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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등급제의 역할과 기대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4.05.18 11: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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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남 소장(축산물등급판정소)

현재 우리나라 축산물의 생산과 유통 여건은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며 위생적인 선전국형으로의 발전을 위한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고 또한,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축산업을 등록토록 함으로써 과밀사육를 근절하고 가축복지와 위생·안정성을 중요시하는 선진형 사육체계로 전환을 도모하고 있으며, 축산업도 직접지불제 대상품목에 포함시켜 친환경적이면서 국민건강을 배려하는 차원 높은 생산구조와 산업형태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축산물에 대한 생산이력제를 도입하여 생산에서 가공·유통·소비까지의 모든 과정을 추적이 가능토록 하여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우리축산물의 신뢰성 강화 및 저가공세의 수입축산물에 대한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의지를 가지고 다각적인 시행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우리 축산업이 살아남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로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해야하며, 그 당위성에 공감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대응하여 착실히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 농가들은 이와 같은 변화의 주체이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참여를 주저하거나 많은 부문을 정부가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축산업은 그동안 규모화가 많이 진전되어 전업농가 수가 크게 증가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으나, 아직도 영세하고 의식수준은 정부 의존적인 자세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 대안으로서 농가 스스로 노력하여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고 그에 상응한 대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축산물등급제이다.
농가가 생산한 축산물에 대해 과학적인 평가를 하여 등급화함으로써 농가 스스로 노력하여 과학적인 사양관리를 통하여 품질이 우수한 축산물을 생산하게 하는 것이다.
축산물등급제도는 생산단계의 축산농가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유통과정에서는 객관적인 거래기준이 되어 유통의 효율성을 제고하며 소비자에게는 구매의 편리성을 제공하는 등 생산, 유통, 소비를 함께 어우를 수 있게 함으로써 모든 관련 분야에서 노력하는 것 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척도로서 축산물유통의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축산물의 품질이 현재와 같이 크게 향상된 것도 정부가 중심이 되어 등급제도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으며, 이 분야의 전문가들의 노고와 등급판정소 직원 모두가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기에 가능했다고 확신한다.
우리나라의 축산물등급제도는 '92년 7월 시범사업으로 시작하여 '93년 6월 축산법에 등급판정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지 이제 겨우 10여 년을 조금 넘긴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소, 돼지는 등급판정 받은 도체만이 유통하도록 법적 뒷받침을 하고 있으며 닭고기와 계란은 아직 초기단계의 사업이긴 하지만 본격적인 판정업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축산물등급판정사간 등급판정의 편차를 최소화하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과학적인 판정기술에 관한 연구와 다각적인 현장 활용을 시도하고 있다. 즉, 돼지고기 등급판정에 초음파 기계를 이용하여 생산 가능한 정육의 수율 예측치를 제공하고 있어 호평을 받고 있으며, 품질평가를 위한 냉도체 등급판정과 향후 부분육 유통의 확대에 대비하여 부분육 등급표시 확인 업무도 시행하고 있다. 농가에는 등급판정결과를 피드백(FeedBack)시켜 가축개량과 사양관리업무 개선에 활용토록 하고 있으며, 우리소 홈페이지를 이용하여 도매시장의 등급별 가격상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 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축산물등급판정사업은 품질관리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판정결과를 분석하지 않고는 축산물의 품질을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축산물 작업장의 입장에서 보면 등급판정사는 축산물의 품질을 평가하는 공인으로서 최일선에 배치되어 도축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을 최종적으로 걸려주는 보완관계에 있으며, 식육이 생산되는 초기단계의 품질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축산물등급판정사들은 이런 점을 인정하고 신뢰를 보여준 종사자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축산물 가공처리시설이 현대화되어 등급판정 여건과 환경도 많이 향상되었지만, 아직도 작업장 환경은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현장의 등급판정사들은 중요한 위치에서 축산물 품질관리의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고 힘들지만, 정확한 등급판정을 실시하여 거래가격이 합리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유통의 투명성 제고에 힘써야 하며,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는 확신으로 어떻게 하면 좀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높은 사명감과 도덕성을 가지고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등급판정 기준은 축산현장에서 검증절차를 거치고 소비자의 변화를 잘 읽어 수시로 소비선호도를 기준에 반영함으로써 시장 적응성을 높이는 동시에 발전적인 방향으로 생산과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따라서 최근에 돼지도체에 대한 등급판정세부기준을 개정·고시하여 시행하고 있고, 소도체에 대해서도 고급육 생산을 위한 출하체중과 거세우 출하율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맞추어 개정안을 마련하여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연내에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축산물등급판정사는 축산관련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로서 축산물의 품질평가와 관련한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현장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국 축산물처리장에 220여 명이 배치되어 있다.
이와 같이 고급기술을 보유한 전문인력들이 현장의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축산물의 품질향상과 전통적 선입견을 일소하는 새로운 직업문화를 만들어감으로써 우리축산업의 발전을 가일층 앞당김은 물론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축산업의 미래는 이들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며 중요정책의 추진체로서의 역할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