늘 벤치에서 반시간여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난 후 온갖 꽃들이 만발한 꽃길을 따라 산책을 즐긴다.
다음으로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에게 조랑말도 태워주고 새끼돼지몰이 경주에도 참가하고 세퍼드가 양떼를 모는 시범도 관람한다. 우유 빨리 마시기 대회에도 참가하여 상품으로 내 놓은 젖소모형을 타겠다고 큰 아이가 조른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예쁘게 지어 놓은 흰 건물은 축산박물관. 안내를 따라 들어서니 인류와 가축의 기원, 전 세계 가축의 모형전시, 가축개량의 변천사, 우리나라 축산의 역사, 축산물의 영양적 가치, 축산물의 안전과 위생, 축산물 등급제, 축산물 브랜드, 가축의 질병에 대한 상식 등 각종 자료는 물론 인공수정, 수정란이식, 동물복제 등 첨단과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익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축산박물관을 나서니 시간은 이미 오후 4시, 서울로 가는 버스가 30분 후에 떠난다. 축산물판매장에 들러 한우고기와 육가공품 그리고 현장에서 만든 치즈를 구입한다. 내일 부모님께서 오시는데 맛있게 해드리고 옆집에도 나누어 주기 위해서다. 버스에 오르자 아이들은 피곤한지 이내 잠에 떨어진다. 동물농장에서의 참으로 즐겁고 보람 있는 하루, 가족 모두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동물농장 건립은 허황된 꿈이 아니다. 전국의 모든 축산농가와 관련 업계가 십시일반으로 모금에 참여하면 가능한 일이고 명분도 뚜렷하다. 우리 축산인들이 모이는 자리마다 화두가 되고 가까운 장래에 이런 동물농장이 개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